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소년 Aug 10. 2021

인터뷰가 끝나고 리추얼에 애정이 생겼어요.

바쁘게 지내는 분들에게 기록하는 리추얼을 추천해요.

#리추얼 메이킹

이직한 동료 2명, 그리고 현 회사 동료 1명과 모임을 하고 있다. 모임 이름은 '리추얼 메이킹'

하루 10분 이상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작은 일상을 정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모임


바쁜 일상 속에서 나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모임을 도구 삼아 각자의 자리에서 리추얼을 만들어 가보기로 했다. 4월 중순에 시작한 모임은 다행히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감사하게도 멤버 중 한 명이 리추얼 후 좋은 변화가 있다고 해서 그분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담아 보기로 했다.



혹시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시다면 아래 네모 박스를 먼저 읽어보세요.

리추얼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자, 마음이 괴로울 때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일상입니다. 모두에게나 주어지는 하루지만, 나만의 리추얼이 있을 때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어요. 

리추얼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인 습관과 조금 다릅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그냥 마시는 것은 습관이지 리추얼은 아닙니다. 하지만 커피콩을 갈면서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 하루의 시작을 기록하는 행위는 리추얼이 될 수 있습니다. 

반복적 행위와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정서적 활동이 함께 있을 때 ‘리추얼’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흔들릴 때 나를 일으키는 마음 근육, 리추얼

_밑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리추얼의 의미







찌소년: 시리, 간단히 자기소개와 어떻게 리추얼 모임을 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시리: 사진 찍고 탱고를 배우는 마케터 시리예요. 직장 동료인 찌소년이 리추얼 모임을 하는 걸 보고 처음 리추얼을 접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루틴을 만들거나 회고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었는데 혼자서는 지속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다음 모임 기수가 생긴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서 이번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찌소년: 개인적으로 루틴을 만들거나 회고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시리: 어렸을 때부터 계획 세워서 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리고 재작년에 회고 관련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루틴을 정하고 실행하면서 회고를 하면 성장에 도움이 될 거 같았어요.


하지만 제가 욕심이 너무 많다 보니 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세우는 경우가 많았고, 또 그때는 함께 하는 사람도 없어서 잘 지키지 못했어요. 당연히 지속하지도 못했고요.




찌소년: 뭔가를 지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그럼 이번에 어떤 리추얼을 해보기로 하셨나요?


시리: 아침과 저녁으로 나누어서 하고 싶었어요. 아침엔 몸과 관련된 리추얼, 저녁엔 마음과 관련된 리추얼을 정했죠. 아침에는 일어나서 이불 정리와 운동을 간단히 하고, 저녁에는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일기를 쓰기로 했어요. 조명을 어둡게 바꾸고 연필을 깎고 다이어리에 일기 쓰기. 해보니깐 아침엔 20분, 저녁은 20 ~ 30분. 그래서 하루에 총 40 ~ 50분 정도 시간을 쓰고 있어요.


리추얼을 시작할 때 기록해두었던 시리의 리추얼




찌소년: 예전에 계획을 세워도 항상 꾸준히 못했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리추얼을 정하면서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시리: 혼자 했을 때 제일 문제였던 점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무리한 루틴을 세운다는 것이었어요. 찌소년이 적어주신 리추얼 소개에 '거창하지 않고 사소해도 괜찮다'는 문장을 통해 '지속하기 쉬운 것'으로 선택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쉽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걸로 리추얼을 정했구요.


찌소년이 노션에 적어놓은 '리추얼을 정할 때 고려할 점'





찌소년: 오래 보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보는 시리는 엄청 단단하고, 정리도 잘하시는 것 같아서 이미 이런 것들을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든든한 나무처럼요.


시리: 그렇게 보이는지 전혀 몰랐어요. 예전엔 같은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한 날이 엄청 많았거든요. 마음은 꾸준히 잘해나가고 싶은데 다이어리에 x표 치는 날이 많았죠. 그래서 자존감도 떨어지고 "난 이거밖에 못하는 애인가?"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그 패턴의 반복이었죠. 이번에 리추얼 모임을 하면서 그땐 너무 욕심이 과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찌소년: 이번에 리추얼을 정하고 총 40-50분 정도 시간을 쓴다고 하셨잖아요?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시간을 많이 내서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리: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침에는 보통 20분, 저녁은 30분 정도 시간을 써요. 근데 조금 유연하게 하고 있어요. 회식이 있어서 술을 먹고 들어오거나 에너지가 바닥난 날에는 저녁 리추얼을 사실 못할 때도 있고요.


아침에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때는 가벼운 운동 대신 짧게 스트레칭만 하기도 해요. 지금은 회사 출근시간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아침 리추얼을 하는데 환경적으로는 괜찮은 것 같아요. 리추얼을 위해 시간을 더 내야 해서 일찍 일어나지는 않아요. 




찌소년: 아침 리추얼이 있어서 예전보다 일찍 일어 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럼 분명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을 준비할 텐데 그 같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어요?

시리: 지금 생각을 해보니깐 시간은 똑같은데 그걸 조금 더 부지런히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어나는 시간은 변한 게 없거든요. 그냥 일어나서 출근하는 사이에 추가했다고 해야 할까요? 


원래 이불 정리도 안 했는데 이불 정리가 추가되고, 운동이나 스트레칭도 하지 않았는데 추가되고! 리추얼로 정해 두어서 더 부지런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물론 더 일찍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런 부지런함은 아직 저에게 없는 거 같네요.




찌소년: 그래도 대단한 거 같아요. 지금 함께 리추얼 한 지 3개월 정도 됐거든요? 평일 아침에 20분 정도의 시간을 내는 게 진짜 쉽지 않고 많은 의지가 필요한 것 같은데 이번엔 예전과 달리 꾸준히 유지하게 되는 원동력이 뭘까요?


시리: 리추얼을 '같이' 한다는 것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모임 카톡방에 인증글을 꾸준히 올리는 것도 찌소년이 올려주는 인증글이 트리거라고 이야기했잖아요? 혼자였으면 바빠서 까먹었을 텐데 누군가 올려주면 "아 맞다, 나도 해야지!" 하면서 하는 경우가 많았고, 함께 하기로 약속한 게 제 머릿속에 있으니깐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커지는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이불 정리 같은 경우는 내면의 변화가 있는 건 아닌데, 제 삶이 조금 더 쾌적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작은 행동으로도 내가 좀 더 나은 환경에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꾸준히 해나가는 것 같아요.




찌소년: 혹시 저녁엔 다이어리에 무엇을 기록하고 있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시리: 먼저 잠깐 동안 오늘 하루를 되돌아봐요. 그리고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적고요. 추가로 감사한 일이 있을 때도 다이어리에 적고 있어요.



그리고 감사한 일을 썼으면 다음날 출근하면서 그 대상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어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모습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이건 원래 리추얼에 없던 항목인데 다른 리추얼 멤버의 이야기 듣고 추가하게 되었어요.





찌소년: 보통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기대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리추얼을 하기 전에 어떤 변화를 기대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리추얼을 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시리: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었어요. 제가 워낙에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일도 잘하고 싶어서 엄청 바빴거든요. 그래서 항상 마음도 바빴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리추얼을 하기 전에도 루틴을 만들어야지 하고는 이~ 만큼 리스트를 적어두었어요. 하지만 매번 달성하지 못해서 실패감? 자괴감 같은 걸 자주 느꼈었어요.


다행히 이번에 리추얼을 시작하면서는 간단하고 쉬운 목표로 정했어요. 이불을 갠다던가 조명을 바꾸는 일은 정말 쉬우니까요. 그리고 함께 하니까 더 지속하게 되고, 무엇보다 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날이 많아진 게 가장 큰 변화였지 않나 싶어요. 어느 날 다이어리를 살펴보다가 리추얼 이후로 빼곡해진 걸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7월 1일에 공유해준 시리의 인증글. 이 글 덕분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찌소년: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일 말고도 되게 바쁘게 지내시잖아요? 어떻게 보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리추얼을 하고 계시니깐 더 바쁠 거 같은 느낌도 들어요. 근데 시리는 바쁜 사람들에게 리추얼을 추천하셨잖아요?


시리: 리추얼 하려고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일찍 일어나진 않고 똑같은 시간을 다르게 보낸다고 말했는데 그거랑 비슷한 맥락인 거 같아요. 사실 제가 아무리 바빠도 집에 와서 자기 전에 시간이 좀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때 어쩌면 인스타그램 좀 하다 자버릴 수 있는 시간인데 어쨌든 리추얼을 하기로 했으니깐 그 시간을 더 부지런히 쓰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바쁜 생활을 더 쪼개서 바쁘게 만드는 느낌과는 다른 것 같아요.


오히려 욕심이 많아서 사진도 찍고, 탱고도 추고 매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없었어요. 바쁘게 일주일을 지내고 나선 뭐하고 지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경우도 많았어요. 지금도 기록을 안 하면 어제 뭐했는지 자세히 기억이 안 날 것 같거든요? 근데 저녁 리추얼로 일기를 쓰고 감사한 일도 쓰다 보니깐 바쁘게 지내도 매일매일 하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랑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그때 내 마음은 어땠는지, 누구에게 감사했는지 남기니깐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서 더 기억에 남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찌소년: 오늘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오늘 인터뷰 전에 기분이 조금 다운되어 있었는데 덕분에 저도 다시 좋은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아요! 시리는 오늘 대화해보니깐 어떠셨어요? 


시리: 재밌었어요. 지금 얘기하는 거뿐만 아니라 사전에 질문 주셨을 때 생각 안 해본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도 되게 좋았어요. 덕분에 다이어리를 다시 찾아보면서 되돌아 본거 같고 얘기하면서 리추얼에 대한 애정도 많이 생겼어요. 저도 감사해요.








시리의 리추얼 인터뷰 요약 

1. 루틴과 회고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어서 리추얼 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2. 예전엔 욕심이 많아서 너무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덕분에 지속하지 못해 자괴감을 많이 느꼈어요

3. 그래서 이번엔 지속하기 쉬운 걸로 리추얼을 정했어요. 

4. 아침에 이불 정리 + 간단한 운동 / 저녁에 하루 돌아보고 다이어리 쓰기(+ 감사한 일) 

5. 적어 놓고 보니깐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추가로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지만 저는 시간을 조금 더 부지런히 쓰는 방향으로 리추얼을 진행했어요.

6. 이불 정리는 작은 행동으로도 내가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줬고요.

7. 무엇보다 저녁 리추얼은 하루를 기록으로 남겨서 기억으로 남게 해 줬어요.

8. 그리고 바쁘게 지내는 분이 있다면 그 바쁨을 기억에 남길 수 있어서 (기록하는) 리추얼을 추천해요.

9. 마지막으로 리추얼이나 루틴은 함께 할 때 더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0. 리추얼에 대한 애정이 생겼네요.





시리의 리추얼 첫날이 궁금하시다면? 

안타깝게도 일이 많은 날이었나 봐요. 집 근처 동료 집에서 야근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진 거죠. 옆에 있는 동료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대요. "안나, 죄송한데 잠시 불 끄고 조명 좀 켜주시면 안 될까요?" 연필을 깎기 위해 칼까지 빌려서 다이어리에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동료 집에서 조명을 켜고 심지어 연필까지 깎아서 첫 번째 리추얼 했다는 게 정말 인상 깊고 미소 짓게 만듭니다.



마음 챙기기 위해 기록하고
몸 챙기기 위해 기록하는 

찌소년https://instagram.com/jjisonyeon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나에게 가장 친절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