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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Jan 26. 2020

현명하게 카페 운영하기

이타적이면서 이기적으로 카페를 운영한다면

'선택의 순간'

당신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카페는 골목길이긴 하지만 상권이 활발한 대로의 바로 뒷 골목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동네는 지역에서 가장 땅값이 높은곳으로 유명하다. 그 동네에서는 드물게 넓은 주차장을 구비하고 있고, 2층으로 되어있으며 1층에는 약 15명, 2층에는 60명 정도가 수용 가능한 규모다. 이때, 한 손님이 찾아와 매월 토요일 중 1번을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 2층 전체를 빌려 줄것을 요청한다. 조건은 1인당 커피 1잔값. 그 손님은 독서모임을 한다고 하며 매회 50명의 인원이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당신이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해당 시간대의 카페 수익, 모임 동안의 피로도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봐야 하겠지만 쉽지 않은 선택임은 분명하다. 이 고민되는 선택을 '이타적'으로 결정을 내려준 한 카페 사장님이 있다.


여기서 독서모임 해야겠는데?
카페 랩에쏘의 1,2층 전경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와이프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근처에 카페가 보여 커피를 한잔 하러 들어갔다. 직접 로스팅과 베이커리까지 하는 카페였고 골목길 안쪽이였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랬다. 그리고 직접 로스팅을 해서 그런지 커피향이 가득했다. 와이프와 함께 특이해보이는 메뉴를 주문했다. 

랩에쏘의 시그니쳐 메뉴. '지산동 라떼'

"지산동 라떼 하나 주세요." 그 카페에는 동네의 이름을 딴 곡물크림을 얹은 라떼인 '지산동 라떼'라는 메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정말정말 맛있었다. 곡물라떼가 유행인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곡물 라떼중에서는 최고의 맛이였다. 그렇게 커피 맛을 음미하던 중 나에게는 '커피'이외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 카페의 '장소' 그리고 '규모'였다. 우리가 간 카페 '랩에쏘(LABESSO)'는 대구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수성구'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3호선인 황금역과 수성못역 사이쯤에 위치해있는 이곳은 황금역에서 도보로 약 7분정도 걸린다. 큰길 건너편에는 대구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아파트들도 위치해있는 아주 좋은 자리다. 그리고 1,2층을 합하면 최대 80명까지도 수용가능한 큰 규모일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는 드물게 굉장히 넓은 주차장도 있었다. 그런 좋은 카페에서 나는 '독서모임'을 해야겠다! 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독서모임이요? 네, 좋습니다. 

나는 현재 대구에서 2020년 1월 26일 기준 카카오톡 오픈톡방 기준 165명, 네이버 카페 162명의 인원이 참가하고 있는 '빡독X대구'를 주최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다함께 모여 각자 원하는 책을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읽으며 토요일 오전을 채우는 것은 이 모임의 기본이다. 거기에 참가자 혹은 전문 강연자의 '강연'을 무려 '무료'로 들을 수 있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경험까지 해볼 수 있다. 혹시 이보다 좋은 '무료' 커뮤니티가 있다면 제발 소개를 시켜주길 바란다. 작년까지 아는 지인의 배려로 굉장히 좋은 공간에서 5회의 모임을 가졌으나 올해부터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찾아간 랩에쏘였지만 이곳이 모임의 장소가 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랩에쏘 대표님의 연락처를 받았고 카페를 다녀간 후 따로 연락을 드렸다. 연락을 드린 다음날 대표님과 약속을 잡고 카페에 한번 더 방문을 했다. 그리고 뻔뻔하게(?) 부탁을 드렸다. 내가 이 모임을 하는 취지와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결과 등을 설명을 드렸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잠재적 이익도 설명을 드렸지만 어디까지나 '잠재적'이며 이 선택은 대표님의 '이타적'인 선택이 필요했다. 대구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이익 보다는 나눔을, 현재 보다는 미래를 고려해야만 했다. 그런데 랩에쏘 대표님은 기꺼이 '네, 좋습니다' 라는 선택을 해주셨다. 사실 150명이 넘는 인원이 수익사업이 아닌 공통의 내적동기를 가지고 모여있는데 함께 책을 읽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 자체가 참 황당하다. 이럴때 공공기관 혹은 지역사회, 지역 기업이 도움을 주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지역 최대, 최고의 모임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박태림 선생님과 안은경 강사님의 스피치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 덕에 지난 1월 18일 토요일, 2020년 첫 모임을 열 수 있었다. 이날 총 4개의 스피치가 있었고 이중에는 몸값이 시간당 50만원에 육박하는 '전문 강사겸 작가' 이창현님의 스피치도 있었다. 놀라운것 이런 수준높은 스피치 또한 무료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실력있는 직장인 '민지호님', 여성 리더십, 의사소통 관련 전문 강사 '안은경'님, 공립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이신 '박태림'님의 스피치가 함께했다. 이들은 모두 이 모임에 함께 참여해 책을 읽고 토론하는 참가자 분들이다. 이 엄청난 강연들은 우리가 운영하는 모임의 여러 가치 중 '하나'이다. 대구 시민들에게 '변화', '자기계발', '재테크'등 '책'을 기반으로 한 우리만의 소중한 문화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의 바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임의 주최자로써 이 모임을 반드시 지역 최대, 최고의 모임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이창현 작가님과 민지호님의 스피치
'이타적'인 '이기적'선택

랩에쏘 대표님께 상세히 다 설명드릴 순 없었지만, 대표님의 선택은 이타적이였지만 동시에 굉장히 '이기적'인 선택이다. 왜냐하면 카페 랩에쏘는 지역민을 위한 선택을 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돈으로 사기 어려운 가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1. 비용을 주고 쓰는 홍보성 바이럴이 아닌 참가자들의 '진실된' 바이럴

: 이미 지난 빡독X대구의 후기만 10개가 올라왔다. 물론 단순한 카페 방문 후기는 아니지만 이런 고급진 모임의 장소가 랩에쏘 이며, 이러한 글들은 카페에 어떤 새로운 연결을 만들게 될지 모른다.

2. 지역민을 위하는 '착한 카페'의 이미지

: 어떻게 보면 긴 시간동안 카페의 수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보다는 지역민을 위한 선택을 해주셨고 이는 분명 참여한 사람들에게 카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3. 카페의 조용한 시간을 가장 시끄럽게

: 토요일 오전은 카페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카페를 '가득'채운다는 것은 이러한 모임과의 상생관계가 아니면 힘들다. 우리는 오후 시간까지 사용했기에 도움을 드리기 보단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고, 그렇기에 카페 랩에쏘는 지역민들을 위한 이타적 선택을 우선으로 생각해 주신 것임을 알 수 있다.

4. 이 모임의 참가 인원들은 잠재적 고객

: 이 모임은 지역에 기반한 모임이다. 즉,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이 카페에 다시 찾을 수 있는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랩에쏘 근처에는 '수성못'과 '들안길'이라는 명소가 있기 때문에 더욱 들르기 쉬운곳이다. 나도 빡독X대구를 주최한 이후에 수성구 카페는 랩에쏘가 아니면 가지 않는다.


살면서 우리는 수 많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인 흑백간의 선택인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선택은 이타적임과 동시에 충분히 이기적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카페 랩에쏘 대표님께서 보여준 이타적 이기주의에 기반한 선택이었고, 카페를 오래 운영하신 '현명함'이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빡독X대구는 카카오톡 오픈톡방에서 '빡독X대구'를 검색하여 참여 가능하며, 네이버 카페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빡독X대구 카카오톡 오픈톡방 링크 : https://open.kakao.com/o/g4fszYKb

빡독x대구 스피치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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