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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Nov 12. 2020

90년대생이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

더 잘 살고 싶어서

 저는 199X 년에 태어났습니다. 올해 초에 물류 회사에 입사해서 교육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간단한 제 소개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딱딱해졌네요. 글의 주제가 이렇다 보니 분위기가 조금은 진지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밑밥을 슬쩍 깔아봅니다.


 글 제목은 사실 '90년대생'이라는 키워드 빨을 받아보고자 저렇게 지은 거고요. 저는 90년대생을 전부 대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일반 사무직의 신입사원으로서는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고 있고, 업무도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평생 지금 회사에 다니진 않을 것 같아요. 막연한 느낌이긴 하지만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도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들을 저 스스로 한 번 정리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어요.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직을 생각해?"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의견도 틀린 건 절대 절대 아니지만, 우리 세대는 이미 잘 알고 있죠. '평생직장'은 없다는 걸요. 누구나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이직, 다른 직장, 혹은 직장 밖에서의 생활을 대비하거나, 혹은 마땅한 대비책이 없어 불안해하고 있지 않을까요? 대체 저는 왜 마음 한 구석이 늘 불안하고,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요?



이게 커리어가 되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장 큰 이유는 전문적이지 않은 업무일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교육일은 교육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팀 30여 명 중에 교육을 전공한 사람은 제가 알기로 저를 포함한 4명에 불과합니다. 저의 업무는 정말 다양합니다.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일도 하고, PPT와 영상도 만들고, 직접 교육도 하고, 사람들을 모아 무슨무슨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협의하고 요청합니다.


 R&R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팀이라서 잡아가야 할 프로세스도 많고 할 일도 참 많습니다. 능력만 되면 이 일 저 일 누구의 일인지 구분 없이 그냥 닥치는 대로 해야 합니다. 여러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건 사회초년생으로서 너무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가끔 불안합니다. '내가 성장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과연 다른 조직에 가서도 어필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고 탁월한 능력들인가? 하나의 뾰족한 능력을 만들어야 커리어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 들고요.


 약 세 달 후면 이제 만으로 1년의 경력이 생깁니다. 1년 동안 저는 어떤 커리어를 만들어왔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긴 했는데 이걸 무슨 경력이라고 다듬어야 할지 애매할 때, 그리고 이직이라는 단어 앞에서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쓸모없는 느낌일 때, 여기서 계속 일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인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사실상 제대로 된 첫 직장이지만, 이전에 수년간 아르바이트와 실습과 인턴을 해오면서 저는 제가 못 참아하는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없고 의미 없고 가치 없는 업무, 반복적인 일들 그리고 '성장할 수 없는 조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업무적인 성장이고 또 하나는 업무를 떠나서 더 똑똑하고 능숙해지는 것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기술이 늘어나겠죠. 저의 경우에는 교육자료 제작이나 교육 커리큘럼을 발전시키는 것, 스피치 능력 등이 될 거고요. 후자의 경우라면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고, 어떤 업무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메일을 더 잘 쓰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 등등이 있겠습니다.


재미로 보는 문제 해결의 3요소


 결국은 제가 저 스스로에 대해 저번보다 훨씬 잘했고, 나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어떤 일이 주어져도 해낼 수 있고, 일 참 잘한다고 느낄 수 있으면 그게 성장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팀 매니저들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이해할 수 없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항상 완벽하게 좋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들도 종종 싸우는 것처럼요. 그럴 때 순간적으로 내가 여기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현타가 오는 순간들이 있죠.


 그렇지만 이건 가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 순간적으로 드는 단상일 뿐이고요. 실제로 저는 팀 내에서 강하게 키워지고 있답니다. 하루하루 저 스스로 성장하는 게 보일 정도로 쑥쑥 크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 더 이상 제가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그땐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날 수도 있겠죠?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으려면 지금 폭풍 성장을 이뤄놔야 할 거고, 그러기 위해서 매일 열심히 일하고 또 배우고 있습니다.



뭐든 해봐야 아는 거니까요

 이 이유들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여기서는, 그리고 아직은 하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아서 이유 찾기는 우선 여기까지만 하려고 합니다.


 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청 재밌어 보여도 막상 해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고, 이건 나랑 안 맞겠지 생각한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이 길이 나랑 안 맞더라도, 나랑 안 맞는 거 하나를 알아낸 거라고 생각하고 더 즐거운 일을 찾아 떠나고 싶어요.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포함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 분들이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개척해나가길 바라며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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