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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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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년 Apr 21. 2016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는 카페 주인이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사장=주인

'어서 오세요~'


손님이 들어오셨다.

손님은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보기 시작했다.

뭔가 고민하는 듯한 손님이 카운터 앞으로 왔다.



손님: 저기... 롱고가 뭐예요??    

: 아~ 롱고요?(당황) 롱고는.... 음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샷을 길게 뽑아가지고 아메리카노보다 조금 진해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샷을 뽑아서 물에 붓고요!!

손님: 아~ 그럼 아메리카노 주세요!

: 네, 4000원 결제 도와드릴게요! 쿠폰 필요하시면 만들어 드릴까요?

손님: 네:)

: 감사합니다. 음료 준비해드릴게요!


주문이 끝나고 앞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장님을 보았다. 대화를 듣고 있던 사장님도 나를 쳐다보셨다. 아니, 쳐다보며 웃으셨다.


사장님: 그냥 롱 에스프레소라고 하면 돼!


창피한 나머지 나는 사장님의 말씀에 대꾸도 하지 않고 음료를 만들었다. 서빙한 후 롱고가 왜 롱고인지 생각했고, 왜 롱고인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롱고말고, 아메리카노 만들려고 에스프레소를 뽑았다.


며칠 후,


손님: 저기... 롱고가 뭐예요?

: 아~ 롱 에스프레소예요(자신감). 에스프레소 샷만 길게 추출하는 음료라 아메리카노보다 조금 진해요.


나는 롱고를 간단 명료하게, 손님이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더 깊게 파고 들어가서 어떤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즐겨 마시고, 어떤 맛인지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의미 없이 흘러갔을 수도 있는 손님의 '저기... 롱고가 뭐예요?'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남겨 주었다. 그 어떤 의미는 카페를 운영하는 혹은 운영하고자 하는 미래 사장님에게도 충분히 전하는 바가 컸다.








우리 카페 롱~~~~~~~~~~~~고

#알바=사장: 음료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맞다. 사장님이 안 계시면 나는 카페의 사장님이다. 혼자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다 보니 프랜차이즈나 규모가 있는 카페보다는 더 사장님처럼 일해야 한다.


그 역할 중 하나는 음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생각보다 음료에 대해 여쭤보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료에 대한 설명 하나만으로 손님에게 전할 수 있는 가치는 다양하다.


1. 잘 설명한 음료를 주문하셨을 때, 그 맛의 특징을 느끼면서 마시게 된다.

2. 설명하나만으로 그 카페의 음료들이 조금 더 맛있어질 수 있다.(기분상)

3. 그냥 카페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질 수 있다.

4. 친절함이 전해진다.

5. 손님의 취향에 맞게 음료를 추천할 수 있다.

6. 손님과 소통할 수 있다.(다음 내방 때, 지난번에 추천해준 음료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7. 잠재적 단골이다.



음료 하나 설명했을 뿐인데, 나열해보니 생각보다 전해지는 가치는 다양했다.



알바, 직원, 사장. 고객에게 이런 가치를 전해줄 수 있기 때문에 '음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직책을 떠나 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음료가 맛있어서, 카페 인테리어가 이뻐서, 그냥 유명해서만 되는 게 아니었다.







사장님 없을 때 좀 쉬자. 사장님도 많이 쉬시더라!

#고객 접점의 나는 사장님


단순 카페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할 수 있는 포지션이지만, 카페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많다.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법을 시작으로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들, 카페가 잘 될 수 있는 방법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경험까지.


롱고 에피소드는 고객 접점의 내가 사장님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사장님도 항상 그런 말씀을 하신다.


'나 없으면 네가 사장이다' 그리고 그런 책임감을 주시고 그런 대우를 해주신다. 느낀 바 사장님이 있어도 고객을 대할 때는 내가 사장님이다.


비단 이 이야기는 작은 규모의 카페에만 적용되진 않을 것이다. 큰 규모의 카페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이야기다. 비록 아르바이트 생이지만 사장님의 마인드로 일하면 배울 것들은 꽤 많고,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들을 그에 맞게 대우해준다면, 서로에게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르바이트생의 입장으로서. 보통 고객의 접점에 있는 건 우리니깐. 카페 알바 화이팅!


아직 실수할 건 많고 배울 것도 많다. 사장님 마인드로 일하기엔 한참 멀었다. 반성하자.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본딴

매거진 '카페에서': 사장없는 카페에는 내가 할 일이 많아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카페 매거진. 훗날 카페를 할지도 모르니. 카페준비하시는 분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매거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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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재활 그 여자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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