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종교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된 베트남의 비밀
사회주의의 나라, 그러나 ‘가장 종교적인 나라’
베트남은 헌법상 사회주의 국가다. 겉으로만 보면 종교와 거리가 멀 것 같은데, 막상 실제로 살아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종교적이고 영성을 가까이 두고 사는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집마다 있는 조상 제단, 가게 앞 토지신(Ông Địa), 거리마다 보이는 작은 사당, 그리고 사찰, 도교 사원, 까오다이교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풍경들.
왜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그 이유는 단순히 “믿음이 깊다”라고 설명하기엔 훨씬 더 입체적이다. 베트남의 역사, 삶의 조건, 민족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가장 종교적인 나라로 남아 있는 이유 다섯 가지다.
1. 조상 숭배가 종교보다 먼저 존재했다 (3,000년의 문화)
베트남인에게 가장 중요한 종교는 ‘종교’가 아니라 조상 제사다. 이건 종교가 아니라 ‘삶의 기본 예절’처럼 여겨진다.
집 안 제단은 필수이고, 명절과 기일마다 제사를 지낸다. 가게, 식당, 심지어는 회사에도 조상 제단 설치하기도 한다. 사업 시작 전에는 향 피우기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기 훨씬 전부터 존재하던 이 문화 덕분에, 정부가 종교를 통제해도 생활 속 신앙은 사라질 수가 없다.
2. 불교, 도교, 민간신앙이 ‘섞여서’ 더욱 강해졌다
베트남은 한 종교만 믿는 나라가 아니다. 불교 + 도교 + 유교 + 민간신앙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 안에 공존한다. 예를 들면, 사찰 안에 관우가 있고, 도교 사원 안에 부처님이 있고, 가정 제단에 까오다이교 상징이 함께 놓이기도 한다
이런 혼합신앙은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사회주의 국가라도 ‘어떤 걸 금지해야 하는지 구분 자체가 안 되는’ 구조다. 그래서 베트남의 종교는 ‘하나가 탄압되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 생명력을 갖고 있다.
3. 전쟁의 역사 : 사람들은 늘 ‘의지할 무언가’를 필요로 했다
프랑스 식민지, 일본 점령, 1·2차 인도차이나 전쟁, 베트남전까지. 베트남은 지난 150년 동안 전쟁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삶이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기도, 제사, 점(보살님, 스승님), 사원 방문과 같은 ‘정서적 안전장치’를 찾게 된다. 종교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선택한 심리적 피난처였다.
4. 사회주의 정부도 ‘생활신앙’은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달리 종교 탄압이 거의 없다. 그 대신 이렇게 관리한다. 정치적 세력화의 금지, 외부 자본의 유입과 선교를 통제하는 대신 사찰, 도교 사원, 제단은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즉, ‘국가를 위협하지 않는 신앙’은 거의 제한하지 않는다.
그래서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 안에서 신앙이 가장 자유로운 국가이고, 종교가 ‘금지’가 아니라 ‘관리’되는 형태에 가깝다.
5. 종교는 베트남인의 ‘정체성’이자 일상의 리듬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하루는 종교와 붙어 있다. 출근 전 향 피우기, 새 달 첫날(1일)에 사원 가기, 시험 전 관우 앞에서 기도, 새해 첫 사찰 방문(Đi Chùa), 사업 시작 전 제단에 과일 올리기 등등
이런 일들은 종교행위가 아니라 습관, 문화, 자기 보호 본능이다. 종교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정권이 무엇이든 종교는 사라질 수 없다.
베트남의 종교는 ‘믿음’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베트남의 종교는 다른 나라처럼 교리나 교단 중심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방식’, ‘불안을 다루는 방식’, ‘가족을 잇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사회주의 국가 구조 속에서도 오히려 더 강하게 살아남았다. 정치와 이념보다 오래된 3,000년의 문화적 DNA가 지금의 베트남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