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전해질까요?
새해가 밝았고 어느새 44일이 흘렀다. 1년이란 시간 중 12%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아직도 '새해'라는 느낌이 남아있는데 벌써 12%나 지났다니 정신 바짝 차리고 목표를 향해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45일 전 생각하지 않았던가? "내년엔 반드시 목표를 이룰 거야!"라고 말이다.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 100%라 할 때, 목표 달성률도 12%에 가까이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뚜렷한 목표와 전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전략을 1년간의 꾸준한 실천을 통해 마침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해 줄 미션, 즉 '사명'도 함께 갖고 있다. 나 역시 이러한 인생의 '사명' 그리고 그 사명을 지키고 살기 위한 '비전',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전략 목표', 목표까지 가는 데 있어 나를 지치지 않게 해 줄 '핵심 가치'를 뚜렷하게 갖고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직원들은 어떤 사명과 비전, 그리고 목표를 갖고 있을까?" 물론 이러한 것들을 '반드시'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삶에 지치지 않고, 꿋꿋이 나아갈 때 사명과 비전 그리고 목표, 인생의 핵심 가치는 굉장히 큰 버팀목이 된다. 이러한 것들이 나에게는 버팀목을 넘어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소다.
내가 직원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
회사에서 5년 차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직원과 나눈 메시지다. 한 명은 대학시절 '자작자동차 동아리'의 팀장 겸 드라이버를 맡으며 '챔피언'까지 지낸 진정한 차 덕후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의 동아리를 후원해주는 후원사의 대리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우리는 노-사 관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그에게는 '그만둬도 마땅하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 함께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먼저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버텼던' 시간을 이제는 '함께하고 싶은'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편지를 시작했다.
나는 20살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MT 한번 가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졸업을 할 때가 되어서는 회사 내에 산학융합관에 30평 크기의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학시절부터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찾아와 "나 형한테 일 좀 배워보고 싶어"라고 뜬금포를 던진 후배가 있다. 그 후배는 그 이후로 나의 자취방에서 합숙을 하며 나에게 직접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하는 업무를 가장 깊이 잘 알고 있는 분신 같은 존재로 성장했다. 그의 국가기술개발 사업에 관련된 실력은 국내에서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나와 함께 일하면서 그만둘 뻔 한 고비도 있었지만, 함께 이겨냈고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그가 나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치고 있는지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는 해야 하는 일은 반드시 해내고 마는 사람, 자존심이 강해서 반드시 '제대로' 해내야 하는 사람, 성공에 대한 집념이 강한 사람, 실력으로 말하는 사람,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나에게 비치고 있다.
직원들은 언제나 '내가 이 회사에 진정 필요한 사람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 잊고 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냈고,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얘길 해주고 싶었다. 칭찬해주고 싶었다. 성장은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겪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 해를 시작하며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사람은 살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기본이고 소모된 에너지는 무언가로 채워져야 한다.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것을 더 잘해야 하는지 얘기를 해줌으로써 그들의 에너지를 다시 채워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그들의 잠재력을 꺼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인생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다. 직원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해온 지난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면접자와 직원들을 만났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대와 현실이 맞아떨어져 실망하는 일이 적어졌다. '내성이 생겼다'랄까. 그런데 '어디 건방지게 인생을 예측해'라고 말하는 듯 반전을 선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직원의 경우 정말 뜻밖의(?) 성과를 잘 내고 있다.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사내에서 66일간 진행했던 자기 계발 프로그램에서도 1등을 해서 사비를 털어 현금 120만 원을 선물했다. 이런 직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야생에 던져놓고 '알아서 살아남아, 인생은 정글이야'따위의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의 방향성이 분명하듯이 그들에게도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헤매지 않도록 2020년에 기대하는 바를 메시지에 담았다.
직원들에게 '진심이 담긴'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대충 아무 말이나 쓰려고 시작한 것도 아닐뿐더러, '복붙'느낌이 나거나 혹은 '공지'와 같은 인사치레는 안 하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성에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 그렇지만 꼭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실천에 옮길 수 있어 좋다. 아직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기에 부족함이 많은 리더지만, 언젠가는 이들과 함께 '함께 하고 싶은 회사'를 실현해 내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