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할까?

논문으로 세상읽기

by gina

찬바람이 불어오면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여러 맘카페나 에듀카페에도 “문·이과 상관없는 중3 여아, 어느 학교를 선택해야 할까요?”, “고교 선택 도와주세요”와 같은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그 밑에는 또 수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평준화 지역은 평준화 지역대로, 비평준화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대로 원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수십 번 고민하고 결심했다가, 다시 번복하기를 반복한다.

귀는 왜 그리 얇은지, 이 풍월에 흔들리고 저 풍월에 또 흔들리기도 한다.

아이가 “저는 무조건 이 학교 갈래요”라고 말해주면 부모 마음이 훨씬 편할 텐데,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 역시 두 아이의 고입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사는 곳은 평준화 지역, 소위 ‘학군지’라 불리는 곳이다. 10층짜리 건물 1층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점이, 2층부터 10층까지는 학원만 빼곡히 들어서 있다.

큰아이는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는데 진심인 것도 아닌, 평범하면서도 약간 독고다이 스타일의 아들이다. 영어를 몹시 싫어하고 못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는 교육과정을 가장 먼저 살펴봤다. 중학교 친구들이 많이 가는 학교 대신 옆 동네에 있는, 소위 ‘내신 따기가 조금 수월하다’는 평이 있는 학교를 선택했다. 아들은 그때 어디든 상관없다고 했고, 그래서 1지망으로 지원해 다행히 합격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바로 옆 동네라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던 모양이다. 중학교 친구들이 많이 없어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막상 친구 하나 없는 곳에서 새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원래도 내성적인 성격 탓에 고등학교 생활은 무척 힘들었고, 그 좋아하던 체육대회를 고교3년 동안 한 번을 안했다(체육대회 날 매력을 발산하는 아이인데) 학교생활이 힘드니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결국 내신도 폭망! 그때 깨달았다. 고등학교는 아이의 성향을 먼저 살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아들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예민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아이였다. 신학기 3월만 되면 늘 힘들어하던 아이를, 중학교 친구들이 거의 없는 다른 동네 학교로 보낸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2년 뒤, 둘째 딸아이의 고입을 준비할 때였다.

딸은 공부도 곧잘 하고 욕심도 있으며 대인관계도 원만했다. 중2 때부터 나는 딸을 자사고에 보내고 싶었다. 딸은 관심이 없었지만, 본인 말로는 엄마의 가스라이팅에 “자사고는 꼭 가야 하는 곳”이라 믿게 되었다고 했다.

1지망은 자사고, 2지망은 집에서 가까운 과학중점고를 썼다. 반년 동안 주말마다 자사고 대비 학원도 보냈다. 학원 선생님이 “OO가 떨어지면 누가 붙겠어요?”라는 말까지 하니, 나도 모르게 기대가 커졌다.


면접을 보고 온 딸은 “너무 외운 티가 난 것 같아”라고 했지만, 당연히 붙을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 그날 딸은 처음으로 깊은 좌절을 경험했다. “엄마 때문에 실패의 쓴맛을 처음 알았다”며 “나는 그냥 일반고 가서 주목받으면서 학교 다니고 싶었는데, 왜 가스라이팅을 했냐”고 울며 말했다.

딸의 원망을 들으며, 나 또한 힘들었다. 자사고를 원망했다가,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다행히 2지망으로 쓴 과학중점고에 합격해, 지금은 불평도 하면서 그냥저냥 다니고 있다.




그럼 고등학교 선택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선행연구를 살펴보자.

고교 유형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가정 배경, 학생의 개인 특성, 고교 선택 고려요소, 진로의 영향력, 학교 특성과 고교 유형 선택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먼저 가정 배경은 중학생의 학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외국 연구에 의하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부모의 학교 선택 전략은 자녀와 유사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 한다. 특히 중산층 부모는 다른 계층보다 학업 성취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왠지 외국인들은 학업 성취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만의 편견이었다.

국내연구는 어떨까? 가정배경이 개인의 노력이나 성취수준과 독립적으로 중학생들의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생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안 하는지,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지 못하는지에 상관없이 가정배경이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또한, 다른 변인들(예. 학생의 노력, 성취수준 등)의 수준이 동일하다면 특목고나 일반고 진학은 상위 계층 학생에게 좀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부모의 교육수준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실업계보다는 일반고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를 찾아보자.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자녀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으며 교육 지원이 많은 부모일수록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학습 분위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반면 자녀교육에 대한 지원이 적고 자녀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지 않은 부모일수록 통학거리나 교통조건과 같은 요인을 중시하고 있었다.

비슷한 연구로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높고 자녀에 대한 기대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학교선택 시 학교의 교육력을 중시하며, 가구소득과 부모교육기대 등에 따라서 특목고, 자율고, 일반고, 전문계고 순으로 진학계획이 차등적으로 분포함이 나타났다.

학부모의 교육수준이 높거나 학교 평균소득수준이 높을 때 특목고에 많이 진학하며, 같은 맥락으로 특목고 진학학생들은 다른 유형의 학교 선택을 한 학생들에 비해 고학력 고소득 고위직 부모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한 연구가 있다.

성별도 고등학교 선택에 변인이 될까? 한 연구에 따르면, 여학생은 통학거리 및 교통을 최우선으로 하여 고등학교를 선택할 개연성이 큰 반면 남학생은 고등학교의 명성과 전통을 최우선으로 하여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고등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교육 포부, 학습동기, 자아존중감과 같은 심리적 특성 등도 고등학교 진학에 영향을 줄까? 서울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학습동기와 교육포부수준이 높을수록 일반고보다 특목고와 자율고 진학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습동기가 낮을수록 전문계고 진학계획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중학생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수업태도가 좋은 학생은 전문고보다 일반고에, 일반고보다 특목고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구광역시 대상으로 한 연구와 서울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종합해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고등학교 선택 시 공통적으로 통학시간, 대학 진학 및 학습 분위기, 내신성적 등이 학교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럼 고등학교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는 대구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지역적 한계가 있지만 제대로 진행된 연구라 결론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대상은 47개교 학생과 학부모 각 1873명 총 37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표본이 꽤 크다.


이 연구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 부모의 기대수준은 고등학교 선택에 영향이 있다. 부모의 기대수준은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교육수준으로 고등학교 졸업부터 대학원 박사까지로 이루어져있다. 부모의 기대수준이 자녀의 고등학교 선택에 있어 꾸준한 영향력이 나타난 것은 학교교육을 통한 지위상승 욕구가 자녀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의 성취수준은 고교 유형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학생의 교육포부수준, 내재적 동기 등도 진학할 고등학교 유형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육포부수준이란 학생이 어느 학교수준까지 공부할 계획인가에 대한 것으로 고등학교부터 대학원 박사까지이며, 내재적 동기란 국어, 수학, 영어 공부를 할 때 대체로 깊게 빠져들고 이러한 교과목이 나에게 중요한 과목이며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으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포부수준 및 내재적 동기가 높을수록 특목고자사고를 지원하는 경향이 높았다. 또한, 고교 선택은 부모변인보다 학생 개인 특성 요인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 진학 학생들은 지리적 접근성, 유리한 내신 성적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특성화마이스터고는 진학 및 취업을, 특목자사고는 진학 및 취업,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고등학교 선택에 있어서 학교의 영향력이 가정에 비해 적은 것은 기존 선행연구와 그 결과가 같았다.


결국 연구들은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부모의 기대수준은 자녀의 고등학교 선택에 꾸준히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로는 학생의 성향과 특성이 더 큰 변수라는 점이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졌다. 왜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나 포함) 학업적 성공만을 성공이라고 생각할까?


챗GPT에게 물었다. 성공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느냐고.

챗GPT는 이렇게 답했다.


외적 성공 vs 내적 성공

외적 성공 ;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결과(예. 좋은 대학 진학, 높은 연봉, 명성, 상장 등)

내적 성공 :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예. 마음의 평안, 자기 성장, 원하는 삶을 사는 것 등)

2. 분야별 성공

학업적 성공 : 시험 성적, 입학.졸업, 자격증 취득 등

직업적 성공 : 승진, 창업 성과, 전문성 인정, 경제적 안정 등

인간관계의 성공 : 신뢰할 수 있는 친구, 좋은 가족관계, 따뜻한 동료관계

자기계발의 성공 : 새로운 기술 습득, 습관 형성, 목표 달성

사회적 성공 : 봉사, 사회적 기여, 영향력 발휘

3. 개인적 의미에 따른 성공

비교적 성공 : 타인보다 더 나아 보이는 성취

절대적 성공 : 과거의 나보다 성장한 성취

의미적 성공 :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성취

결국 ’성공‘은 사회적 기준보다 개인이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자 나도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외적 성공?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나?

내적 성공? 내가 원하는 삶을 만족스럽게 살고 있나?

직업적 성공? 비교적 성공?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외적 성공, 학업적 성공, 직업적 성공, 그리고 비교적 성공만을 성공이라 여겨왔던 것 같다.

답은 명확했다.


내가 아들을 내신 따기 수월한 학교에 보내려 했던 이유, 딸을 자사고에 보내려 했던 이유는 결국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이라는 ‘외적 성공’을 좇았기 때문이다. 좋은 직업을 가지면 경제적인 안정이 뒤따를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학교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인데, 아이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내가 그들의 인생을 결정하려 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식 자랑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지만, 대학이나 고등학교 합격 시즌이 되면 카톡 프로필에 학교 이니셜이나 정문 사진, 상징 이미지를 올리는 엄마들이 있다. 나도 그걸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 아닐까. 딸이 내게 말했다. “엄마, 카톡 프로필 바꾸고 싶어서 그런 거지?”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이후로 내 카톡 프로필은 기본 배경이나 꽃, 풍경, 구름 사진뿐이다.


비록 늦었지만, 아이의 고등학교 선택만큼은 이제 내 마음대로 정하지 않으려 한다. 대학은 결국 성적이 가르는 곳이지만, 고등학교는 아이가 자신의 성향과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부모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먼저 되어야겠다고 이제야(이미 큰 아들을 고졸) 다짐해본다.



논문출처 : 박상은, 서봉언(2018). 대구 중학생의 고등학교 유형 선택 결정 요인. 지역사회연구, 26(3), 28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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