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싸다. 와... 9,800원? 11,900원. 이건 또 좀 이쁘다고 비싸네. 오만 원 이상 무료배송. 오호...
온라인 쇼핑은 언제나 신난다. 특히 꼭 사야 되는, 살 수밖에 없는 아이템의 경우, 이를 테면 당장 여름이 왔는데 작년에 신던 샌들은 도무지 때가 타고 더러워져서 신을 수 없을 때라던가,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정말 안 사면 올해 여름을 맨발로 다녀야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단 한 번도 여름 샌들을 백화점에서 사본적은 없다. 고작해야 브랜드 운동화를 사는 정도인데, 솔직히 얼마 신다가 버릴 신발에 몇 십만 원이나 하는 걸 사야 하나 싶기도 해서 절대 내 돈을 주고는 안 산다. 보다 못한 남편이 손을 질질 끌고 가서 사라고 발에 신겨주면 마뜩잖지만 그냥 신는 게 전부다. 더군다나 여름 한 철 신는 샌들인데 그 큰돈을 주고 산다? 안 될 말이다. 뭔지 모를 아까움 때문에 선뜻 살 수가 없다.
물론 가끔은 나한테 쓰는 건데 아낌없이 마음에 드는 구두를 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왠지 그냥 아껴야 될 것 같았다. 이건 결혼 전이나 후나 똑같다. 조금이라도 큰돈이라는 생각이 들면 늘 안 샀고, 안 썼다. 그렇게 자잘 자잘하게 아끼고 참고 살았으니 부자라도 됐을까?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가끔은 허탈하지만 이런 소비 습관이 한순간에 바뀔 리도 없다.
어쨌든 여름 샌들은굽도 빨리 닳고, 금방 해지기도 해서 유난히 신는 기간이 짧은 잡화다. 나에게 비싼 신발, 더군다나 여름 샌들은 절대 비싸게 주고 살 물건의 범주에 속할 수 없는 것이다. 가끔은 비싼 구두 한 번쯤은 플렉스를 외치며 사서 신어보고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언니가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페*가모에서 구두를 샀다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면서 잔뜩 어깨뽕이 들어가 있었는데, 내심 부럽기는 했었다.
어쨌든 올해 여름 샌들도 온라인에서 저렴이를 찾아 한 개를 득템 했다. 매일 신고다니기에도 좋고 발이 편한 슬링백 스타일에 여름에 맞춰 핑크색이 감도는 녀석으로 골랐다. 사이즈 선택도 배송도 완벽했다. 올여름은 이 녀석과 함께 하기로했고, 한동안 유용하게 신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툭.
'어? 안돼~~~ 안돼~~~.'
샌들 끈이 힘없이 끊어졌다. 슬링백 구두라 끈이 끊어지더라도 슬리퍼처럼 신고 갈 수는 있기에 걷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문제는 나를 둘러싼 회사직원들이다.
"어머! 끊어졌어요!"
"아우 어떡해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길을 가다 혼자 넘어져도 이렇게 창피스럽진 않을 것이다. 모두가 내 발을, 끊어진 신발끈과 샌들을 쳐다봤다. 부끄러웠다.
세상에 멀쩡히 길을 가다가 신발끈이 끊어지다니!
심지어 내 발은 끈이 끊어짐과 동시에 신발에서 나와 맨발이 아스팔트에 나와버렸고 샌들이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박음질이라고는 하다만 것 같은 샌들 끈이 흉물스럽기 짝이없이나와있었다. 똑! 하고 끊어져서 깔끔하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누군가한테 머리채를 잡혀서 뜯긴 것 마냥 너덜너덜 해진 상태였다.
"오늘 집에 신고 갈 신발은 있어?"
"사무실에 신발 하나 있어. 하나 줄까?"
'다들 날 놔두고 그냥 가주세요. 제발...,...'
모두가 가던 길을 멈추고 불쌍하고 초라한 내 샌들과 꼬물꼬물 움직이는 발을 보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괜찮지 않은 이 상황을 어서 빨리 벗어나고자 괜찮다는 얘기를 수십 번 건넨 뒤에야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밥을 먹는 내내 부끄럽고 참담하고, 끊어진 저 신발을 끌고 다시 사무실로 가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끔찍했다.
신발끈 끊어졌어.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내가 뭐랬어. 좋은 거 사랬잖아. 싼 것만 찾는 게 능사가 아니야.
몰라! 비싼 거 그럼 사주던가!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괜히 남편한테 있는 성질 없는 성질을 다 부렸다. 그러고 나니 서러움이 밀려왔다. 얼마나 더 잘 살아보겠다고 남도 아니고 내가 신는 신발인데 저렇게 싼 것만 찾나 싶고, 돈을 안 버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면서도 나한테 쓰는 그 몇 십만 원을 왜 아까워했을까 싶어서다.
퇴근길에 바로 집 앞 가게에 들러 무려 2개의 샌들을 샀다. 그리고 주말에는 백화점을 찾아 평생 처음으로샌들을또 샀다. 결제하는 그 순간까지도 괜히 사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과 고민이 수만번은 들었다. 고민하는 날 보면서 역시나 남편이 결제를 했다.
여름 샌들은 비 오는 날 척척하게 젖어도 고민 없이 신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 폭우가 내리는 요즘에도 늘 집 앞에서 산 저렴이 샌들만 신고 있다. 비싼 구두가 닳을까 걱정이고, 혹시라도 자주 신어서 해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앞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