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신입일 때가 있었잖아요
퇴근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래도 별로 설레지 않습니다. 퇴근을 해도 업무가 남아있기 때문일까요? 어차피 잠깐 쉬고 나면 다시 또 출근이라 그런 걸까요? 저는 요즘 퇴근이라는 게, 하루의 1막(업무시간)이 끝나고 2막(개인 시간)이 시작되는 신호가 아니라 이제 잠깐 집에 가서 자고 오라는 알람처럼 느껴집니다.
세상 일을 제가 다 하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이리 바쁠까요? 왜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생기고, 컨펌은 한 번에 끝나질 않고, 피드백을 받고 나서야 이상한 점이 눈에 띄고, 생각지 못했던 이슈는 계속 발생하고, 해결하다 보면 또 다른 이슈가 밀려오고……. 이 모든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게 회사생활일까요?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일상을 쳇바퀴라고 표현하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업무가 재밌으면서도 또 버겁습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저는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일들에 대해 수없이 판단해야 하고, 저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체에 이롭도록 풀어가야 합니다. 주도성을 발휘해서 일을 이끌어가야 하면서도, 위에서 내려온 지침들을 거스르기는 힘듭니다. 때로는 정면으로 맞서야 하고, 때로는 슬기롭게 묻어가야 합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이게 최선인지, 확실한지, 모든 걸 윗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 제가 세운 계획과 내린 결정과 뱉은 말들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은 조금 지치는 일입니다. 방금 전에 이 결정을 하고도 돌아서니 부족한 게 보여서 금방 무르고 싶어지고, 업무 진행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뎌지면 스스로가 못나게 느껴져 자책하기도 합니다.
아직 햇병아리인 나에게 사람들은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왜냐하면 나라도 신입사원에게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해내서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늘 조급합니다.
아직 회사생활에 노련하지 못해 실수하고 난 후 며칠 동안 밤낮없이 이불킥을 날리기도 하고, 가끔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금방 마음 가득 뿌듯해지는 저는 신입사원입니다. 과중한 업무에 마음이 무겁고 실수할 때마다 벽에 머리를 박고 싶어 지지만 이 모든 날들이 다 저의 좋은 때겠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신입 시기의 나는 어땠는지 기록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긴긴 학창 시절 동안 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책을 읽고 꾸준히 일기를 쓰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기록하고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일 어제보다 하루만큼씩 더 늙어가는 제가, 매일 하루만큼씩 더 지혜로워지기 위해 글을 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