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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령 Sep 15. 2022

계절의 넘김을 대하는 자세

아쉬워도 어쩌나, 보내줘야지!



최애 계절을 떠나보내는 보통날

안녕, 여름.


요즘 들어 하루가 다르게 피부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달라짐을 느끼고 있다. 원래 같았으면 한창 더울 8월 초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왠지 모르게 빨리 달아나는 여름이 못내 아쉬웠다. 쪄 죽어도 여름이 좋다고 외치고 다니는 나로서는 더욱이 그랬다. 끈적거리고 습한 날씨들의 연속이지만, 몸에 한기가 돌며 으스스 소름이 돋는 겨울보다 여름을 애정 한다. 눈이 부시도록 내리쬐는 햇살과, 꽤 늦은 시간까지 해가 지지 않아 좀 더 길게 느껴지는 하루, 우뚝 서있고 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생기를 입어 푸르게 반짝이기에 여름을 좋아한다.


그런 찬란한 계절을 떠나보내는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날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달이 채 되지 못해 나무와 거리들은 서서히 푸르름을 잃어가겠지. 하나씩 본연의 색을 잃어가고, 찬 바람이 더 세게 불어올 늦가을과 겨울이 반갑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문득 정신이 들어 스스로에게 물었다.


'엥, 나 왜 이러고 있지?'

일 년에 4번, 수십 년을 맞이했던 평범하디 평범한 계절들 이건만. 왜 갑자기 계절에 의미부여를 하며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걸까 생각해봤다. 불과 몇 년 전인 대학시절 때만 해도, 나는 흘러가는 시간에 연연하지 않았었다. 그저 열심히 강의를 듣고, 동기들과 과제를 하고, 걱정 없이 웃으며 밥도 먹고 술도 먹었다. 그러다 보니 1년이 지나있었고, 또 한 번 눈을 깜빡이니 휴학을 포함해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두 손에 졸업장을 안고 알게 모르게 정이 든 학교를 떠나보내고 있었다.


졸업을 하고 나니 비로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대학시절 꿈꾸던 막연한 미래들이 아닌, 정말 어떻게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넘기는 계절과 맞이하는 계절의 곁에 나의 감정을 넣기 시작했던 것이. 지나가는 계절들이 아쉬웠다. 눈치도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붙잡고 싶었던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소중한 시간들을 얄밉게 앗아가는 듯했다. 계절의 첫 주자인 봄과 가장 좋아하는 여름을 떠나보내고 나면 그렇게 공허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가을이란, 생각할 것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 느껴졌다.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하면 습관처럼 다시금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그동안 어떤 것들을 해왔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떤 것들이 나를 더 작게 했는지, 또 어떤 것들이 나를 다시 일어나게 했는지 스스로를 평가대 위에 올려놓는다. 쓸쓸함과 공허함의 대명사인 가을의 냉기를 닮아가듯 유독 나에 대해서는 냉정해진다.


요 며칠 간 길을 걷다 유난히 하늘을 많이 바라보게 되었다. 푸르른 청색을 띠는 하늘과 저 높이 떠있는 구름을 품은 가을 하늘이 넋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짧디 짧은 가을은 "이제 곧 겨울이 올 거야!"라고 예고라도 하듯 아쉬운 따스함을 보낸다. 스치듯 지나는 가을이기에 나의 넘김은 조금은 씁쓸하지만, 아쉬워도 어쩌나 보내줘야지! 별안간 느끼게 된 낯선 감정이었지만, 그만큼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열심히 그 공백을 매워가야지, 생각했던 넘김이었다.


당신의 넘김은 어떠한가.

어떠한 것들에 마음을 접고, 또 시작했는가.

모두의 넘김이 안녕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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