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수리독서리 Oct 30. 2019

처음보다 어려운 건

 책을 써야겠다 생각하고 휘갈겨썼던  첫 글쓰기는 쉬웠다. 도로연수를 마치고 혼자 하는 첫 운전도 위태로웠지만 할 수 있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에서의 첫 날도 걱정한 것 보다 재미있었다. 처음 써보는 붓펜 캘리그라피 수업도 곧 잘 따라갔다.


처음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처음은 쉽다. 실패의 쓴 맛도 모르고,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 처음의 마음이다. 이번에 안되면 또 한 번 도전해보리라는 베짱도 있는 것이 바로 처음 이어서다. 오히려 우리가 맞닥뜨리는 의외의 어려움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그 상의 횟수를 더해갈 때다.


각종 글쓰기 공모전에 도전했다. 수기, 산문, 수필, 독후감, 슬로건 등 분야도 다양하다. 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싶었다. 물론 주변에서는 그런 걸 왜 하냐고. 또는 작가니까 쓰기만 하면 전부 입상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 물론 처음엔 그럴 줄 알았다. 시상식에 참석하여 상금과 상패를 받는 모습을 꿈꿨으니 말이다. 그러나 올해 도전한 각종 글쓰기 공모전은 10전 10패. 말 그대로 참패다.


처음은 쉬웠다. 늘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었기에 독후감 모전은 쉬울 줄 알았다. 한 발 양보해서 최우수상까지는 꼭 아니어도 된다는 자만도 부려봤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상금을 받아 남몰래 비자금으로 써야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수상자 명단에 내 이름 석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더 암울한 건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 저하다. 부족하구나. 한 번 더 써보자. 딱 한 번만 더 공모전에 내보자. 스스로 다독이면서 그간 꿋꿋하게 써냈다. 그렇게 처음을 지나왔고 어느덧 10번의 도전. 그리고 11번째 공모전 도전과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가끔 인생 사는 게 왜 이리 힘들지라는 생각. 누구나 한 번은 한다. 처음이 아니어서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힘들고, 회사는 다니면 다닐수록 고되다. 사람 관계도 비슷하다. 가족, 동료, 친구. 연인. 처음만 있는 사이라면 늘 신나고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그 이상이 되기 때문에 고민하는 일도 괴로워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거기에 더욱 아이러니한건 처음을 넘어선 뒤에야 달콤함을 맛볼 수 있기에 두 번째. 세 번째는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두 번째 글을 올려보고 횟수를 가늠할 수 없는 일상의 하루에 오늘도 도전이다.

작가의 이전글 욕망의 직장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