앨런 튜링과 프랑크 로젠블라트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과 오늘날 각광받는 딥러닝 기술의 기원이 되는 퍼셉트론을 고안한 프랑크 로젠블라트는 공교롭게도 공식적으로는 자살을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암묵적으로는 자살했다고 확정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존버가 힘들 때면 그들을 떠올리게 된다.
<튜링 테스트>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도 널리 알려진 앨런 튜링 Alan Mathison Turing과
인간의 뇌와 뉴런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를 모방한 퍼셉트론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의 방법론을 제시한 로젠블라트 Frank Rosenblatt의 얼굴에서는 이른 시기에 업적을 인정받고 찬란한 순간을 맛보기도 한 사람들 특유의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그 자부심이 오히려 이후 그들의 잘못된 선택들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운명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사실 나는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평소 자살에 대해서도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런 튜링과 프랑크 로젠블라트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분명 얻을 게 많았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기 때문이다.
앨런이 사화를 깨물고 죽지 않았다면 (그 사과가 독사과가 아니었을지언정 우리가 아는 앨런의 죽음을 거기까지다.) 살아서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사죄를 받고 복권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가장 비싼 지폐에 새겨질 인물로 선정되었을 것이며, 프랑크는 딥러닝의 발전과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MIT 민스키 교수의 추락도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민스키는 1969년 시모어 패퍼트와 집필한 <퍼셉트론>이란 저서에서 퍼셉트론이 선형 분리가 불가능한 데이터들을 분류할 수 없다는 한계를 증명한다. 그 결과 퍼셉트론의 열기가 급격히 식어버려 퍼셉트론 연구는 몰락하고 만다.
2년 후 로젠블라트는 자신의 43번째 생일날 혼자 보트를 타다가 자살일지도 모르는 사고로 익사한다.
민스키는 촘스키와 함께 MIT의 천재로 잘 먹고 잘 살다 2016년 뇌출혈로 사망한다. 그리고 2019년 엡스타인 성매매 스캔들에 그 이름이 거론된다.
참고로 민스키와 로젠블라트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처럼 그다지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오늘날 추앙받는 인공지능계의 두 비극적 인물들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느껴진다면 그들을 아까워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아까워하며 우선 존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