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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결 Jul 10. 2021

나는 회사생활을 달리기로 버틴다

책 리뷰 : 아무튼, 달리기 / 김상민



"달리기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책의 서두에 나온 위 질문을 나에게도 적용해 반문해보았다. 처음 달리기의 매력을 접한 것은 작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 업무 스트레스와 체중이 함께 불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막 깨어난 생기와 조우해 근심의 무게를 두 다리에 싣고 달리다 보면 고민의 무게가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통해 조직에서 원하는 속도에 맞춰 '치열하게 살아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나만의 페이스'를 찾고 싶었다. 단기적인 현황에 메이던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어 자신만의 속도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직장생활의 지구력'을 기르는 힘이 내게는 새벽 달리기였다.



아침 달리기가 상쾌한 시작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처연한 마무리이다. 아침 달리기가 활기 넘치는 바깥세상과의 만남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텅 빈 길 위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깊은 대화이다. p19


요즘은 안정된 페이스로 꾸준히 달리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둔다. 느리고 답답할지언정 결국 자신만의 속도로 성취해내는 이들에게서 작은 힘을 얻는다. 한 때는 번뜩이는 순간만을 쫓았지만 지금은 내 삶이 마이 페이스의 꾸준함으로 건실히 단련되고 숙성되길 바란다. p45




 이 처연한 새벽 달리기는 이직과 체중감량이라는 목표 달성과 함께 끝을 맺었고, 평일이 아닌 주말 아침, 저녁으로 시간을 이전하게 되었다. 과거의 달리기가 나에게 탈출구였다면, 주말의 시작과 끝자락에 이어지는 현재의 달리기는 '나에 대한 보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리기가 만들어 낸 빈틈 사이로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고민, 또는 좋아하는 음악을 채워 자연 속을 걷는 것은 마음의 평안을 제공하는 보상이 되었다. 퇴근 후 운동화 끈을 동여 메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거닐다 보면 '딱딱하게 굳어있는 마음과 숨 가쁜 일상이 누그러뜨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름의 탈출구가 존재한다. 버거운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덜어주고 마음의 평온을 제공하는 나만의 의식들.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래도 달리기처럼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 다행이다. p95-96


헤밍웨이는 말했다. 진정한 고귀함이란 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라고. 달리와 함께해온 지난 여정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5년이 지나 다시 출발선에는 달리기로 중심을 잡으며 씩씩하게 한 걸음씩 살아가는 내가 있다. p156-157




 책의 작가처럼 나는 달리기에 능하지도 않고, 뛰기와 걷기의 중간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와 경험담 하나하나가 와닿았다. 그 이유는 '달리기와 함께 겪은 인생의 여정'의 작은 한 부분이 내게도 스며든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흐름에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달리기에 대한 사유를 읽고 나니 '내가 달리는 이유가 아래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닿는다.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


목표점에 빨리 도달하고 싶을 때, 상황이 안된다면 '신체라도 먼저 닿을 수 있기 위한 몸부림.' 그것이 내가 달리는 이유이다.


*책 : 아무튼, 달리기(김상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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