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수리독서리 Nov 21. 2019

산타 논쟁

그대가 오는 방법

산타는 엘리베이터 타고 와

아니야. 산타는 썰매 타고 와

아니거든! 루돌프거든!


4세, 5세, 6세의 열띤 논쟁의 현장이다. 그 누구도 지지 않으려 자신만의 산타를 옹호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싸 구경. 애들 싸움도 흥미진진하다. 아이들은 뜬금없이 놀다가도 갑자기 산타 논쟁을 시작하기도 하고, 논쟁을 하다가도 사이좋게 논다. 그러나 아이들도 싸움의 끝은 봐야 하나 보다. 논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지만 쉽사리 산타가 오는 방법에 대해 결론을 맺지 못할 즈음 나온 한마디.


너 몇 살이야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새싹들 아니랄까 봐 나이 나왔다.


나 네 살!

난 다섯 살!

난 여섯 살이거든!


애들 싸움은 더더욱 흥미로워졌다. 나이가 나오자 위축되는 네 살.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분이 풀리지 않는지


아니야~!


외마디  혼을 담은 소리를 꽥 내지르고는 엉엉 운다. 다섯 살은 그런 네 살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 와중에 그나마 어른 뻘(?)되는 여섯 살은 우는 네 살을 챙기며 울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말한다.


거봐 산타는 루돌프 타고 온다니까


다섯 살은 네 살을 이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자리를 떠나 그네 타기에 집중했다.


이렇게 산타 논쟁은 나이로 한방에 해결됐다.


수익이 나지 않는 일부 계열사는 정리하겠다는 모그룹 대표이사의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20년 이상 근속자들에게 자율적인 명예퇴직을 신청받겠다는 기업의 이야기도 들었다. 모임에 나가면 점점 회사에 눈치가 보인다는 얘기도 한다.


곧 2020년이다. 먹기 싫은 나이를 또 삼켜야 한다. 뱉을 수 만 있다면 손가락을 목에 넣어 게워내고 싶다. 나이 들수록 거울이 보기 싫다는 얘기도 공감이 간다. 직장인에게 나이는 물러날 시간도 오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신호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맛이라곤 하나도 없는 나이를 너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먹는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글을 써서 좋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