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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Extra. 고요한 열정의 섬. 제주도

용암이 흐르던 땅. 제주도

조금은 늦은 아침. 문을 열고나오니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아직 겨울임에도 문 앞은 이미 봄이 시작됐다.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이미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포해안 주상절리대로 향한다. 해안 길을 따라가는 길. 하늘이 참으로 맑다. 어제까지의 흐린 날씨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주차를 하고 입구를 들어가니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주상절리에 대해 가볍게 설명을 하자면 용암이 급격한 냉각에 의해 생성되는 지형으로 보통 4~6 각형의 긴 기둥모양을 형성하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지형을 주상절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의 해안, 경주, 광주 무등산 등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다.

겨울의 시림을 담은 듯한 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 잔잔한 바다에 요트가 떠있다. 찬란히 깨지는 윤슬 사이로 떠있는 요트가 참으로 운치 있다.

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주상절리도 멋지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찔한 해안 절벽을 걷고 있으면 어느새 바다의 웅장함이 마음속에 들어온다. 마음에서는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흘러넘친다. 아무래도 인자는 되기 힘든 가보다. 역시 산보다는 물이 좋다. 산책길을 따라 곧게 뻗은 해송이 푸르른 하늘을 담아 무럭무럭 자라고있다.


상쾌한 산책을 마치고 나니 한라봉 아이스크림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의 제주도이다. 어찌 거부하겠는가. 각자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차로 향한다.

아직은 유명하지 않은,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군산오름으로 향한다.

군산오름은 정상에서 한라산, 서귀포 일대를 전부 내려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일출이 유명하다고 한다. 조망이 좋은 곳이라 일본의 군화에 짓밟히기도 했던 곳이다. 진지동굴이 이곳에도 있다. 이리도 멋진 오름에 개미굴처럼 구멍을 뚫어두었다. 마음이 아프다.

오름답게 약간의 등산은 필수이다. 대략 20~30분을 걸어 올라가면 순간 길 끝으로 하늘이 나타난다. 탁 트인 풍경이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떠간다. 저 너른 난드르가 눈 아래 펼쳐진다. 참으로 시원한 풍경이다.


조금은 늦은 점심. 아침을 늦게 먹어서인가 이제야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오늘 점심은 고기국수가 먹고싶어 자주 가는 식당으로 향한다.

제주도의 향토음식인 고기국수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보자. 이 섬의 고기국수는 흑돼지를 고아낸 육수에 수육을 올려 한상 차려 나온다. 우리네 국밥이라 볼 수도 있겠다. 보통 잔칫날이나 경조사 때 혹은 간단한 식사나 해장을 위해 먹고는 했다고 한다. 제주도의 소울푸드 이리라. 제주도에서는 의례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중히 여긴다고 한다. 돼지가 다산과 생산의 의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주도에서 보통 고기라 함은 돼지고기를 말하곤 한다. 결국 고기국수도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제주도에 온다면 꼭 배지근한 고기국수 한 그릇씩 즐겨보도록 하자.


오랜만에 찾은 식당은 유명세만큼이나 사람이 가득가득하다. 앉아서 주문을 하니 10분도 지나지 않아 음식이 준비된다. 아무래도 음식 특성상 가능한 것 같다. 조금은 심심한 육수 한 모금을 떠먹는다. 진한 사골의 맛이 입안을 휘감는다. 이 맛을 어찌 잊으랴.

다진 양념 약간. 김치 한입.

완벽한 한 끼가 따로 없다. 같이 시킨 만두도 한입 베어 물어본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다음 목적지인 성 이시돌 목장으로 향한다. 이 목장은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우유가 참으로 맛난 곳이다. 이시돌은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의 성인이다. 이시도르라고도 하며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이다. 농부를 돌보는 성인으로 추앙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목장은 목장 자체도 유명하지만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피정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산속에 나있는 국도(1115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너른 벌판이 나온다. 그 벌판에서 뛰어오는 말과 소가 보인다.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목장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조그마한 카페가 보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잠시 멈춰 풍경에 물들어있다. 우리도 카페로 들어간다.

카페에서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우유를 이용한 많은 유제품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밀크티가 마음에 들었다. 고소하고 달콤하기까지 한 우유가 홍차의 맛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준다. 우도에서 공수해온 땅콩이 고소함을 더해준다. 한잔의 즐거움이란 이것을 두고 한 말이리라.

카페에서 나오면 테쉬폰이 보인다. 페르시아의 테쉬폰 궁전에서 시작된 건축양식인데 목동들의 숙소 겸 쉼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카페에서 조금 더 차를 타고 들어가면 가톨릭의 성지가 나온다. 삼위일체 대성당과 그 뒤로 새미 은총의 동산, 성이시돌 피정의 집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주차장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점에는 우유를 이용한 다양한 물품 등을 팔고 있다. 우유 잼이 정말 맛있으니 꼭 먹어보도록 하자.

은총의 동산과 세미소오름을 걷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일몰을 보기 위해 바로 근처에 있는 금오름으로 향한다. 신을 뜻하는 금을 가진 이 오름은 과거부터 신성시 여기던 곳이었다.

노을을 뒤로 패러글라이딩이 한참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어떤 기분일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제 올해의 마지막 태양도 한 번밖에 못 보겠구나.

아쉬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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