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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결 Oct 24. 2021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책 리뷰]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 송길영 지음



과연 데이터를 통해 사회를 볼 수 있을까? 전부를 보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사회의 단면을 일정 수준만큼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일으킨 삶의 변화를 돌아봄으로써 알게 된 건, 코로나 19 때문에 생긴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이 이번에는 격정적으로 노출됐을 뿐이다. 이 책은 데이터 기저에 숨겨진 사람들의 욕망과 그로 인한 변화들을 이야기한다.


01. 비대면의 확산은 선택적 대면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


2017년부터 RPA(robotic processs automation)에 대한 언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 논리적인 로봇이 주도하는 사무직 자동화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로봇 R대리는 잠을 자지도 먹지도, 교대도 필요가 없다. 동일한 업무를 꾸준히 하는 분야는 로봇을 이길 수가 없다. 자동화, 무인화라는 변화를 맞는 우리에게는 노동에 대한 해방과 업무 대체화에 대한 우려가 함께 따라온다. 보수체계의 상승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자동화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건비가 싼 해외 공장을 찾던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사례가 늘고 있다. 완자동화 시스템과 사람 없는 공장이 생겨나는 급속화된 변화는 자동화에 대한 열망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를 제어하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싫으며 안 만날 수 있는 '선택적 대면'에 대한 욕망이 오래전부터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02. 자동화의 격량 속에서 삶의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자아의 각성'


지금까지는 정체성 내지는 자존, 자신감을 '관계'에서 풀었다.(예 : 어느 회사의 00 대리) 그러나 이제는 관계로 풀 수 없으니 나 자신에게로 더 깊이 집중하게 되었다. 외부적인 형태의 자신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대체 가능하지 않은 '내 것'을 필요로 한다. 가능성이 아니라 능력을 팔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증거가 필요하다. 때문에 이제는 했던 모든 일을 기록해야 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사생활 침해로 논란이 되었던 SNS 계정을 지금은 지원자들이 이력서에 먼저 적어낸다. 이전에는 잘 설계된 경력 포트폴리오를 보여줬다면, 일상을 담은 인생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전달하기 시작했다. 기록으로 채록된 증거를 기반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면, 내가 적은 기록이 어떤 의미와 지향점을 담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즉 내 삶을 어떻게 표출해서 나를 증거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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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은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세를 가져왔다. 제한된 삶을 영위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다. 제약된 대면으로 인해 빠르게 발전한 ‘자동화’의 이면에 인간이 대면을 불편해하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니. 놀랍고도 씁쓸하다. 그러나 나 역시 일부분 동의가 된다. 전화보다 온라인 메신저로 소통하고, 택배, 배달음식을 비대면으로 받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익숙하고 편리해졌다. 대면 커뮤니케이션과 같이 당연했던 사회적 관습이 무너지면서 외적인 환경이 아닌 ‘내면’에서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만의 커리어화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하게 되는 사회에서 ‘인간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에 대한 저마다의 답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작가는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학력, 이력, 경력을 내세우는 사람도 덕후도 아니다. 근본이 있고 애호와 전문성을 갖추며 그런 자신을 브랜딩 할 수 있는 개인이 살아남을 것이다.’ 즉 이를 위해서는 자기 것을 만들고 능력과 사회성을 갖추는 재사회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기준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변화에 맞춰 수용하는 자세가 미래를 앞서 준비하게 할 것이다. 근면이 아닌 궁리하는 성실함을 갖추기 위해서 무엇을 시작해야 할 것인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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