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닫힌 문이 조금 흔들렸다
왕복 4시간의 긴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지라
5시면 항상 일어난다.
5시에 일어나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아이들 아침밥 챙겨주고,
6시에 집에서 나온다.
이 날도 똑같이 하루를 시작했는데
새벽 3시쯤 아들에게 카톡이 하나와 있었다.
'엄마, 편지 읽어봤어.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는 알겠지만 나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 정말 엄마가 변할지,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그래도 편지는 잘 봤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 대신 나에게도 계속 천천히 시간을 줘'
짧지만 아들이 매우 신중하게 긴 시간을 걸쳐 문장을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아들에게 '메시지 줘서 고맙다'라고 짧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나의 문자 메시지를 아들은 확인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제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아들이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아들이 독서실에서 돌아올 때까지 거실에서 기다렸다가 잘 자라 인사한마디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고, 매번 그랬듯이 간식주머니에 간식을 싸 놓고 식탁 위에 올려두고 갔다.
그렇게 몇 주일이 지났다.
아들이 새벽에 내가 싸둔 간식주머니를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매번 새벽에 싸둔 간식 주머니가 내가 퇴근할 때까지 그대로 식탁 위에 있었던 것을 보고 가슴이 사무쳤는데.
이 날은 간식주머니가 없어진 것을 알고 또 한 번 가슴이 절절이 아려왔다.
아들의 닫힌 문이 조금 흔들렸다.
여기서 난 성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아들을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나의 힘든 상황에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던 온라인 카페 회원님들께
답글도 못 달아줬던 죄송한 마음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살짝 알리면서 그때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여러 회원분들이 그 이후의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70분이 넘게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다.
'진심을 전하고 변하겠다는 용기 내신 엄마도, 엄마의 진심을 알아주려 맘을 열어가는 아드님도 멋지네요. 모두 응원합니다!'(라***)
'마음으로 안아드리고 박수쳐드리고 싶어요. 서로 한 발짝 다가가고 있어서 제 기분도 덩달아 좋습니다. 너무 소중한 아드님! 맘껏 이뻐해 주시고 더 보물처럼 아껴주시면 나중에 더 멋진 모습으로 엄마에게 다가올 올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다***)
그 와중에 내 글을 읽고 눈물나신 다는 회원님들도 계셨다.
'혼점 중 눈물 왈칵이에요. 기다림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B***)
'아들이 편지를 읽었다는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했어요. 아드님이 그래도 너무 잘 컸어요. 이번 기회에 사랑스러운 아드님과 꼭 관계회복하시기를 바래요. 좀만 더 기다려주세요. 응원합니다'(해*)
'혼자 커피 마시다가 눈물 쏟고 있네요. 서로의 마음이 진심으로 통할 날이 올 거예요'(K***)
'아들 키우는 입장에서 왠지 눈시울이 시큰하네요'(둥***)
힘든 시간을 겪는 나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용기를 주는 댓글도 많았다.
'성찰하는 노력을 하는 어머니도 훌륭하시지만 아드님은 정말 성숙하고 멋진 청년이어서 부럽기까지 합니다. 전화위복이 되길 기원합니다'(아***)
'어머니 안 좋은 점을 위주로 써주셨지만 분명히 결단력 있게 아이를 밀어주고 쿨하게 아이들 응원해 주고 문제 해결해주고 하는... 아이들에게 잘해주신 면들도 있었을 거예요. 모든 성격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예민하게 보듬지 못하는 대신 분명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 주신 부분이 있었을 거구요. 그래서 아드님이 이렇게 잘 자라신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너무 반성만 하지 마시고 토닥토닥해주셨으면 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S***)
'남아들이 이렇게 본인의 느낌을 잘 설명해 주지 않는데 글 내용 보면 잘 자란 아이란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도 엄마는 처음 하는 거니 누구나 잘하는 것도 모자란 점도 있죠. 어느 엄마가 완벽할 수 있겠어요. 진심으로 지난날을 뒤돌아보고 그 마음을 아이에게 보여주셨으니 좋은 엄마입니다. 엄마도 아이 통해 배우며 깨달으며 사는 거죠. 어른들께서 자식 낳아 키워봐야 어른 된다고 하시던 말씀 저도 아이 키우면서 많이 떠올려요. 제가 아이 낳고 키우는 경험이 없었다면 세상을 얼마나 만만히보고 교만했을지 아찔하기도 하고요. 이제 내 품에서 떠날 날이 진짜 얼마 안 남은 아이들이에요. 저도 고등아들 보며 이 아이로 인해 행복했던 점 감사하며 사랑한다 그 맘만 가지려고 노력해요. 저도 노력은 하지만 아이에게 늘 좋은 엄마인 건 아닌데 아이도 엄마가 어떤 맘인지 알고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차차 나아질 겁니다'(크***)
여러 회원님들의 주옥 어린 댓글들을 보며 그 상황을 난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조급한 마음이 들 때쯤이면 이러한 글들을 다시 읽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들은 내 눈을 피하고 독서실에서 밤늦게 들어오고 밥도 밖에서 먹는다.
나는 아들 식사비 부족하지 않게 용돈 넣어주고, 가끔씩 메시지로 안부 전하고, 독서실에서 오는 입퇴실 문자에 기대어 아들의 위치를 확인할 뿐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장을 보고 있는데 아들이 다니는 독서실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혹시 지금 어디세요? 독서실로 바로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실장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의 마음은 쿵 하고 떨어져 버렸다.
다행히 마트 같은 건물에 독서실이 있어 장바구니를 내팽겨둔 채 난 독서실로 바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