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조용했던 베트남의 신년 밤

소란을 접고 넘어간 한 해의 경계

by 한정호

작년까지는 달랐다. 1월 1일 자정이 되면, 규모는 크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졌고, 길거리 술집은 새벽 1~2시까지 시끌벅적했다. 공식 행사가 아니어도, “연말이니까”라는 이유로 허용되는 소란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푸미에서는 대형 폭죽 행사도 없었고, 개인이 폭죽을 터뜨리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길가의 술집들은 자정이 되기 전 하나둘 문을 닫았고, 12시를 넘긴 거리는 평일 밤처럼 조용했다. 새해 첫 순간을 맞이하는 도시라기보다는,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한 산업도시의 밤에 가까웠다. 처음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무슨 특별한 정부 조치가 있었나?'

'올해만 유독 단속이 강해진 건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국적인 특별 금지령이 내려진 건 아니다. 하지만 올해의 조용함은 우연도, 기분 탓도 아니다. 관리 방식이 한 단계 바뀐 결과에 가깝다.


‘허용되던 소란’의 종료

작년까지의 연말은 묘한 균형 위에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개인 폭죽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자정 전후의 소란은 어느 정도 묵인됐다. 술집, 노점, 거리의 모임도 “사고만 없으면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묵인’이 올해는 거의 사라졌다. 폭죽은 눈에 띄게 줄었고, 경찰 순찰은 더 촘촘해졌으며, 술집들은 알아서 일찍 정리했다. 무언의 신호는 분명했다.

'아예 문제 소지를 만들지 말자.'

이 변화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연말 사고들이 있다. 음주 오토바이 사고, 폭죽 화재, 길거리 충돌 장면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방정부로 돌아갔다. 그 결과 많은 지역이 선택한 답은 단순했다. '시끄러운 축제보다, 사고 없는 밤'


푸미라는 도시의 선택

이 변화는 푸미라는 도시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푸미는 관광 도시가 아니다. 항만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이고, 연말 이벤트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크지 않다. 이런 도시에서 폭죽은 이익보다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푸미 도시는 조용함을 선택한 것이다. 축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굳이 만들지 않은 것에 가깝다.


체감 경기와 마음의 이동

또 하나 느껴지는 건, 사람들의 마음이다. 올해는 송년회도, 회식도 전반적으로 줄었다. 소비는 조심스러워졌고, “새벽까지 놀자”는 분위기보다는 “집에 가자”는 선택이 많아졌다. 관리의 변화 위에, 체감 경기가 겹치며 도시의 밤은 더 빨리 식었다.


그래서 올해의 12시는 달랐다

작년까지의 자정이 ‘축제의 끝’이었다면, 올해의 자정은 ‘하루의 끝’에 가까웠다. 나는 그 12시의 길거리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 폭죽 대신 정적이 있었고, 환호 대신 빈 도로가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도시라기보다, 조용히 넘어가는 시간의 경계 같았다.

어쩌면 베트남의 신년이 변한 게 아니라, 베트남도 이제 ‘조용한 연말’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소란을 허용하던 시기를 지나, 관리와 안정이 앞서는 단계로 이동 중인 모습이다. 그 정적은 낯설었지만,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 조용한 12시는, 올해 베트남 사회의 분위기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 아래 영상은 2026년 1월 1일 자정, 푸미의 실제 길거리 모습이다. 올해의 조용함이 ‘느낌’이 아니라 ‘장면’이었음을 기록해 둔다. 유일하게 발견한 폭죽을 터뜨리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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