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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독서리 Sep 08. 2020

뭐가 있어?

블라인드를 내리고 지낸 지 꽤 오래되어간다. 환기를 시켜야 할 때를 빼곤 굳이 블라인드를 올리지 않았다. 밖을 보면 괜히 나가고 싶어서다. 그럭저럭 참을만하지만 아이는 그렇지가 않다. 블라인드 밑으로 고개를 밀어 넣는다. 밖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기에 말릴 수도 없다.


"뭐가 있어?"

"아니..,.."


밖에는 아무도 없다. 가끔 마스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할 수 없이 쓰레기라도 버려야 할 때면 마스크에 비닐장갑을 하고 나선다. 혹여 엘리베이터에 누가 있으면 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버튼도 팔꿈치로 누른다.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한다.


주변에 코로나 19  확진자는 다행히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확진자 뉴스와 문자. 점점 무뎌진다. 이 정도의 추세라면 내가 확진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밖은 아무도 없으니 아이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나가본다. 6살임에도 코로나에 걸리면 큰 주사를 맞는다고 마스크를 당연하게 착용한다. 혹여나 누가 올까 봐 주변을 살피며 그네를 탄다. 미끄럼틀도 타고 술래잡기도 하면서 오래간만에 갑갑함에서 벗어나 봤다.  여전히 주변을 경계한 채로 말이다. 멀찍이 누군가 걸어온다. 서둘러 아이손을 잡고 집으로 갔다.  왜 갑자기 집으로 가야 하는지 아이도 안다.


"그래도 재밌었어"


아이가 딱할 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나아진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긴 하나, 현실이 그렇지 않음에 상실이 더욱 커지는 게 사실이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나에게 아이가 말한다.


"엄마는  출근하니까 좋겠다. 밖에 나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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