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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Feb 21. 2020

대구경북 중소기업 사장에게 코로나가 끼친 영향

'통제 불가능한 것'이 주는 위험성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무서운'상황이 닥친다. 이런 상황은 '천재'와 '인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천재'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홍수가 난다던지, 폭설이 내려 도로가 마비되는 경우, 40도가 넘어가는 불볕더위, 영하 10도가 넘어가는 극한의 추위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천재지변이 일어나게 되면 물류가 마비된다. 물류가 마비되면서 제품의 생산이 지연되고, 지연된 생산은 납기 지연을 야기한다. 납기 지연은 곧 입금 지연으로 연결되고, 중소기업의 자금 흐름이 막히면 사장은 점점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해당 지역의 '천재'를 상대에서 이해를 해준다면 큰 화는 그나마 면할 수 있지만 상대측이 해외에 있다든지, 만나기 어려운 곳에 있다면 상대는 그 천재를 고려하지 못하고(한다고 해도 딱히 공감을 못 할 것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될 수도 있다.


천재는 왠지 '어쩔 수 없는 일'만 같이 느껴진다. '인재'는 방화 혹은 담배꽁초 등과 같은 원인에 의한 화재 사고, 수출 중인 국가의 통화 폭락, 생산하는 품목의 분야에 새로운 규제의 제정 등이 있을 수 있다. 천재가 어쩔 수 없는 일인 반면'인재'는 자주 겪다 보면 '인간이니 그럴 수 있는 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보통은 인재보다 천재를 더 두려워한다. 단, '인재'를 겪어보기 전 까지는 말이다. 인간에 의해 생기는 재해야 말로 진정한 '재난'이라 생각한다. 이런 천재지변이 생길 경우 사람들은 '원인'을 생각하기보다는 '해결'에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빨리 정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그렇지만 '인재'는 다르다. 사람들은 원인이 '누구'인지에 집중하게 되고, 합당한 비난을 준비한다. 그렇게 '뭣이 중헌 지'모르는 상태를 야기하는 것이 진짜 '인재'가 무서운 이유인 것이다. 인재는 문제의 본질을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그러한 배경 속에 점점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지는 것이다.


대구 = 고담 도시?

나는 현재 대구의 서북부 쪽의 '왜관'이라고 하는 지역에서 자동차 튜닝용 현가, 제동장치를 제조하고 있다. 엊그제부터 시작하여 '대구 경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이슈 도시'로 불리고 있다. 이전에도 대구는 '고담 대구'라는 악명을 얻기도 했었다. 1995년 4월 발생했던 도시가스 폭발 사고, 2003년 2월에 있었던 슬프고 슬펐던 일,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할 사건 사고들이 이러한 악명의 원흉이었나 보다. 그런데 2020년, 또 한 번 최악의 '인재'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코로나 19 사태'이다. 

신천지, 니들이 종교니?

'신천지'라고 불리는 사이비 종교의 신도에 의해 대구 경북을 시작으로 그야말로 '미친 듯이'퍼지고 있다. 이건 마치 '코로나 대 참사'라 불릴만한 사건이다. 일부에서는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고, 대구 동성로는 유례없는 정적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에게 끼친 영향

이러한 사태는 중소 제조기업 사장인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미칠 지경이다. 여러 가지로 최악의 상황임에는 틀림없고 나빠지고 있는 상황은 내 목을 더 조여 오고 있다.

1. 업무의 효율이 떨어진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면서부터 불안해서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나도 이러하니 직원들은 오죽할까. 회사 전체의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2.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원자재를 수급하고 있다. 안 그래도 매년 초는 중국의 명절인 '춘절' 그리고 '춘절 휴가'로 인해 재고를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것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일부 부품이 수급되지 않고 있다. 급하게 국내에서 수급 가능한 부품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우리 회사는 중국 수입 비중이 크지 않아 다행이지만 비중이 큰 회사들은 이미 서서히 주저앉고 있다. 그리고 그 업체들이 주저앉는다는 것은 우리와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새로운 납품처 혹은 거래처를 찾아야 하고 지금까지 했던 그 모든 협업 과정을 다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생산이 느려지고 매출이 떨어진다.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서서히 목이 조여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재고가 동이 나고 나기 전 부품 수급을 안정화하지 못하면 출고가 멈추게 된다. 또, 대한민국의 경제 활동이 줄어들고 있고, 벌써 출고량이 줄어들 것 같은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생산이 줄고 출고가 줄어들면 당연히 수익이 줄어든다. 하지만 한 가지 줄어들지 않는 것이 있다. '고정비'이다. 그래도 여전히 대출 이자는 갚아야 하고, 각종 세금을 내야 하며, 직원들 월급도 지출해야 한다. 이 사태가 끝나고 직원들을 실업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최악의 상황에는 무급휴가를 불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거대한 사태 앞에 한낱 중소 제조기업 사장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이 사태의 원인부터 해결까지 모든 것은 내 통제 범위 밖에 있다. 즉,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마음먹는 순간 인간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나는 살아남아야만 하고, 회사를 지켜내야만 한다.


1. 미리 계획 세우기

최악의 상황이 닥치고 나면 심사숙고를 거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상황이 목을 조여 오고 있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결제 금액이 얼마고, 가용할 수 있는 돈은 얼마고, 어떤 지출을 통제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리 계획을 세워봐야 한다. 

2. 은행과 상담하기

뉴스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소기업 긴급 융자'를 지원 결정했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어디 돈이란 것이 그렇게 쉽겠는가? 절대로 '그냥'주지 않는다. '왜' 돈이 필요하며, '얼마'가 필요하고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사업계획서를 신청서와 함께 작성해야 한다. 그렇게 관할 시청 혹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하면 지원금을 '옛다'하고 줄까?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부기관은 절대 융자를 위한 '담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자 보전'을 해주고 '시행'을 허락해줄 뿐이지 당신 혹은 당신의 회사가 '담보'가 없다면 뉴스에 나오는 그 모든 '지원'은 남의 이야기가 된다. 만약을 대비해 사업계획서 작성을 하고, 은행에 '신용 담보' 가능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해 놓았다. 이마저도 정부 혹은 지방, 금융권의 상황까지 안 좋아진다면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3. 최선의 예방 실시하기

아직까지 우리 회사 혹은 거래처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진 않았다. '아차'하면 늦는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방을 해야 한다. 오늘부터 근무 시작 전 모든 직원들의 체온을 쟀고, 컨디션을 확인해 좋지 않은 직원은 귀가시켰다. 각 부서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납품이나 출납으로 인해 외부에 나가는 직원이 있을 경우 얼굴에 절대 손을 대지 않도록 면봉을 지급하고 철저히 교육을 시켰다. 


매일매일 상황은 안 좋아지고 있고, 서서히 목이 조여오는 것이 느껴진다. 솔직하게 불안하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정신 차리지 않고 뚜렷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으면 회사는 무너질 것이고, 직원들은 실직자가 되며 내 인생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요소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안전을 위한 최대한의 확률을 확보하는 것, 다수의 '만약에'를 계획하는 것이다. 제발 이 사태가 진정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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