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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독서리 Feb 25. 2020

어떻게 살아남을지

하상욱


인권교육 중에 교수님이 물었다. "더 이상 소득도 없는데 배우자가 아파요. 집안에 물건도 다 팔았고 더 이상 약을 살 돈도 없어요. 그런데 당장 배우자는 그 약을 안 먹으면 죽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른 가족이나 친구를 찾아보겠다는 사람, 같이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는 극단적인 사람도 있었다.


"나라에 도움을 요청하실 분은 안 계신가요?"


 그 말에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도 좋고, 인권도 다 좋다. 그런데 이 나라에 더는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을 생각이었나 보다. 나 역시도 극단적인 상황에 나라를 향해 도움을 요청해볼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즘 나라가 그렇다.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 같은데 바라지 않게 됐다. 해외로 나가 통보 한번 없이 공항에 내려보지도 못한 채 입국 거부를 받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코리아 포비아"란다. 여권도 뺏기고 억류되는 대한민국 국민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시국에 왜 해외로 나갔느냐고 하는 반론은 잠시 접어두고, 어쨌든 여권 파워 2위라는 대한민국이 지금은 쫓아내고 기피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는 것이 팩트다.


심지어 중국에서조차도 한국인을 격리하는 와중에도 중국 유학생의 안전(?)한 입국을 위해 안내 창구를 만들었단다. 오바마가 극찬한 의료시스템이니 아파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국민은 아파서 구급차에서 병원을 찾다가 사망할지언정 그들은 살리려는 포용력 있는 나라다. 뉴스도 듣기 싫다. 더 이상 뉴스를 들으면 편협한 생각이 들까 봐,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바이러스 전염의 문제가 진원지인 그 나라 사람들을 차별하게 되는 태도로 변할까 봐.


뉴스에서는 시진핑 방한과 선거를 연결시켜 중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30만을 돌파할 정도인데도 일단은 무언가 계획과 생각이 있는가 보다.


기생충이 뭔데 작품상을 받느냐고 궤변을 내놓는 미국 대통령이지만, 우한 폐렴이 발했을 때 가장 먼저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을 보호했다. 머릿속이 궁금한 대통령이긴 하지만 그런 자국민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는 부러웠다.


그저 난 가족들을 위해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를 마스크를 찾아보러 약국이나 마트를 다녀봐야겠다.  하상욱 님의 시처럼 어떻게 살아갈지와 살아남을지도 고민해야지.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도대체 뭐길래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로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오.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영화 '왕이 된 남자, 광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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