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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Nov 23. 2020

버스, 지하철 타지 마세요

코로나가 바꿔놓은 회사 이모저모

무슨 말인가 했겠지만 회사 얘기입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 확진자가 급상승했을 때 회사에서는 여러 지침을 내렸습니다. 저희 팀은 특히 출장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었는데요. 아래 함께 보시죠.


1.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기차, 비행기) 이용 금지

2. 출장 축소

3. 회사 식당 및 카페 이용 금지

4. 재택근무 확대

5. 회식 금지


 아마 여러 회사에서 비슷할 것 같은데, 이런 규정이 생겨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가 저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하고자 합니다.

 


버스, 지하철 타지 마세요

 매일 하던 출퇴근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바로 대중교통을 타지 말라는 규정 때문에요. 이 규정이 풀릴 때까지 자차 혹은 택시를 이용해야 합니다. 초반에는 택시를 타고 다녔지만 자주 타니 불편한 점들이 많이 생겨 ―이건 나중에 새 글로 풀어볼게요― 지금은 출퇴근 시 직접 운전해서 출퇴근합니다. 덕분에 운전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잉여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겁니다.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는 왕복 두 시간 동안 책도 읽고, 생각나는 걸 휴대폰에 적기도 하고,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고 멍 때리기도 했는데요. 자차로 다니면서부터는 그 두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운전하면서는 책도 못 읽고 메모도 못 하니까요. 늘 전방 주시하며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는 없는지, 과속단속 카메라는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에 멍도 못 때립니다.


 이제는 운전이 걷는 것만큼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운전으로 인한 피로는 늘 함께합니다. 도로는 위험해요. 먼 출장지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다니다 보면 사고 현장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운전하는 내내 따라다니니 안 피곤할 수가 없더라고요.



출장 축소

 업무 특성상 여기저기 출장 다닐 일이 많은데요. 코로나 이전에는 아무 때나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 곳밖에 가지 못합니다. 이게 업무 속도와 퀄리티를 확 떨어트리더랍니다. 당장 가서 확인해보면 끝나는 문제인데 그러질 못하니 그곳에 있는 누군가와 연락을 해서 간접적으로 들어야 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 누군가는 이미 자기 일로 충분히 바쁘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퀄리티를 맞춰주기 힘들 거고요.


 또, 스케줄 짜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일주일에 한 곳만 갈 수 있으니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장 큰 아웃풋을 낼 수 있는 곳을 지정해야 합니다. 다른 팀원과 같이 하는 업무가 있는 경우에는 더블로 어렵죠. 나의 일정과 그의 일정을 모두 조율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소통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요.


 대중교통 이용금지 규정은 운전 실력이 는다는 장점이라도 있었는데, 이 규정은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저 장애물이자 걸림돌일 뿐입니다.



회사 식당, 카페 출입 금지

 한때 정말 회사 밥도 못 먹게 했습니다. 한 건물에 같이 있는 직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식당에 많이 몰리거든요. 식당 밥을 못 먹는 건 물론이고 아예 출입조차 금지당했습니다.


 대신 밥 배달시켜 먹으라고 돈을 줬어요. 외부 식당에도 못 가게 했거든요. 이 금액이 꽤 쏠쏠했어서 오히려 이때가 그립기도 하네요. 회사 밥은 공짜도 아닌 주제에 썩 맛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더불어 사내 카페도 이용 금지당했습니다. 높은 층에 있어서 뷰도 좋고 가격도 일반 카페에 비해 약 5분의 1 수준이라 좋았는데… 이건 좀 섭섭했어요. 



재택근무 확대

 한때는 팀에서 95% 이상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어요. 지금은 좀 낮아졌다가 최근 다시 확산세가 커지면서 재택 근무율을 높인 상태고요. 출장 다니다가 최근에 거의 두 달만에 사무실에 갔는데 엄청 낯설었어요. 그나마도 재택근무 때문에 사무실에 나오지 않은 직원이 더 많아서 허전했고요. 



회식도 하지 마!

 회식을 못하게 해요. 저는 회식을 막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크게 감흥이 없지만요. 덕분에 입사하자마자 했던 2월 회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회식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잘 된 일이겠죠?




 코로나 때문에 직장을 잃거나, 위태로워지신 분들이 참 많은 걸 알아요. 당장 제 주변에도 있고요. 이 시국에 회사 망하지 않고 월급 안 밀리니 참 감사하다 싶다가도,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진 게 속상하기도 해요.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은 매일 불안하고 아이들도 밖에 나가지 못해서 답답하고 괴로울 텐데… 아무쪼록 빨리 잠잠해졌으면 합니다. 다들 건강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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