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따라 산책. 경복궁 별빛 야행
한국문화재단에서 공지가 뜬다. 보통 1년에 2회 진행을 한다. 일반적으로 3월, 8월 예매를 하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늦춰진 듯하다. 한 달 정도 진행을 하며 1회당 인원수가 제한되어있다. 경복궁 전체를 소수의 인원으로 야간에 돌아다니는 게 골자다. 별빛 야행은 갈 때마다 정말 잘 꾸며둔 멋진 투어라는 생각이 든다.
배가 살짝 고플 시간 즈음 흥례문이 보이는 광장에 모인다. 시간이 되자 근위병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뒤로 나인이 나와 우리를 환영한다. 간단한 설명을 시작으로 경복궁 소주방으로 이동한다.
소주방은 과거 음식을 준비하던 곳이다. 특히 잔치 등을 준비하던 곳으로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 음식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우리는 도슭 수라상(도시락의 어원이다)을 대접받는다. 반찬이 무려 12종류나 되는데 진짜 맛있다. 재료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식사가 끝났음에도 그 맛과 향이 여운을 남긴다. 이런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판소리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예약비가 전혀 아깝지가 않다. 달빛기행과 별빛 야행에서 진행하는 국악공연은 모두 국립국악원에서 나와 공연을 한다.
맛난 식사를 한 뒤 본격적으로 경복궁을 돌아보러 간다. 소주방에서 나서는 우리에게 초롱을 건네준다. 종종 잘못 고르면 불빛이 약할 수 있으니 잘 골라보도록 하자.
초롱을 들고 건물들의 담장이 만드는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교태전에 도착한다. 교태전이 첫 목적지다. 교태전은 과거 왕비의 침실로 한때 소실되었다가 1990년에 다시 지어졌다. 왕비의 침실인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교태전을 지나 집경당과 합화당으로 간다.
이곳은 나인들이 묵던 숙소이다. 내부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곳곳에서 물씬 묻어 나온다. 당시 썼을법한 소품들이 그 멋을 더해준다. 고즈넉한 별밤의 아름다움이다. 은은한 조명덕에 분위기 또한 사랑스럽다. 신발을 벗고 조심조심 걸어가다 보면 그 끝이 나온다.
다음 목적지는 경회루이다. 과거 수많은 일들이 있던 그 장소로 우린 향한다. 겉에서 보는 경회루는 참으로 화려하다. 북악산과 인왕산이 안 보여서 그 멋이 덜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한밤중의 경회루는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 경회루를 아래에서 올려다본다. 경회루를 받치는 수많은 기둥이 보인다. 문득 구엘공원의 집수관이 떠오른다. 경회루 중앙에 한 악사가 가야금을 뜯고 있다. 건물과 하나가 되어 그의 이야기를 하는듯하다. 하나의 영화를 보는듯하다.
마지막으로 근정전으로 향한다. 얼마나 왕들의 업무를 중히 여기는지 이름부터 부지런하다. 과거 경복궁의 중심이자 조선의 중심답다. 여정의 마지막으로 적절하다.
조선의 왕궁은 각각의 멋이 있는 듯하다. 근엄하고 절제된 경복궁, 포근한 창덕궁같이 말이다. 경복궁은 절제된 모습이 멋인 만큼 당시 왕에게는 답답한 곳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창덕궁을 더 사랑한 그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것같다. 나 역시 창덕궁에 더 호감이 가는게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흥례문을 향해 간다. 2시간의 여정이 꿈만 같다. 마치 조선시대로 과거 여행을 다녀온듯한 기분이다. 저 문을 넘어가면 다시 내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3번째 별빛 야행이지만 항상 마지막은 아쉽다. 다음에도 또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