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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첫 단추

사실을 인지해야 해결법이 보인다.

by 다시살기

'회사도 생명이 있는 유기체다'라는 것이 내가 사업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업자등록증의 존재만으로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며 '페이퍼 컴퍼니'처럼 생명을 잃고 죽 회사도 있다. 회사의 구성은 물적 자산과 인적자산으로 이뤄져 있다. 인적자산은 스스로 변화하면서 물적 자산을 줄일 수도, 늘릴 수 도 있으나,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회사'라는 존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품고 있는 유기체적 성질을 그대로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흔히 갖고 있는 문제점은 그대로 회사에 나타날 뿐 만 아니라 심지어 증폭되어 발현된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키워지는 '메타인지'가 낮은 것이 흔하듯이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메타인지'도 굉장히 낮은 것이 보통이다. 나는 메타인지에 대해 브런치 시작을 위한 '첫 글'로 적었을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메타인지에 관한 정의와 예시를 위해 나의 '첫 글'을 공유한다.

https://brunch.co.kr/@wnsaud524/1


경영을 하면서 수시로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문제점을 파악해왔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이 시도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었다. '우리 회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질문해서 답을 모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 잘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것이 첫 단추를 잘못 잠그는 계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고 있지만 1년에 1개만 생산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초 다품종 초 소량'이 기본이다. 자동차 튜닝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다른'기호가 아이러니하게 '공통의' 수요가 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그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를 공통적으로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긴급' 주문건이 많으며 제조업에서 가장 치명적인 '불량'의 확률이 높다. 긴급 발주는 '불량'을 높이는 치명적 원인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으로써 약점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긴급'발주가 생겨 그 약점을 강화시킨다. 급하게 일하다 보면서 생산되는 '불량'은 우리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하면서 최악의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문제 해결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

위 그림은 보통의 문제 발생부터 해결까지의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껏 이 '피드백'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어떤 일의 결과는 하나의 원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러 원인이 뒤섞인 복잡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언뜻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다. 또, 그 원인 파악이 이 잘못되었을 가능성, 원인 자체가 해버릴 가능성도 높다.


직원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던 문제점 중 '긴급 주문으로 중간에 끼어드는 주문이 많아 생산 계획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언급되던 단골 문제라 엑셀, ERP, 타 부서의 계획 지원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제대로 성공했던 적이 없었다. '방법이 어렵다', '일이 추가되어할 시간이 없다' 등이 실패의 주 이유였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보니 문제점은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많은 원인과 개선안을 쏟아내도 우리는 영영 이 문제를 풀 수 없었던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일반적인 문제 해결까지의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반복되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문제 정의'가 애초에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 어떤 원인과 그에 따른 개선안이 나와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면, 원인을 여러 개로 파악하고 개선안을 여러 개를 마련하더라도 쓸데없는 반복의 과정이 계속된다. 최초에 했던 '문제 정의'부터 '원인 파악' 내용 역시 계속해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그것을 원인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다품종 소량에서 긴급 주문이 들어와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에 생산 계획이 의미 없어진다'는 문제 정의부터 잘못된 것이다. '긴급'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생산 계획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긴급 주문은 생산 계획을 모두 뒤섞어 버리듯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지 중간에 끼어드는 장애물 같은 것일 뿐이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서가 밀리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때 해야 할 것은 '계획 취소'나 '계획 수정'이 아니라 '계획 연기'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계획이 바뀌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 계획하는 것을 포기해 버린다. 그리고 계획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폄하받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잘못된 의견을 야기하고 문제 정의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떤 잘못에 대해 '제 잘못입니다'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것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심해진다. 문제의 원인을 밝혀 내는 것은 '잘못되는 길'이 아니라 '잘못을 예방하는 일'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아예 배제해야 한다.

우리에게 '긴급 주문'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의 '특별한 요구'를 '공통된 수요'로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그 요구에 대한 그 어떤 불만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특별한 요구를 잘 수행해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긴급 주문으로 인해 계획이 밀리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일을 해야 한다.

1. 현재 하던 것을 그만둘지 끝낼지 판단한다.(1시간만 더하면 끝날 것을 무작정 끝내서 다시 시작할 때 3시간이 걸리지 않도록 한다.
2. 긴급 업무로 인해 납품 날짜가 바뀌게 되는 항목을 확인한다. (납품 일자가 같다면 굳이 작은 일정 변화를 알릴 필요는 없다.)
3. 납품 날짜가 바뀌는 것이 있을 경우 거래처에 연락해 사정을 얘기하고 납기 일정을 변경한다.
4. 납기 일정 변경이 불가능하면 안타깝지만 잔업을 해야 한다.
5. 이때, '내일 할 일'이 바뀌기 때문에 업무가 끝나고 나면 반드시 '내일 할 일'을 다시 정리한다.
6. 위 내용을 '항상', '꾸준히' 반복 한다.


문제를 문제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때로는 굉장히 아프고 괴롭다. 그렇지만 자신이 그 문제의 원인에 조금이라도 해당되는 경우 '탓'을 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며 실력 없는 행동이고, 자신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임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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