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 남자 직장인이 요가를 하는 이유
매거진 '운동하는 사람들'은 '클래스픽'을 통해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30대 남자 직장인이 요가를 하는 이야기를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이 글은 저의 이야기입니다.
INTRO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해서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회사일과 함께하는 시간 대략 9~10시간. 모니터 앞에선 목 내민 거북이가 되고, 의자 위의 내 골반과 허리는 세상의 모든 중력을 다 짊어진 듯하다.(뉴턴이 떨어진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면, 나는 골반과 허리의 통증으로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 같다...) 그렇게 몸을 혹사시킨 후 퇴근을 한다. 그리고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나는 요가를 간다.
"가슴 앞에 합장, 나마스떼~! 옆사람과도 인사"
인사를 나누면서 요가를 시작한다. '우루드바 ooo, 파당구? 시타 아사나?' 1년 정도 요가를 수련해야 외울 법한 용어들을 들으며 대략 50분간 동작을 이어간다. 그리고 동작을 마친 직후엔 매트에 등을 대고 누워 명상 같은 걸 한다. 요가에선 '사바 아사나'라고도 하고 '송장 자세'라고도 하는데 그 자세로 10분간 명상을 한다. (요가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면 그냥 누워서 쉬는 모습일 것이다.)
다른 요가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듣는 요가 수업은 60분이다. 그리고 그 60분은 동작을 이어가는 50분과 명상을 하는 10분으로 나누어진다. 어느덧 요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개월이 되어가는 나는 요가하는 그 시간을 '50:10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 50분
앞서 말했듯이 (내가 듣는 요가 수업은) 50분 간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동작을 이어간다. 그 50분은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다. 가쁘지만 내 호흡에 집중하고, 부자연스럽지만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뭔가 불편함이 느껴지는 내 몸의 밸런스에 집중한다.
쉼 없이 이어지는 동작들을 따라 가면 자연스레 내 몸에 집중하게 된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 땐, 페이스 유지를 위해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그 휴식마저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다음 동작을 따라가기 위한 잠깐의 휴식이기 때문이다.
"코로 호흡하세요~"
비염이라 코로 호흡하는 게 힘들다...
"거울을 보지 말고 몸 안의 움직임을 바라보세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거울 보는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 보지 말고 본인에게 집중하세요"
절대 경쟁구도는 아니지만, 내가 힘든 자세를 할 때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재우씨~, 재우씨~"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건가?
수업 중간중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선생님 저만 보고 있는 거 아니죠..?)
요가할 땐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와 달리 딴짓할 시간이 없다. 이동도 없고 운동 중에 핸드폰의 방해를 받지도 않는다. 동작들을 따라가기 위해 내 몸에 집중하게 되고, 혹여나 집중이 틀어지면 선생님이 돕는다.
그렇게 집중을 쏟아서 일까?
50분이 지나고 나면 생각보다 힘들다. 내 몸은 땀범벅이 된다. 속에 있던 매스꺼운 기운들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낀다.
10분이 남으면
선생님이 음악을 바꾼다. 뭔가 명상하기 좋은 음악이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 10분
"매트에 등을 대고 누워 다리와 팔을 편하게 벌리세요~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긴장을 내려놓으세요~"
10분간 '사바아사나' 자세로 명상을 이어간다.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겉보기엔 그냥 편히 누워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10분을 온전히 내 마음에, 내 영혼에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다르지만, 나는 그 10분 동안 많은 생각들을 한다.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해 살았나?'
'내일 하루는 어떻게 맞이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유난히 업무로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면,
하루 동안 나를 괴롭혔던 일과 스트레스를 차분히 마주한 후 떨쳐내기도 한다.
그냥 명상만 하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날도 있고,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글로 전하기 위해
글의 주제를 떠올려보는 날도 있다.
온전히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 10분, 그 시간을 여기 네모난 박스에 예쁘게 포장해보면 '나를 위한 채움, 나를 위한 비움'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를 위한 채움, 나를 위한 비움'
가끔은 온전히 나에 대한 생각을 하고, 가끔은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겸허히 비워낸다. 가끔은 잠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해온 그 10분이라는 시간은 온전히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요가를 하는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까? 궁금해서 함께 요가를 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도 물었다.
"음... 우리 요가할 때 보통 50분은 동작을 하고 10분은 사바아사나 자세로 명상을 하잖아~ 나는 요가하면서 느낀 게 50분은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고, 10분은 온전히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라 느끼거든?(중략) 넌 어때?"
"예전에 얘기했었잖아... 요가를 시작한 초반에 사바아사나를 하다가 운 적이 있다고!"
"그래 맞다! 맞다~ 울었다고 했지.."
"내 마음이 약해져 있던 시기였는데, 명상을 하면서 힘든 내 마음과 1:1로 마주하는 게 굉장히 두렵고 힘들더라고~ 그래서 그냥 눈물이 났어.. 지금은 아무 생각을 안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
"그래? 그럼 너한테 10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짧게 적어줄 수 있을까?"
하루 24시간 중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의도적으로 명상을 하지 않는 이상 온전히 마음에 집중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사바아사나 시간은 그런 시간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매트 위에 누워 있노라면 우주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누워있는 내 몸과 내 의식밖에 없는 듯하다. 처음에 내 의식과 1:1로 마주하는 게 두렵고 힘들었는데, 요가로 몸과 마음이 튼튼해진 지금은 온전한 명상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나를 괴롭히는 감정 조차 떠오르지 않게 노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마음을 갖기란 힘들인이다. 하지만 사바아사나 시간만큼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머리가 맑아진다. _S.Y
서로가 느끼는 바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온전히 내 마음에 집중한다는 감정엔 서로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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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과 감정들로 10분이 채워져 간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면 다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손 끝, 발 끝 꼼지락꼼지락~ 천천히 의식을 깨워보세요. 목도 좌우로."
"한쪽으로 돌아 누우시고 호흡을 끝까지 한 번 뱉어 내세요. 그리고 머리가 맨 마지막에 올라올 수 있게 앉아주세요. "
"자, 인사하고 마무리할게요.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나마스떼."
내가 요가를 하는 60분은 이렇게 채워진다.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 50분,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 10분.
# 요가,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해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아닐까?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하니 생각보다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어루만져주는 게 쉽지 않다. 가끔은 피곤해서, 가끔은 귀찮아서, 가끔은 진짜 시간이 부족해서, 시간은 있어도 뭔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머리론 알지만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몸과 내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음을 느낀다.
지금의 나는 요가를 통해 그런 시간을 가지고 있다. 50분간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하고, 10분간은 온전히 내 마음에 집중해보면서 말이다.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요가를 통해서 온전히 내 몸과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다고.
글을 마치며,
요가를 하고 있는 다른 누군가의 생각은 나와 다를 수 있다. 또 앞으로 요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지금 요가를 하는 사람 중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공감하고 싶고, 시간의 격차가 있겠지만 훗날 요가를 하실 분과도 이 감정에 함께 공감하고 싶다. 요가는...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해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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