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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년 Apr 22. 2017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대했던 카페 알바의 추억.

갑자기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은가 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손님에게 표현은 못했지만,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던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손님을 굉장히 좋아했다. 만드는 과정이 간단했기 때문이다. 주문대 앞에 손님이 메뉴를 고민하고 있을 때 속으로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를 외쳤던 적이 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메뉴판도 보지 않고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손님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인 적도 있다. 특히, 단체 손님이 왔을 땐 가끔 기도를 하기도 했다. (참고로 내가 일했던 카페에는 손이 많이 가는 메뉴들이 정말 많았다.)



"감사합니다. 음료 준비해드릴게요." 

계산이 끝나고 원두를 분쇄하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타이머를 23초로 맞추고 그 시간 동안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담는다. 그리고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컵에 붓고 손님에게 음료를 나간다. 


손님에게 아메리카노를 주문받고 음료를 나가는 과정까지 2분도 채 안 걸린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과정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간단하다. 하지만, 간단한 그 과정 속엔 챙겨야 하는 것들은 꽤 많다. 카페 알바를 하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신경 써야 했던 것들을 몇 가지 떠올려봤다.








#1 크레마를 살려라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네이버 사전을 빌려 크레마를 설명하자면,

"에스프레소(Espresso)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 위에 덮이는 황갈색의 거품, 잔에 담긴 커피의 풍미를 유지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아메리카노를 덮고 있는 크레마는 마치 맥주 위의 부드러운 거품과도 같다. 맥주를 입에도 대기 전에 맥주의 시원함과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크레마가 가득한 아메리카노도 마찬가지다. 머그잔에 입을 대기도 전에 커피의 향과 풍미가 눈으로 전해진다. 손님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을 때 막중한 임무가 하나 있었다면 바로 크레마가 사라지기 전에 손님에게 아메리카노를 전해주는 것이었다.(손님, 제가 아메리카노를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크레마는 맥주의 거품만큼이나 빨리 사라진다.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나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손님이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갓 뽑은 아메리카노를 신속히 전하는 게 '내가 아메리카노를 대하는 자세' 중의 하나였다.








#2 물의 온도를 보호하라


"아메리카노가 미지근한데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주문이 연거푸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다. 카페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일했던 카페에선 정수기를 사용해서 뜨거운 물을 담았다. 아메리카노를 연달아 3잔을 만들면 항상 마지막 아메리카노는 미지근한 아메리카노였다. 손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물의 온도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혹여나 미지근한 아메리카노가 나갈까 봐 단 시간 내에 여러 잔의 아메리카노 주문이 들어오면 항상 물의 온도를 확인했다.

 

갑자기 친구들과 컵라면을 함께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받았는데, 분명히 뜨거운 물을 받았는데 라면이 익지 않았던.. 되돌릴 수 없었던 그때 그 기억... 아무튼 아메리카노를 연달아 나갈 때는 물의 온도를 항상 보호해야 했다.








#3 컵의 온도도 중요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나갈 때는 컵의 온도도 중요했다. 솔직히 차가운 컵에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나가도 상관은 없겠지만, 사람 기분이란 게 그렇지가 않다. 마시는 기분이란 게 이왕 마시는 거면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은 적어도 따뜻하게 유지해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마치 병맥주를 시켰는데 딸려오는 맥주잔이 차갑게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4 멘트를 날려라 


"뜨거우니깐 조심해서 드세요"

혹시나 손님의 입천장에 강력한 자극이 갈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나갈 때면 종종 이 같은 멘트를 날렸다. 

'뜨거우니깐 조심해서 드세요.', '많이 뜨거워요~.' 


아메리카노를 받자마자 무턱대고 마시다가 입천장이 디인적이 있는 만큼, 그 한 마디가 손님의 입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알바였지만, 카페에서 2년 동안 일을 하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만큼은 정말 신경 썼던 것 같다. 카페에 자주 다니는 만큼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맛도 있는 아메리카노를 나도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평온한 주말, 글을 적고 나니 갑자기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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