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틱틱붐」 으로 얻게 된 '진짜' 위로
진정한 '위로'를 받았다.
영화를 보며 처음으로.
분명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우려 본 영화였다. '재미있을까?' 생각하며 보기 시작한 영화가 끝난 뒤, 나는 '다시 용기 낼 힘'을 얻었다. 영화를 보며 위로라는 것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요즘따라 생각이 많아져 알게 모르게 몸에 탈도 나고 혼잡하기만 했던 하루였는데, 그런 나의 심정에 시원하게 불을 꺼주듯 마음을 안정시켜준 영화였다.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주는 가치를 알려준다. 꿈을 좇아 청춘을 바쳐 달려가는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실제 뮤지컬 작곡가인 '조너선 라슨'의 실화이다. TV를 틀면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조금은 현실과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내용의 성공 스토리와 극단적인 비극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정말 나에게도 벌어지고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현실적인 고민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 음악을 쓰며 자신의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오던 조너선. 정신없이 달리다 잠시 멈춰서 바라본 현실은 어느덧 그의 나이가 29살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서른을 앞두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허탈한 현실에, 그는 자신에게 실망하며 괴로워한다. 이제 앞으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뭘 한 걸까, 고민하는 조나선의 꿈과 현실에 대한 괴리를 그리며 이 영화는 보는 이에게 '청춘'과 '인생', '꿈'에 대한 끊임없는 두드림을 보낸다.
8년간 준비한 뮤지컬 워크숍을 끝내고, 자신의 청춘을 바친 작품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 조너선은 극 중 친구와 대화를 하며 절망하듯 이런 말을 한다.
"손드하임은 27살에 브로드웨이에 데뷔했어.
더는 못 기다려, 인생 낭비야."
나는 이 장면을 보며 뭔가가 훅-! 하고 머릿속을 지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나는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는 정말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었던가? 그 답에 대해 나는 명확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인 '틱, 틱... 붐!'은 나는 제자리인 것만 같은데 야속하게 나를 재촉하며 흘러가는 시계 초침에 대한 조너선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가 29살이 되도록 이룬 거 하나 없이 살아왔다며 남과 비교하듯이, 나도 항상 남과 비교하며 살아왔다. 내 친구들은 벌써 직장에 2년이나 다니고 있는데 나는 하고 싶은걸 해보겠다고 3개월 회사를 다니고 퇴사를 해버렸다니, 글을 잘 쓰는 사람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이렇게 많다니 등등···. 비교는 어느새부턴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졌고, 급기야 나의 재능은 남들보다도 못해서, 꿈을 끝내 이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꿈을 향해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인데, 시간은 계속해서 멈춰있는 나를 앞으로 밀어내며 빠르게 흐른다. 나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보다 나의 부족한 면들을 나열하는게 더 쉬웠던 날들도 많았다. 그런 나의 용기 없던 시절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더욱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꿈이라는 건 뭘까
손에 잡힐 듯 먼 희망이랄까?
영화를 보며 내내 생각이 들었던 질문이 있었다.
'꿈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뭔데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언제나 스스로에게 물어도 항상 정체를 알 수 없는 질문이다. 저것만 이루면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한 발짝 다가간 듯싶으면 왠지 두 발짝 멀어지는 것 같았다. 분명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인데, 하면 할수록 나는 더 작아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꿈이 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이었다. 결국 꿈이란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데, 그 무엇과 어떻게를 찾는 여정은 여전히 외롭고 고되다.
좋아하는 건 여전히 하고 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나는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냥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꿈에 대한 열정이 큰 만큼, 두려움도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나는 딱 중간치 정도만 잘했다. 학창 시절 시험을 봐도, 운동을 해도, 노래를 해도, 그저 잘하는 정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못하는 정도도 아닌 딱 그 중간. 애매하게 넘을 듯 넘어지지 않는 그 선이 어느 날 문득 나를 슬프게 했다. 그냥 내가 못 미덥고 평범해 보였다. 도대체 열심히만 하고 잘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가끔씩 '열심히만 해서는 안돼, 잘해야지.'라는 대사를 듣게 되면 그렇게 무섭게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잘하는 게 없는데, 잘하는 게 없어서 열심히라도 하는 건데 그것마저 허용될 수 없는 거라면 나는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해내는 것에 대한 누군가의 인정과 성취감을 바랄 때도 있었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라곤 딱히 없는 평범한 내가 가장 자신 있고 재능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해 본적도 많다. 그런 행복한 꿈을 이루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더 높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꿈을 꾸면서도 항상 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남들과 비교하고, 넘을 수가 없는 높이인 것만 같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나를 한없이 내리는 그런 것들. 그런 두려움을 내려놓고 나를 좀 더 믿으면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사실 쯤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실천이 잘 되지 않았을 뿐. 하지만 나는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본 뒤,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Why should we try to be our best
When we can just get by and still gain?
Why do we nod our heads
Although we know
The boss is wrong as rain?
왜 우리는 이렇게 아등바등할까
대충 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나
우리의 지배자가 완전히 옳지 않은 걸 알면서도
Why should we blaze a trail
When the well worn path seems
safe and so inviting?
왜 우린 실낱같은 희망을 좇는 걸까
우릴 향해 활짝 열린 아늑한 길을 놔두고
How, as we travel, can we see the dismay
And keep from fighting?
어떻게 우린 길을 지나며 끔찍한 일을 보고도
싸우지 않고 도망칠 수 있을까
Cages or wings
Which do you prefer?
Ask the birds
새장, 아니면 날개
뭐가 더 낫겠어?
새들에게 물어봐
Fear or love, baby
Don't say the answer
Actions speak louder than
(Louder than, louder than)
Words
두려움과 사랑 사이에선
두말할 필요 없지
말보다 커다란
행동
.
.
Actions speak louder
(Louder than, Louder than)
They speak louder
(Louder than, Louder than)
Actions speak louder than...
.
.
Words
그 어떤 말보다도
그 어떤 목소리보다
그 어떤 말보다 큰...
.
.
행동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Louder Than Words'라는 노래의 가사는 배우들의 힘찬 목소리를 입어 더욱 와닿는 위로가 되었다. 정해져 있는 사회의 틀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이자 위로였다. 두려움이라는 틀에 갇혀, 원하는 꿈에 한 발짝 날아오르지 못하는 나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도전하라는 강한 울림을 주었다.
열정적으로 부르는 조너선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너도 할 수 있어!"
꿈을 향해 가는 길이 힘들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실낱같아 보이는 가능성에 절망해도 한번 더 도전하게 만드는 이유. 그 이유는 새장에서 벗어나 날개를 펴고 높이 날아가고 싶다는 우리의 간절한 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게.
조나선의 열정을 닮기로 했다.
조나선의 작품이 선택받지 못하게 되어 좌절하고 있을 때, 에이전트인 로자에게 조나선은 이렇게 묻는다.
"그럼 저는 이제 뭘 하죠?"
그런 조나선에게 로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 작품을 써. 그게 끝나면 또 쓰고. 계속해서 쓰는 거지, 그게 작가야. 그렇게 계속 써 재끼면서 언젠가 하나 터지길 바라는 거라고. 이봐,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조언하나 할까? 다음 작품은 네가 잘 아는 것에 대해 써. 연필 날카롭게 갈아."
영화를 본 뒤, 한 가지 다짐하게 된 것이 있다.
'쓰고 또 쓰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자.'
어릴 적부터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고, 누군가에게 진솔한 마음을 전했고, 앞으로의 꿈을 꾸게 되었다. 머리가 아프도록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고, 때로는 압박감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 나는 또다시 메모를 하고, 쓰고 또 쓴다.
그렇게 몇 년을 열심히 써오고 있지만, 가끔은 꾸준함이 버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남자 친구는 이렇게 말하며 위로하곤 한다.
"꾸준함도 재능이다? 그거 결코 쉬운 거 아냐."
조나선에게 조언을 건네던 로자의 말처럼, 남자 친구가 내게 해주던 말처럼, 내가 가진 꾸준함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 무모한 용기를 갖자고 나를 위로했다. 째깍대는 시간의 보챔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꾸준히 해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만들어놓는다면, 언젠간 그 빛이 보이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던 영화였던 만큼, 오늘도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많은 사람들도 이 영화를 통해 나아갈 용기와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얻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