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앞에서

2화. 엄마, 나 이제 말하고 싶지 않아요.

by gina

출. 퇴근길이 왕복 4시간이 걸리는지라

차를 가지고 다니질 않는데

그날은 회사에 일이 있어 차를 가지고 출근을 했었다.

깜깜한 밤이 되어 집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띵동

문자가 오는 소리에 핸드폰을 펼쳤더니

아들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엄마로 시작해서 꽤 긴 글이었다.

'그동안 엄마의 말이 나에겐 너무나 상처였다. 엄마가 아들을 인정해주지 않는데 내가 밖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 수 있겠냐. 이제는 너무 화가 나서 건강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의 이러한 감정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등등'

아들은 나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 2주 후에는 아빠한테도 당분간 가족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문자를 보냈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나의 성향이 아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너무 답답하기도 해서 자주 가는 온라인 카페에 간략하게 이러한 사정을 적었다.

감사하게도 60분이 넘는 회원님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대부분 엄마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어머니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아드님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아들이 다시 대화하려고 말문 텄을 때 진심으로 사과하시면 어떨까요.

고3이면 어른이 다 된지라... 어른으로 대하셔도 될 것 같고요. 힘내세요' (윤**맘)


'저는 과거에 남에게 안 좋은 소리 듣는걸 극도로 싫어해서 일을 완벽하게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남을 지적할 일만 있지, 제가 안 좋은 얘기를 들을 일이 거의 없어서 상대방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는 계기가 있고 나서 알았어요. 자식한테도 내가 잘못했으면 아이가 느끼도록 정성 들여 진심으로 사과해야 해요. 아이가 풀릴 때까지 기다린다고 그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엄마랑 둘만의 시간을 갖고 사과하셔서 잘 해결하시길 바라요' (*맘)


' 엄마인 님의 입장도 이해되고 아들의 입장도 이해됩니다. 아드님의 입장이 이해되는 건 저랑 성향이 너무 비슷해서 읽다가 눈물이 났어요. 엄마의 입장이 이해되는 건 나도 워킹맘이었고 내 손으로 못 키운 안타까움도 있고 첫애이기에 가지는 기대감으로 한 말들이 아들은 아프게 받아들인 게 가슴 아프실 것 같아요. 아들에게 손 편지로 사과해 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조금은 내려놓고 봐주세요. 아들도 마음은 그러하지 않지만 나도 마음을 다쳤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일 거 같아요. 조금은 먼저 손내밀 때까지 지켜보시더라도 매일 쪽지라도 남겨 방문에 붙여놓아 보세요. 아들도 금방 마음을 열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 부모 노릇도 자식인 아이들도 본인 자리 역할하기 힘든 시절입니다. 잘 견디고 웃으실 수 있을 거예요'(블**벳)


대부분 손 편지를 쓰면 좋겠다,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는 글이 많았는데 어떠한 댓글에 여러 회원님들이 토론을 하셨던 적도 있다.


'아이고 전 왕 T라 도움 안될 것 같지만 저라면 카톡으로 상처가 됐다면 미안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 마음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고 있다가 가족을 이렇게 외면하는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건 건강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론 문제가 있다면 미리 이야기하면서 해결해 나가자 고 무조건 미안함 표현보다는 너의 이런 불만 표출 방법도 옳지 않다고 말해줄 것 같아요(엘*)'

<댓글 1> 건강하지 않은 방법 아니고 매우 건강하고 정답에 가까운 방법입니다. 전문가 상담을 오래 받아서 내면의 힘이 생겨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안 했으면 본인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런 점을 부모님이 위안 삼아보실 수는 있겠네요. 정말 다행으로 여기셔야 합니다(오**)

<댓글 2> 그 문은 갑자기 닫힌 게 아니고 전에도 계속 신호가 있었을 텐데 무시하다가 갑자기 닫혔다고 보는 것부터가 문제고요, 오죽하면 마음의 문을 닫았을까의 관점으로 생각해 봐야죠. 동등한 성인대 성인의 관계가 아니니까요. 요즘 사회에서 저라면 괴롭힘으로 신고합니다(아**)

<댓글 3> 아... 이 글 읽고 옛날 생각나서... 저희 아버님이 마흔 살 넘은 저희 남편한테 그렇게 손 편지를 쓰신 적이 있어요. 3장 넘게 쓰셨는데.. 세 줄 미안하다고 쓰시고 다 너를 위한 일이었고, 너의 잘못은 무엇이고, 이런 식으로 부모에게 반항하는 건 옳지 못하다. 얘기로 풀어나가자고 나머지 내용을 다 쓰셨더라고요. 그때 제가 존경했던 아버님을 마음속으로 손절했어요(페*)


그 와중에 이러한 댓글로 나를 위로해 주신 분도 계셨다.

'부모 참 어렵네요. 대문자 T인 저로써는 솔직히 그 정도로 심하게 잘못 말한 건가 싶은데'(꽁**)

'저도요. 전 대문자 F인데도. 저희도 아이들한테 온갖 속상한 말 듣고, 가슴 칠 상황 숱하게 겪으며 키워오지 않았나요. 현실가족이 다들 비슷한 모습이지 않나 싶은데(아***)


또한, 아이의 여러 상황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모습도 인정해 주신 분이 계셨다.

'아드님이 너무너무 훌륭해요. 나름의 방법으로, 평화로운 방법으로, 화가 나는, 상처받은 마음을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로 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가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이만큼 성숙하기도 힘든 거 같아요. 서로 엇갈린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엄마에게 받은 엄마가 알게 모르게 전해준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기에 이 시기를 이렇게 잘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힘들 때도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을 알게 되었고, 아이도 엄마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계기를 확실하게 알게 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심 훨씬 마음이 가볍지 않으실까 싶어요. (아***)


60개가 넘는 댓글들을 반복해서 읽어보며 밤새 펑펑 울었다.

그동안 남편이 항상 제게 고치라고 했던 점들(공감 못하는 점, 네가 만들어놓은 이상향에 상대방을 끼워 맞추려고 하는 점, 거기에 맞춰지지 못하면 짜증을 내는 점 등)을 이야기해 줬지만 한 귀로 흘렸다가 이렇게 타인을 통해 들으니 정말 내가 고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가족이 없이 나 혼자 살기에는, 사회생활하기에는 이러한 나의 성격이 그다지 나쁜 점은 아니라고 느꼈는데, 감정을 나누고, 진심을 나눠야 하는 가족들에게는 나의 이러한 점들이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남편과 시시건건 싸우고, 별것도 아닌 일로 따지고

순한 아들은 내 맘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했고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자란 딸은 나의 닮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을 꼭 빼닮아있고...


원래 종교가 없던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종교를 갖게 되었다.

예전에 종교가 없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종교가 없는 이유를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항상 딱히 종교를 가져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때, 아직 네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을 겪지 못했나 보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힘든 일을 겪으니 내 마음을 진정시켜 줄 힘이 필요했다.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절에 가서

108배를 드렸는데

아들의 메시지를 받고 며칠 후 108배 드리고 커피 한잔 하면서

진심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면서도 눈물 한 바가지 흘렸다.


편지를 써서

아이 책상 위에 올려두고

카톡으로도 보내놓고

혹시 몰라 문자로도 보내놨는데

아이는 전혀 보질 않았다.


그러다가 일주일 뒤 새벽에 아들에게 카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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