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비밀스런 발톱 관리법
보스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꼭 내 가슴 위로 올라와 얼굴을 들여다보고, 가끔은 내 코를 살짝 깨무는 장난을 치다가 옆자리로 가서 잠을 잔다. 어제는 내가 막 잠이 들려는 순간, 갑자기 배 위로 뛰어올라 이불을 움켜쥐는데... 순간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진 건가?' 싶어 순간 화들짝 놀랐다. 발톱을 각아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불을 켜고 살펴보니 다행히 발톱은 여전히 둥글고 뾰족하지 않았다.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분명 며칠 전에 발톱을 둥글게 잘라줬는데 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날카로워지는 걸까?'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아니면 우리가 연필심을 예리하게 깎듯이, 고양이들만의 어떤 ‘갈기 기술’이 있는 걸까?
그 궁금증을 잠시 풀어보려고, 고양이 발톱이 다시 날카로워지는 이유를 찾아 정리해 보았다.
1. 고양이 발톱은 ‘겹겹이 벗겨지는 구조’다
고양이 발톱은 단단한 한 덩어리가 아니다. 양파껍질처럼 겹겹이 쌓인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겉단이 자연스럽게 마르고 벗겨지면, 그 아래에서 더 날카롭고 새로운 발톱이 드러난다.
사람이 둥글게 깎아줘도 며칠 지나면 새 층이 자라 나오면서 끝이 다시 뾰족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발톱이 스스로 리셋되는 구조다.
2. 고양이는 스스로 발톱을 간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톱을 관리한다. 기둥 긁기, 소파 긁기, 바닥에 발톱 박으며 스트레칭,
뛰어오르고 착지할 때 발톱을 펼치는 동작 등의 행동. 이 모든 행동이 결과적으로 발톱 끝을 벼리고, 오래된 층을 벗겨내는 과정이다. 즉, 보스는 우리가 연필을 깎듯이 본능적으로 발톱을 ‘다듬는’ 중이었던 것이다.
3. 그래서 깎아줘도 며칠 뒤 다시 뾰족해진다
둥글게 깎아도 다시 뾰족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발톱은 겹겹 구조라 속층이 새롭게 자란다. 고양이가 활동하며 바깥층을 벗겨낸다. 그 순간 더 새롭고 날카로운 층이 드러난다. 밤에 보스가 배 위로 뛰어올라올 때 유난히 날카롭게 느껴지는 것도 이 속도감 때문이었던 것이다.
4.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관리’를 한다
고양이 발톱은 시간이 지나며 길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그리고 스스로 더 날카롭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구조다. 사냥 본능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뛰고, 놀고, 장난치는 모든 행동 속에서 발톱은 저절로 관리된다.
보스의 발톱은 사실 변한 게 없었다. 그냥 고양이라는 존재가 가진 본능적 구조와 습관이 잠든 내 배 위에서 살짝 드러났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의문이 고양이의 세계를 더 들여다보게 하였다. 내 곁의 이 작은 생명은 매일 어떤 방식으로 자기 몸을 가꾸고 본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걸까?
보스의 발톱을 보며 든 이 질문이 오늘도 나를 고양이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끌어당긴다. 숙소를 나올 때마다 가지 말라고 문을 발로 밀고, 배를 뒤집고 버티는 애잖한 모습 뒤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는 사실이 강아지처럼 이쁘다고 마구 끌어 안고, 꼬옥 껴안고 하는 행동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귀엽고도 무서운 녀석이다.
고양이 보스 이야기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