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 아닌 체험, 베트남의 숨결을 느끼는 법
한 나라를 안다는 건 그곳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듯 하다. 길거리의 냄새, 현지인의 말투, 시장의 소음, 그리고 식탁 위의 향신료까지. 이 모든 것을 몸으로 겪어봐야 ‘베트남에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아래의 다섯 가지는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 이 나라의 ‘생활’과 ‘정서’를 느끼는 경험들이다.
1. 아침 카페 거리에서 ‘Cà phê sữa đá(카페 쓰어다)’ 한 잔
베트남 사람들은 하루를 커피로 시작한다.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천천히 떨어지는 드립을 기다리며 거리의 오토바이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 것. 그 자체가 베트남의 리듬이다.
진한 연유 커피가 부담스럽다면 Cà phê đen đá(까페 덴 다, 블랙 아이스커피)를 주문해 보자. 쓴맛 뒤에 오는 향이 의외로 매력적이다.
2. 현지 시장(Chợ)에 들어가 흥정해 보기
관광객용 마트보다 훨씬 흥미로운 곳이 재래시장이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얼마예요?’(Bao nhiêu?)라고 묻고 “싸게 주세요”(Bớt đi!)라고 웃으며 말해보자. 흥정은 이 나라 사람들의 일상 대화 방식이자 관계의 시작이다.
시장 한켠에서 베트남식 쌀국수, 반쎄오(베트남 부침전), 신선한 과일주스 한 잔을 맛본다면, 그것만으로 하루가 채워진다.
3. 오토바이 택시(Grab Bike)를 타고 도심 질주
처음에는 조금 두렵지만, 익숙해지면 이보다 편한 이동수단이 없다. 좁은 골목, 막히는 도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행렬. 그 속에서 느끼는 바람과 자유로움은 ‘베트남의 에너지’ 그 자체다.
헬멧을 꼭 쓰고, 짧은 거리부터 시도해보자. 도시의 구조를 금세 익히게 된다.
4. 저녁 노을 시간, 현지인과 함께 맥주 한 잔
호찌민의 붕따우 해변, 다낭의 미케비치, 하노이의 호안끼엠호 어디든 좋다. 해가 질 무렵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Bia Saigon’이나 ‘333(바바바)’ 한 병을 주문한다. 낯선 사람과 건배하며 하루의 피로를 나누는 순간, 국경이 사라지고 마음이 통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5. 사원(Chùa)에서 향을 피우며 잠시 마음을 내려놓기
베트남의 사원은 조용하지만 늘 사람의 온기가 있다. 학생, 노동자, 어머니들… 모두가 잠시 머물다 간다. 향 한 자루를 사서 부처 앞에 올리고, 그저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보자. 불교가 베트남인의 삶 속에서 얼마나 깊이 뿌리내려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베트남을 제대로 느끼려면 ‘관광객의 속도’를 내려놓아야 한다. 빨리 보고 많이 찍는 여행 대신,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며 ‘사람 냄새’를 기억하는 것. 그게 진짜 베트남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