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언가 가슴이 답답한 날

생각마저 혼란스럽고 정리가 되지 않을 때..

by 한정호

무언가 가슴이 답답한 날이 있다. 지금인 듯 하다.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그렇다. 그냥 하루의 무게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고, 내게 스스로 질책성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가 지금껏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술에 취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걸 알면서도, 그 날따라 술이 유난히 술술 넘어간다.

그렇게 또 일을 만들고, 다음 날엔 괜히 디오니소스를 탓한다.

'신이 내게 시련을 준 거야.'

그렇게 변명하듯 웃어보지만, 속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꽉 찬 듯 갑갑하다.


홍보 전단을 뿌리며 거리로 나서던 날,

판촉행사 준비로 새벽까지 불 켜두던 시절,

매장의 인테리어를 고치며 손에 페인트를 묻히던 시간들.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 부지런했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움직이기보다 생각이 많고, 생각보다는 핑계가 많아졌다.

그리고는 결국 게으름의 이유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그래도 성실히 살아왔잖아.’

‘정직하게, 남 속이지 않고 살아왔잖아.’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은 더 답답해진다.

모든 걸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무언가 허전하고, 불안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베트남 법인은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장부와 계약, 서류와 거래들…

어쩐지 낯설고, 불안하다.

‘혹시 내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무언가 어긋난 건 아닐까?’

근거 없는 걱정이 밤공기처럼 서서히 스며든다.


결국, 이 모든 건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열정과 현재의 무기력 사이에서, 스스로를 탓하고, 또 위로하는 사람.


이럴 땐 뭘 해야 할까?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청해 볼까? 아니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볼까?


가슴이 답답한 날,

나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밖을 내다 보니 햇살이 뜨겁다.

조금 전 내린 소나기를 보곤, '비가 와서 못 나가겠네' 싶더니 이제 따가운 햇살을 탓한다.


아무 것도 하기 싫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에 불안하고 갑갑한 심정.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도, 때로는 자신을 의심한다.

그건 잘못이 아니라, 삶을 여전히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라는 말을 믿고 싶다.


모자를 눌러 쓰고 자전거를 타러 저 땡볕으로 나가보려 한다.

'그럼 다른 생각이 들까?'


명함.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태풍이 지나가면 인터넷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