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별빛이 내린 땅. 서울

서울 예찬. 서울의 궁궐

by George Chung

서울에는 참 많음 궁궐이 있다. 경복궁부터 해서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운경궁. 근 10년을 살아가면서 경복궁과 창덕궁 외에는 잘 안 갔던 것 같다. 2017년 아직은 무덥던 10월의 어느 날. 추석 연휴인 만큼 특별한 일 없이 집에서 쉬다가 문득 모든 궁궐 입장료가 무료인 것이 떠올랐다. 이번 기회에 창경궁을 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집에서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창경궁은 몇 차례의 화재와 전화로 인해 전각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는 않은 곳이다. 게다가 일제에 의해 동물원, 식물원이 들어오고 궁원조차 일본식으로 만드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창경원으로 격하되는 지경에 이른다. 80년대 복원사업을 통해 현재의 창경궁으로 돌아왔다. 일본의 야만스러움은 이렇게 현재까지도 남아있다.


창경궁은 종로구에 존재하며 서울대병원 길 건너에 정문인 홍화문이 있다. 홍화문을 통해 들어가면 옥천교를 건너 명정문이 보인다. 하지만 난 과감히 우측으로 이동한다. 문을 지나가면 수목이 우거진 길이 나온다. 도심 속에 이런 녹지라니! 진작 와보지 않은 게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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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가면 춘당지가 나온다. 춘당지 주변으로 벤치도 있어 앉아 쉬기 좋다. 앉아서 호수를 보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이런 멋진 공간을 동물원으로 만들었다니. 조상들이 느꼈을 치욕스러움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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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나무 사이로 온실도 보인다.

명정전으로 향하는 길. 소나무 밭을 지난다. 깨지는 햇살 사이를 산책을 하니 왕이라도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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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뒤로 담장이 보인다. 담장을 따라 올라가니 영춘헌이 나온다. 그 앞으로 오층 석탑이 있다! 성리학을 받들던 이곳에 오층 석탑이라니 흥미롭다. 조금이나마 당시 왕족의 생활상을 엿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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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과 소나무가 너무 잘 어울린다. 풍경과의 조화를 중시한 한옥의 아름다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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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함양문이 나온다. 창덕궁과 연결된 길이다. 이 문을 지나 창덕궁으로 넘어가니 창덕궁 후원의 시작점인 관물헌이 나온다. 오늘은 후원 입장권이 매진이라 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해 겨울. 다시 창경궁을 찾았다. 이번에는 얼마 전에 진행했던 사진 강의의 뒤풀이 겸 사진 촬영을 가기 위해서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혜화에서 우선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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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베트남 음식점은 몇 번을 다시와도 만족스럽다. 쌀국수도 맛있지만 특히 반미가 맛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인 창경궁 여행을 떠난다.

첫 목적지는 저번에 왔을 때 건너뛰었던 대온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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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은 창경궁 내 또 다른 치욕의 공간으로 동물원과 같이 만들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치욕의 역사이지만 남겨서 박제를 해두니 역사적 증거물이 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사를 떠올리며 교훈과 나아갈 길을 배워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광화문 바로 뒤에 있던 흉물스러운 조선총독부가 떠오른다. 고 김영삼 대통령이 이 건물을 해체하려 하자 일본이 협박을 하며 스스로 해체해서 가져간다고 말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반성은 1도 없는 일관적인 나라다. 그때 일본 놈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총독부 건물을 철거해버린다. 개운하다. 지금은 천안의 독립기념관 서쪽에 총독부 첨탑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당시 사용되었던 벽돌은 첨탑을 두르는 계단식 담이 되었다. 돌을 던져도 괜찮고 오물을 투척해도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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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야기로 돌아오자. 눈 앞에 대온실의 화려한 외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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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온실에는 수많은 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다. 관리가 잘된 식물원이다. 습기 덕분에 들어가자마자 안경이 뿌예진다. 다양한 나무부터 양치식물까지 눈이 즐겁다. 그리 크지는 않아 둘러보는 건 금방이다. 나가려니 찬바람이 두렵다.

얼마 전에 많은 눈이 내려서인가 걷는 내내 궁 안은 새하얌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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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사이로 고양이 한 마리가 놀고 있다. 어찌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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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만에 다시 찾은 소나무 숲은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다. 흰 눈 사이로 푸릇함을 유지하는 상록수답다. 추위에도 꼿꼿이 서있는 게 고고한 선비를 보는듯하다. 사대부들이 좋아할 만하다. 한참 사진을 찍다 다시 담장을 행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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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전 앞에도 눈이 많이 쌓여있다. 눈 덮인 품계석 사이로 까치 한 마리가 날아간다. 과거의 영광이 덧없이 느껴진다. 쓸쓸함마저 느껴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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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배경으로 어처구니가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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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인정전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궁투어를 마무리한다. 돈화문을 나와 인사동으로 향한다. 추운 곳에서 떨어서인가 따뜻한 차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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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몸을 녹여주는 따끈한 한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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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활력이 돌아왔다. 청계천의 등 축제로 향한다. 곧 닭의 해라 닭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치킨이 먹고 싶다. 수많은 등불과 조형물들이 청계천을 수놓는다. 손이 어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새 폭포가 나온다. 청계천의 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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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시작점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남아있다. 크리스마스가 막 끝난 탓이다. 벌써 새해가 다가온다니 아쉬움과 두려움, 기대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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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멋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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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다시 찾은 창경궁. 최근 상설 야간개장을 시작했다기에 찾아왔다. 한옥은 야경도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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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문에서 바라본 명정전. 당장이라도 왕이 나와 호통을 칠 것만 같다.


서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이다. 북촌부터 서촌을 거쳐 덕수궁을 걷고 있으면 조선시대에 와있는 것 같을 정도로 한옥과 고궁이 잘 보존되어있고 발전해나가고 있다. 반면에 한강이라는 역사적인 강을 건너는 순간 초고층빌딩이 가득한 강남과 잠실이 나온다. 극히 현대적인 곳과 역사적인 곳이 한 곳에 있으며 조화롭게 서로를 부각한다. 이런 도시는 잘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다이내믹하고 재미로 가득한 이 서울을 난 평생 사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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