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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Oct 27. 2019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는 법

어설프게 남의 감정을 이해하려 들지 마세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불평등하게 느껴진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것 같고, 내 상황이 가장 힘든 것 같고, 내 직장 상사가 가장 쓰레기 같고, 내 회사가 제일 악덕기업 같은 법이다. 만약 그렇게 느낀 적이 없다면 정말 행복지수가 높고 잘 살고 있는 것이니 감사일기를 한번 적어보길 바란다.


"내 얘기 좀 들어줘"

우리가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떠는 이유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기보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짜증 나는지, 얼마나 우울한지를 말을 하기 위해서 이다. 그리고 그 말을 가장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불러서 수다를 떤다.

그런데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멀쩡한'사람들은 흔한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너만 힘드냐?"

"나도 다 겪어 봤어"

"내 주변에는 더 심한 사람도 있어"

"그래 가지고 어떻게 이 험한 세상 살아갈래?"

"그건 힘든 것도 아냐"

"네가 아직 덜 힘들어 봤네"

등등등... 멀쩡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끝도 없다.

한 가지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당신을 부른 이유는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래서 부른 것이지 '닥쳐'라고 말해달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부 최악이었던 그녀"

책의 시작을 "전부 최악이다"로 시작할 만큼 인생의 모든 것이 최악이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의 작가 벨라 마키의 이야기다. 작가 벨라 마키는 <가디언>, <보그>, <바이스>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가디언에서 그녀의 프로필에 들어가면 그녀가 기고한 글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책과 마찬가지로 주로 '달리기'와 관련된 운동 그리고 '정신건강'에 관한 글이 많다. 그녀의 글을 몇 개 찾아보고는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달리기 에세이'가 이토록 많은 참고자료를 주석으로 달 수 있었는지. 그녀의 글이 궁금하다면 한번 들어가 보길 바란다. 아, 반드시 책을 읽고 나서 들어가 보아라. 벨라 마키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로 글을 보면 더욱 재미있다.

https://www.theguardian.com/profile/bella-mackie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는 법

나 역시 5개월 전 까지만 해도 회사의 하락세를 겪고 그 모든 원인은 "대표자의 무능력 때문이다"라고 생각하고, 그 대표자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정말 괴로웠다. 그런데 나는 딱히 기댈 곳이 없었다. 아버지는 필자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하신 분이라 차마 당신께 고작 이런 일로 '힘들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고, 친구들은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하며 어린 나에에 대표직을 맡고 있는 나의 '힘듦'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그때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세 사람이 있는데 바로 필자의 친형, 와이프 그리고 어머니이다. 세 사람이 나에게 딱히 대단한 것을 해준 것이 아니다. 그들은 늘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나 스스로는 딱히 남들에게 '굿 리스너(Good listner)'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평소에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인지, 너무 일에만 미쳐 살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정신질환'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사실들과 한 개인의 감정이 '그러할 수 있다'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타인에게 위로를 하는 법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라.

   상대방이 이별이 고통스러웠다고 하면 제발 '그런 줄 알아라.' "몸속에서 뭔가가 산산이 부서진 것 같고, 두 다리로 서 있을 수조차 없다."라고 하면 "아 그런가 보다" 생각하면 된다. 거기다 대고 "뭐 1년 고작 만난 것 가지고",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요즘엔 이혼은 아무것도 아냐" 이딴 지레짐작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2. 성인이라도 모를 수 있다.

나이라는 숫자가 지식의 레벨을 뜻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 "네가 아직 애가 없어서 그래", "덜 바빠서 그래"와 같은 것은 절대 '위로'가 아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충격요법'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다 간접적 살인을 저지르게 될지도 모르니 제발 남의 상황을, 감정을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3. 감정의 범위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는 그다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전형적인 공대생에, 원재료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생은 '등가교환'이 적용된다 라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감정'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그래서 이번에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를 통해 한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고, 내가 함부로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그들 역시 '왜 힘든지' 모른다는 것을 이해하라

많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왜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생겼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냥 힘들다고 하는 것이고 그와 관련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대뜸 "너 도대체 그러는 이유가 뭐야?", "네가 그러는 이유나 좀 들어보자"와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방을 더욱더 구석으로 몰아넣는 행위이다.

힘든 사람들이 '왜' 힘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조금 이해해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최악이었던 그녀는 어떻게 최악에서 벗어났을까?

이 책의 마지막 문구이다. 스포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모든 것이 최악이었던 작가에게 '달리기'가 어떻게 탈출구가 될 수 있었는지, '달리기'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왜' 달려야 하는지. 벨라 마키의 끝내주는 필력과, 김고명 번역가님의 맛있는 음식에 얹어져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고명처럼 원문의 멋과 맛을 살리는 번역을 직접 한번 경험해 보길 권한다.

필자는 달리기 대신 '벽 타기'를 좋아하는데, 이제 컴퓨터를 끄고 매달리러 가야겠다.

'안녕히 매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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