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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storyteller Dec 08. 2020

밥 따로 물 따로 2 (적응 편)

2주 차

어느새 밥 따로 물 따로 식단을 시작한 지 2주가 넘었다. 1주 차에는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물을 마셔버리고 난 뒤 아차 싶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내가 언제 실수를 잘하는지 인지하고 난 뒤부터는 그런 실수가 확연히 줄었다. 


그렇다고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영양제를 먹을 타이밍이 없다 보니 밤에 자기 전에 마지막 물 시간에 몰아서 섭취했는데 그다음 날 아침 화장실도 좋지 않았고 배도 약간 평소와는 다른, 통증까지는 아니지만 편안하지도 않은 이상한 상태였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영양제도 한 번에 다 섭취하지 않고 물 시간마다 나누어서 조금씩 섭취하고 있다. 


2주째에 느끼는 가장 만족스러운 효과는 피부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는 점이다. 항상 코에는 블랙헤드가 끼고 각질이 일어나는 편이어서 밤에 세안할 때 클렌징 오일로 문지르면 노폐물들이 많이 빠져나왔다. 그런데 밥 따로 물 따로를 시작하고 나서 바로 다음날부터 코의 각질이 눈에 띄게 줄더니 지금은 클렌징 오일로 세안할 때도 예전에 비해 확연히 손에 묻어 나오는 노폐물이 적다. 까슬까슬한 것이 오일에 묻어 나와 손가락으로 롤링할 때마다 내 얼굴에 이렇게 블랙헤드와 각질이 어쩜 이렇게 끊임없이 생성되는 것일까 야속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노폐물 제거보다 오일 마사지를 하는 기분으로 저녁 세안을 하고 있다. 피부과에서 레이저도 맞아보고 8 체질 식단도 해보고 클렌징 오일 세안, 7 스킨, 스팀타월 등 코의 블랙헤드와 각질 제거를 위해 많은 방법을 내 생애에 걸쳐 오랜 시간 시험해보았지만 가장 놀라운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 밥 따로 물 따로이다. 블랙헤드와 각질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눈에 거슬렸던 코의 모공도 줄어들어 한 번 늘어난 모공은 절대 줄일 수 없다는 신념도 버리게 되었다. 1회 80만 원씩 주고 했던 프락셀로 오히려 피부가 민감해지는 부작용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정말 세상에 이렇게 돈 안 들고 피부가 좋아지는 법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피부 못지않게 만족하는 밥 따로 물 따로의 장점은 식비 절감이다. 확실히 시간을 정해두고 음식물을 섭취하자 불필요한 섭취가 줄었다. 그냥 입이 심심해서, 손이 가서, 살짝 배가 고파서 같은 이유로 식사와 식사 중간에 간식을 잘 먹는 편이었는데 이 부분을 확실히 줄일 수 있었고, 식사를 할 때도 포만감을 잘 느끼고 거기서 적당히 섭취를 멈출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일주일에 크게 두 번 장을 보았는데 지금은 한 번도 잘 보지 않고, 그때그때 떨어진 것만, 예를 들면 퇴근길에 잠깐 마크에 들러 바나나 한 송이만 구입하는 식이다. 예전에 구입해둔 식재료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지만 사실 밥 따로 물 따로를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남아있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 한 사람을 위해 너무 많은 자원이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이유로도 정말 만족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식사를 한 뒤에 물 한 잔 들이켜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 굳이 예전으로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점점 더 이 식단이 익숙해지면 식사 뒤에 아예 물 한 잔이 생각나지 않는 날이 오지 않을까? 설령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내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지켜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밥 따로 물 따로 5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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