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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Feb 19. 2020

내 상사가 직장에서 '정치'를 하는 이유

그들에게 '정치'는 '직업'인 것인가?

몇 년 전, 사업차 알게 된 한 국가 산하기관의 연구원님과 식사자리를 가졌다. 국내 최대, 세계 top 5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 출신인 그가 훨씬 낮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연구기관으로 이직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사업차 만났으나 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그와 나는 그 시간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저녁자리라 자연스레 편안해진 분위기를 틈타(?)  그에게 높은 연봉도 뿌리치고 연구직으로 이직하게 된 이유를 물어봤다.


저는 사내 정치를 잘 못했고, 하기도 싫었어요

고액 연봉을 준다 해도 싫다니. 사내 정치가 그에게 주는 고통은 그가 받는 연봉보다 높았을 것이다. 사내정치에 관한 이슈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사기업을 퇴사하는 이들에게 심심치 않게 들어온 이야기다.

  

여러분은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대 사회학의 창지사'라고 불리는 독일의 막스 베버는 1919년 1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을 했다. 그리고 그 강연은 역사에 남을 'Legend' 강연이 됨은 물론이고 그 내용은 책으로 집필되어 현대 사회과학적 논의에서 늘 중요한 거점으로 언급되고 있다. 막스 베버는 정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정치라는 개념은 지극히 광범위하여, 독자적으로 수행되는 모든 종류의 지도적 활동을 다 포괄합니다. -중략- 정치란 국가들 사이에서든, 한 국가 내 집단들 사이에서든, 권력에 참여하려는 노력 또는 권력배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노력을 뜻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배 정당성의 근거 : 세 가지 유형

막스 베버는 지배가 정당하게 여겨지는 것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전통적 지배

전통적 지배는 '가부장 문화'로 대표되는 옛날부터 통용되어 오고 습관적으로 준수되어 심지어 신성화된 관습의 권위다. 직장 내에서는 '어디 감히'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상사가 있다면 그는 전통적 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을 것이다.

카리스마적 지배

이렇게 전통적 지배로써 '지배'를 설명하고 있자니 부정적 편견이 들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카리스마적 지배는 그런 당신의 편견에 균형을 맞춰 줄 것이다. 카리스마적 지배는 비범한 개인의 천부적 자질(카리스마)에 의한 권위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지배는 지배당하는 사람이 순전히 개인적으로 그에게 헌신하며 신뢰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순신 장군'이 가진 '지배력'은 그의 '카리스마'에서 시작된다 볼 수 있다

합법적 지배

지배가 '합법성'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집단의 약속에 의한 타당성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 합리적으로 제정된 규칙에 바탕을 둔 객관적인 권한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 공무원 조직에서의 직급 체계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지배의 개념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

정치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정치를 <위해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에 <의존해서>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식은 결코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p.48

막스 베버에 의하면 정치에 <의존해서>사는 사람은 정치를 '소득원'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정치를 <위해서>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현대 정치인들의 행태(?)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직장 내 정치를 분석하기 위한 개념으로만 활용하겠다. '직장 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소득원'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한다. 즉, 그들이 갖고 있는 힘의 원천이 바로 이 '정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회사에서 정치 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영원히 누군가의 바람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직장 내 정치는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조직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일부 분야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스 베버가 언급했듯이 결속을 위한 지배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굳이 남의 인생의 질까지 떨어뜨리면서 까지 정치 스텐스를 유지하는 직원이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한 전통적 지배 스타일을 가진 자와는 함께 일 할 생각이 없을 것 같다. (이 마음 변치 않기를 이 글로 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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