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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결 Jan 24. 2022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봐주는 친구를 곁에 두세요

친구는 시간이 아니라 신뢰로 얻어진다

낯선 환경은 때론 이질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회사가 조금 일찍 끝난 날, 이직한 친구네 회사의 주변에서 약속을 잡았다. 찻집에서 닭 한마리집으로 옮기자 더욱 가열된 근황 토크는 회사 이야기로 시작해 2021년 회고로 이어졌다. 한참을 지난해와 달라진 현재를 나누다 보니 닭 한 마리의 주종목인 칼국수 사리를 추가할 타이밍이 다가왔다. 펄펄 끓는 뽀얀 육수에 칼국수를 넣고 휘졌는데, 갑자기 작년의 회고를 듣던 친구가 눈시울을 붉혔다. 알코올이 아닌 닭국물과 냉수만이 곁들여진 대화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눈동자에 의아함과 약간의 어색함이 감돌았다.


“내가 왜 이러지?”

“이성적인 사람인데 나이가 들었나?”


 이야기에서 울컥할만한 모먼트가 무엇이었을까? 속으로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닭국물이 쫄깃해진 칼국수를 연신 후루룩댔다. 찐친들이 오그라들  엄습한다는 '어색한 한기' 적막을 감싸 안을  쯔음 친구가 입을 떼었다.


“네가 참 작년과 많이 변했는데, 좋은 모습도 그대로라 기쁜 마음이 든다.”

"......."


작년   나는 회사를 옮긴  적응기 동안 많은 고민이 있었다.  덕에 브런치 글감은 늘었지만, 글의 재료가 되는 무거운 고민이 끄는 출퇴근은 매일무거웠다. 이러한 시간을 누구보다  아는 친구는 부모님도 쉬이 생각차 못할 ‘대견함'을 느낀  았다.


'누군가  삶의 변화에 이토록 진정성 있게 공감해줄  있을까?' 하는 감동을 느꼈지만,  밖으로는  말을 차마 꺼내지 않았다. 친한 친구끼리는 오그라들면  된다는 무언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오는 , 재작년에 함께 근무하던 직장동료가 이직 성공에 울어줬던 기억이 어렴풋 떠올랐다. 동료는 여느 때처럼 옥상에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다 결과를 듣고 연기 대신 눈물을 흘려줬다. 당시엔 그분의 감정이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왔지만, 현재는 안부도 모르는 차가운 사이가 되었다.  직장동료와 오늘 만난 친구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분은 합격이라는 ‘과’에 친구는 고민의 ‘과정’에 대한 감동을 함께했다.


누군가의 과정을 함께 하려면, 시간 외에도 관심을 표출하기 위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모는 '관계' 단단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신뢰' 두텁게 만든다.


집에 도착해 씻고 포근한 이불에 눕자, 과정을 함께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은 친구에게 고마움이 불쑥 올라왔다. 친구끼리 비슷한 건   없는지, 자기  오그라드는 감동 메시지를 보내볼까  차례 적이다 애꿎은 농담만 전했다. 비록 감정은 전하지 못했지만, 누군가 나의 인고를 주목하고 기억했다는 것이 유독 따스하게 누려지는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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