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 뛰어노는 곳.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아침을 일찍 챙겨 먹고 친구들이 나갈 준비를 하는 사이에 4명이서 어제 빌린 차를 찾으러 간다. 차를 찾는 곳이 구시가지와 가까워 다시 한번 우버를 탄다.
내비게이션은 추가하지 않고 구글 지도로 해결하기로 했다. 외국에서는 역시 구글 지도가 쓸만하다. 대중교통 검색부터 내비게이션까지. 여행의 필수 아이템이다. 우린 오전에 플리트비체에 도착하도록 서두른다.
오늘 하늘이 맑은 게 플리트비체의 풍광이 기대된다.
자다르에서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가다 보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보통은 자그레브에서 당일치기로 많이 온다. 자그레브에서 버스도 많으니 참고하자. 역시 유명 관광지답게 주차할 데가 없다. 그래서인지 다들 갓길 주차를 해두었다. 주차장 앞에는 매표소가 있다. 아직은 줄이 그리 길지는 않다. 30분 정도 기다리자 우리 차례가 온다. 티켓을 구매하고 나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벌써 점심시간이구나. 국립공원 안에 있는 식당을 가기에는 너무 배가 고플 듯하다.
마침 카페테리아도 있고 해서 버거를 시켜 먹기로 한다. 역시 관광지라 그런가 크로아티아 물가 치고 비싸다.
그래도 맛은 있다! 직접 불에서 구워준다. 오늘 6시간은 걸어야 하니 500ml짜리 물 하나도 같이 샀다. 하지만 더위와 거리를 너무 쉽게 생각한듯하다. 이후 선착장의 카페테리아에 도착했을 때는 남은 물이 없었다. 그때 1.5L짜리 하나를 더 샀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이렇게 길 안내가 잘 되어있다. 우리는 각자 코스를 정해 플리트비체를 즐기기로 한다. 난 당당히 K로 선택! 트래킹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완벽한 코스이다. K코스는 오로지 도보로만 플리트비체를 한바퀴 도는 것이다. 친구들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H코스를 선택했다. 그 외에도 방향등에 따라 A~K까지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있다. 보통 배를 타고 건너가 큰 폭포를 즐기고 나오는 H코스를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배에서 보는 플리트비체도 매우 아름다웠을듯하다. 그 외 코스의 경우도 표지판과 매표소에서 나누어주는 지도에도 자세하게 잘 설명이 되어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하자. 중간중간 이정표도 잘 만들어져있어 길 잃을 걱정은 없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수면 아래로 송어 떼가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산책하기 딱 좋은 길이다. 공원의 시작은 호수를 따라 평탄하게 이어진다. 맑은 날씨에 시원한 나무 그늘, 푸르른 에메랄드 빛의 호수에 마음이 정화된다.
플리트비체의 전경. 요정의 숲이라 불릴만한 풍경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예전에는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곳은 한때 크로아티아 내에서 지뢰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국립공원 내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폭포로 가득하다.
입구에서 호수의 반대쪽까지 걸어가면 선착장이 있다. 선착장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고 그 주변으로 식당과 매점이 있다. 난 물 1.5리터 하나와 간단히 먹을걸 하나 사서 잔디밭에 드러눕는다. 근데 어디선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친구들이다! H 코스를 선택했는데 사람이 하도 많아서 배를 타는 걸 기다리다 보니 나랑 비슷하게 도착한 것이다. 이제 친구들은 내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곧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각자의 길을 나선다. 지금까지는 나무판자로 만든 편안한 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진흙밭이다.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 든다. 중간중간 뻘이 너무 깊어 큰 나무나 돌로 길을 만들어 둔 곳도 있다.
사람이 적은 코스여서인가 예쁜 들꽃들도 많이 보인다. 진정한 크로아티아의 자연으로 들어간다.
조용한 산속에는 산새 소리만 지저귄다. 이래서 혼자 걷는 걸 좋아한다. 오로지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생각에 빠져본다.
한참을 걸었을까. 확실히 산속의 해는 빨리 진다. 해질 시간이 몇 시간이나 남았는데 산 능선에 해가 걸리기 시작한다. 약속시간도 다가오니 좀 더 서둘러 걷기 시작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꽤나 큰 폭포를 바로 옆으로 지나가니 물이 튀기 시작한다. 땀이 식을 정도로 시원하다. 폭포를 지나 조금 더 가다보면 작은 선착장이 나온다. 더는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없다. 플리트비체의 여정이 끝났음에 아쉬움이 밀려온다. 이제 이 배를 타면 입구로 돌아간다. 마치 요정의 집에 놀러 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여름의 플리트비체는 정말 아름답다. 푸르름으로 가득한 이 공간은 맑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마음 가득 맑아진 기분이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친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단체사진 하나는 남겨야지!
플리트비체 전체 지도를 보여주는 표지판 앞에서 촬영을 하고 근처 캠핑장(Camping place BEAR plitvicki plap d.o.o.)으로 이동한다. 오늘은 캠핑장에서 1박을 하려 한다. 방갈로를 예약했는데 방이 생각 이상으로 깔끔하다. 아쉬운 점은 우리가 늦게 도착하다 보니 밥 먹을 데가 없다. 다시 차를 끌고 밖에 있는 마트로 가서 간단히 해결할만한 것을 사 온다. 맥주 한잔과 함께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