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이 달려온다. 한 점의 그림자로. 오리는 물렸고 겨울비는 내린다. 송곳니가 길게 뻗은 목을 꿰뚫었을 땐 질겁함은 무기력함으로 응결된다. 그렇게 작은 존재는 경련하며 물질이란 무게를 얻는다.
번지는 저건 겨울비가 농축한 탁한 물인건가. 석류의 익음이 내는 건가. 저항없는 물질의 일종의 형태가 작은 원을 만든다.
투쟁이 없음에도 원은 확장되며 바깥으로 빠져 나간다. 물질이 받아들이는 완성에 비로소 질서가 모습을 드러내는 걸까. 폭력이라기보단 예정된 귀향이 이런 거겠지. 계속해서 겨울비는 내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