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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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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년 Apr 26. 2016

마감이 12 시인 카페에서 주고받은 배려.

마감이 12 시인 카페, 혼자 남은 그녀. 지금은 11시

등장인물

그녀: 손님

그놈: 카페 알바




#11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그녀는 그놈의 눈치를... 그놈은 그녀의 눈치를... 

한창 시험공부에 집중하고 있던 그녀의 집중력이 갑자기 깨졌다. 11시.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손님이 카페 밖을 나간 것이다. 마감은 12시, 지금은 11시, 카페엔 그녀와 그놈 단둘이. 눈치 싸움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녀,

내일은 전공시험, 해야 할 공부는 남았고, 집으로 가자니 잠들어버릴 것 같고, 카페 손님은 나 혼자고, 어중간하게 마감이 한 시간 남았고, 아르바이트하는 분의 표정은 지쳐있고, 내 얼굴도 지쳐있고, (알면서도) 마감시간을 물어볼까?, 아니면 신경 쓰지 말고 공부에 집중할까? 집중하자니 집중하는 척만 할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신경 쓰지 말고 집중해보자. 내일 시험이 더 중요하다.



그놈,

손님이 일찍 가시면 카페를 30분 일찍 마감할 수 있고, 그러자니 주방엔 설거지 거리와 마감일이 쌓여있고, 대충 해놓고 30분 일찍 끝내자니 오픈하는 사장님이 알아채실 거 같고, 내일 전공시험인 것으로 생각되는 손님은 공부에 집중하고 있고, 나도 다른 카페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 경험상 그녀는 내 눈치를 보고 있을 것 같고... 그래! 내가 그녀라면 마음 편히 공부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 



그놈은 행주를 들고 HALL(홀)로 나갔다. 갑작스레 말을 걸면 그녀가 놀랠 거라 생각했던지 먼저 주변의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쓱.ㅅㅅㄱ



깨끗한 테이블을 다시 닦은 후, 그녀가 놀래지 않게 말을 걸었다. 아니다. 그냥 한 마디 던졌다.


그놈: 저희 마감 12시니깐,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공부하다 가세요(눈웃음)

그녀: 아! 네, 감사합니다.(눈웃음)



쓱.ㅅㅅㄱ



그놈은 뻘쭘한 듯 나머지 테이블을 닦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카페엔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각자의 일에 집중했다. 그놈은 설거지에... 그녀는 시험공부에... 

11시 10분, 눈치 싸움이 끝났다. 






그녀와 그놈이 마주섰던 카운터


#11시 40분, 카운터에 마주 선 그놈과 그녀


짐 싸는 소리가 들렸다. 설거지를 하던 그놈은 짐 싸는 소리를 듣고 인사할 준비를 했다. 그녀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던 그놈은 인기척이 들려서 카운터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카운터 앞에 서있었다. 흠칫 놀랜 그놈은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컵을 건넸다. 


그놈: 테이크 아웃 잔에 옮겨드릴까요?

그녀: 아뇨. 다 마신 거라 가져다 드린 거예요...

그놈: 아~ 전 음료가 많이 남았길래..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녀: (눈웃음치며)네. 안녕히 계세요!

그놈: 네, 들어가세요!!


그래도 마감은 12시에 끝났다.






떠난 그녀의 빈 자리.


#12시, 배려로 하루를 끝마치다.


그놈과 그녀는 배려를 주고받았다.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놈,

저도 다른 카페 가서 그런 적이 있거든요. 마감이 새벽 2시인데 1시가 되니깐 다른 손님이 다 나가버리는 거예요! 솔직히 작업할 건 남았는데 집에 가면 잠들어버릴 것 같고... 직원 눈치 보이고 작업은 해야 하고. 몇 시에 카페를 나가야 할지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니깐 마음이 안 편하더라고요. 그냥 그랬어요. 그녀도 저랑 비슷한 상황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말했어요! 마감 시간 12시니깐 공부 편하게 하시라고. 12시까지 하는 건 당연한 건데 혼자 있으면 뻘쭘해지거든요. 그녀가 조금이나마 편하게 공부하길 바랬어요! 일찍 마감하고 싶은 생각도 조금 있긴 했지만요...



그녀,

마감 1시간 전에 카페에 혼자 있으니깐 너무 불편했어요.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데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근데 그분이 먼저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래서 한 30분 정도는 마음 편하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20분 일찍 카페를 나갔어요. 그분도 늦은 시간에 일하는데 힘드실 것 같더라고요. 그분의 배려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마신 컵을 가져다주는 가랑 카페를 조금 일찍 떠나는 거였어요. 별거 아니지만 마음이 따뜻했어요.



마감이 12 시인 카페엔 배려만 남았다.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본딴

매거진 '카페에서': 사장 없는 카페에는 내가 할 일이 많아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거기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을 정리하는 카페 매거진. 훗날 카페를 할지도 모르니. 카페 준비하시는 분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매거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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