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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Feb 28. 2020

노쇼율0% 독서모임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신뢰'의 힘

우리나라 출판 산업 규모의 왜곡

2017년 한국출판문화산업 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출판산업 매출액은 총 7조 8,130억 원 정도이다. 이렇게 숫자만 들어보면 출판시장이 거대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도서 분야별 배출 비중을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의 절반은 학습 참고서, 수험서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함께 독보적으로 '시험'과 관련된 출판물만 소모하기로 유명하다. 아, 그런데 일본은 일반 출판물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아동서 또한 10%가 조금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 실제 일반 단행본 시장의 비율은 전체 출판시장의 약 20% 정도다. 그러면 단행본 시장의 규모가 1조 5,626조 원이나 된다는 것일까? 사실 우리가 살면서 듣는 웬만한 대기업, 아니 중견기업만 하더라도 연매출 '1조'가 넘는 '1조 클럽'기업들이 많다. 단일 기업이 1조 클럽에 가입할 정도인 것, 출판 시장이 하나의 '산업군'임을 고려했을 때 이 숫자가 그다지 거대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책 안 읽는 대한민국

여기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연령별 연간 종이책 독서량까지 더하면 20대~60대가 소비하는 출판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예측 가능하다.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에 따르면 참고서, 수험서를 뺀 실제 단행본 출판시장의 규모는 5천억 미만이라고 한다. 교육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독서량이 줄어드는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내가 독서 모임을 시작한 이유 

이렇게 책 안 읽는 대한민국의 독서량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어떨까? 인구 통계학적으로 수도권 대비 적을 수밖에 없을 수도 있지만 지방의 독서량은 정말 처참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하철에 타거나, 카페에 갔을 때 책을 읽는 사람들의 비율. 전국의 독립서점의 개수 등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지표는 너무나도 많다. 


나는 지방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속한 이 지역의 문화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내가 채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수도권에 뒤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직자들은 지방에 있는 사람들끼리 지방에서 경쟁을 할지 모르겠지만 사업은 다르다. 나는 전국, 아니, 전 세계에 있는 제품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회사가 지방에 있다고 해서 제품이 지역산업 수준의 퀄리티에 머물러선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독서모임을 시작한다고 해서 내가 속한 대구, 경북이라는 곳의 문화 수준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독서량이 증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우리 모두의 경쟁력은 분명 올라갈 것이다. 만약 안 올라간다고 해도 독서를 함으로써 내 인생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고, 회사가 잘 될 확률이 높아지며, 직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독서, 자기 계발 모임이 생기는 것이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도 나에게 독서모임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최고의 투자다.

200명의 독서모임 그리고 노 쇼율 0%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 단톡 방 그리고 카페에 가입된 사람들의 수는 약 200명이다. 카페가 2019년 12월에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지역기반의 독서모임이 3개월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200명이 가입한 것이다. 거기에, 지난 1월에 있었던 2020년 첫 독서모임의 참가자 수는 51명, 노쇼율은 0%였다. 참고로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은 제공되는 음료값 이외에는 전액 무료, 수익 0%의 '무료' 독서모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노 쇼율 0%가 가능한 것일까?


1. 이 독서모임 존재의 이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독서모임에서 돈을 벌지 않고 있고, 그럴 이유도 없다. 나는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제조기업의 대표이고 나 역시 평생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한 명의 참가자에 불과하다. 독서모임에서 책을 팔거나, 참가비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00% 봉사로 모든 행사는 이뤄지고 이러한 내용은 참가자들도 모두 알 고 있다.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 참가신청을 해놓고 오지 않는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참가신청을 더 신중하게 결정한다.


2. 참석 못하면 손해인 퀄리티

무료라고 해서 퀄리티가 낮은 게 아니다. 참가자들의 후기가 궁금하다면 '빡독 X대구'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우리 독서모임에서는 1) 참가자들의 스피치 2) 주말에 독서를 하게 하는 환경설정 3) 느슨한 유대의 커뮤니티를 무료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참가자들의 스피치는 전문 강사, 기업 CEO, 학교 선생님, 직장인 등 다양하면서도 수준 높게 구성되어 있어 한번 참석해보면 그다음에 참석하지 못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스스로 든다.


3. 프로그램 구성

나는 행사를 준비할 때 다른 것보다 프로그램 구성에 가장 많은 정성을 쏟는다. 스피치와 독서, 식사 그리고 토론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처음에 아이스브레이킹 겸 가장 유쾌한 주제의 스피치를 앞으로 배치한다. 그리고 뭔가 머릿속에 생각이 많고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그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사람들이 2-3시간 정도 말없이 책을 읽고 나면 아까 들었던 스피치 그리고 방금 읽은 책을 더해 내 의견을 표출하고 싶은, '말하고 싶은'욕구가 생긴다. 그렇게 점심시간으로 넘어가면 낯가림 따위는 말하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한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옆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하며 식사를 한다.  그렇게 점심식사를 하고 나른해질 때쯤 다른 스피치로 오후를 시작한다. 그러면 잠도 깨고 다시 집중해서 독서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독서를 하고 나서 읽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혹은 본인이 갖고 있던 의견을 바탕으로 그룹 토론을 한다. 이미 식사를 하면서 친해지기도 했고, 독서를 하면서 또 1~2시간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상태다. 그 상태에서 토론을 시작하면 그 토론의 열기는 아마 살면서 느껴 본 적 없는 토론의 열기 일 것이다. 또,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내 참았던 얘기를 할 때의 그 기분은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희열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사랑하게 하는 나만의 '넛지'다. 


4. 주최 시간

행사는 가급적 일부러 토요일 오전으로 한다. 한주 중 가장 나태해 지기 쉬운 시간이다. 사람들은 독서모임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스피치와 독서로 input 식 공부를 하고 토론을 통해 output 식 공부를 하는 환경설정을 하게 된다. 토요일 오전을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이렇게 값진 토요일을 보내고 나면 그다음 주에 늦잠 자고 축 늘어진 하루를 보내는 자신이 싫기도 하면서 지난주에 보냈던 그 값진 시간이 떠오른다. 그렇게 이 모임의 주최 시간도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좋아하게 하는 일종의 '넛지'역할을 하고 있다.


5. 신뢰

사실 위 네 가지는 노쇼율을 낮추도록 사람들을 '툭 건드리는'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 실제로 바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못 올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나 50명이나 모이는 '무료'모임의 노쇼율이 0%인 것은 위 네 가지 이유로만은 부족하다. 노쇼율 0%를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우리 모임은 이미 '선착순'으로 선정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 더욱이 그 모임은 무료로 사람들의 '봉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 모임에 신청을 해놓고 마음대로 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뢰'가 깨지는 것과 같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단톡 방과 카페에 스며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 단톡 방이나 나에게 꼭 미리 알려준다. 그러면 당첨되지 못했던 신청자들에게 다음 기회를 부여한다. 그렇게 행사 하루 전까지 관리를 하게 되면 마침내 노쇼율 0%를 달성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솔직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1, 2명 정도는 빠지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쇼율 0%를 달성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의 퀄리티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의 가치를 끌어올려 그 안에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정 변경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노쇼율 0%의 핵심이다.

책 읽는 대구를 위한 빡독X대구 
카페 주소 : https://cafe.naver.com/bbakdokxdaegu 
오픈 톡방 주소 : https://open.kakao.com/o/g4fszY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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