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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Nov 16. 2020

하늘 좀 보세요, 노을 참 예쁘죠?

퇴근길 보안 직원분이 건넨 인사

 최근 가는 출장지는 주차장이 옥상에 있다. 건물이 안과 밖으로 나뉘는 곳에 보안 직원이 서있다. 나는 출퇴근마다 보안 직원분을 마주치면 꾸벅 인사를 한다. 출근할 때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데 퇴근할 때는 안녕하세요도, 안녕히계세요도 애매해서 그 둘 중 무엇도 아닌 말을 흘리며 지나간다. 


 지친 날이었다. 출장이란 게 아무래도 내 사무실이 아니다 보니 불편한 친척집에 잠시 얹혀사는 것 같은 어색함이 있다. 출근 시간도 이르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집 오는 길은 워낙 막혀서 지치고.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쉽게 지친다. 계단은 어찌나 많고 안전화는 어찌나 무거운지. 


 그냥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늘 하듯이 인사를 꾸벅했다. 보안 직원분이 한 마디 건네주셨다.


 "하늘 좀 보세요, 노을 참 예쁘죠?"


 그 말을 듣고 본 하늘이, 아,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 노을을 봤으니 나는 오늘 이거면 됐다 싶었다. 하루 종일 안 되는 일 되게 만드려고 무지하게 고생했지만 노을 앞에서 다 별 일 아닌 거였다. 이 아름다운 문장을 사람들에게 건네는 그 직원분의 마음씨가 노을처럼 번진다. 저분도 성공하셨구나.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이렇게 감동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니. 정말 멋지다. 


하늘 좀 보세요, 노을 참 예쁘죠?


 이 옥상의 하늘은 매일 다른 모양으로 아름답다. 옥상으로 올라서면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탁 트인 하늘이 눈에 확 들어온다. 꼭 하늘에 풍덩 빠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잔뜩 지쳤다가도 하늘을 보면 감동이 마음을 채운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하늘. 계속 봐도 볼 때마다 찌릿한 하늘.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마음. 이 아름다운 하늘을 낯선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그 어떤 인사보다 진하고 고마웠다. 안녕하세요도 안녕히가세요도 아닌.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런데 하늘 좀 보세요, 노을 참 예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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