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골목에서 만나는 한국의 옛 사업들

같은 시대를 살지만,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시장 이야기

by 한정호

한국에선 사라졌지만, 베트남에선 아직 성행 중인 사업 5가지


베트남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 한국의 20~30년 전을 떠올리게 되는 장면들을 마주한다. 이미 한국에선 자취를 감췄거나, 아주 일부만 명맥을 이어가는 사업들인데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거리 한켠을 차지하고 있고, 지금도 먹고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글은 “베트남이 뒤처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왜 어떤 사업은 한국에서 사라졌고, 왜 베트남에서는 아직 살아 있는지를 생활의 맥락에서 바라본 기록이다.


1. 동네 철물점, 잡화점

한국에서는 대형 마트, 온라인 쇼핑에 밀려 동네 철물점과 잡화점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골목마다 작은 철물점이 있고, 전구 하나, 나사 몇 개, 호스 조각을 그 자리에서 바로 산다. 베트남에서는 온라인 배송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더 중요하다. 소량 구매, 즉시 사용, 현금 거래. 이 구조에서는 동네 철물점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20260111_180518.jpg 철물점 전경
20260111_180450.jpg 자동차 수리점 전경

2. 노점상과 길거리 좌판

한국에서도 한때는 길거리 좌판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위생, 단속, 상권 정비를 거치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노점상이 여전히 도시의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정식 점포를 낼 자본은 없지만, 노점 하나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구조. 베트남의 노점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지만, 사회가 어느 정도 이를 용인하며 돌아간다.

20250920_074402.jpg 패션 로드샵
20250702_180644.jpg 밤이 되면 인도가 대형 매장으로 변한다

3. 오토바이 수리점, 타이어 가게

한국에서는 오토바이 자체가 줄었고, 정비는 대형 센터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가 ‘생활 필수품’이다. 그래서 길모퉁이마다 작은 오토바이 수리점이 있고, 타이어 한 짝, 브레이크 패드 하나를 그 자리에서 고쳐 준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동 수단의 구조 차이다.

20260112_134547.jpg 오토바이 수리점

4. 소규모 인쇄소, 간판 제작소

한국에서는 명함, 전단, 간판 제작이 온라인 주문으로 거의 대체되었다.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동네 인쇄소가 활발하다. 메뉴판, 전단지, 현수막, 간판. 수정이 잦고, 즉흥적인 변경이 많다 보니 직접 가서 설명하고 바로 고치는 방식이 선호된다. 디지털화가 덜 되어서라기보다, 의사소통 방식과 속도의 문제다.

20260112_134723.jpg 광고 인쇄점 전경

5. 현금 기반 소매·중개업

한국에서는 카드, 간편결제, 계좌이체가 기본이다.

물론 베트남에서도 전자결제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거래가 현금으로 이루어진다. 부동산 중개, 소규모 도매, 중고 거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직접 얼굴 보고 거래하는 방식이 아직 중심에 있다. 이 구조에서는 개인 중개업, 소규모 브로커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진 게 아니라, 환경이 달라졌을 뿐이다

20260112_134615.jpg 전당포 전경

이 사업들이 한국에서 사라진 이유는 낡아서가 아니라,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그 환경이 아직 유효하다. 자본 구조, 생활 리듬, 도시의 성장 단계, 사람들의 소비 방식. 사업의 생존 여부는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베트남은 과거가 아니라, 다른 시간에 있다


베트남을 '한국의 과거'로 보는 시선은 과한 것일 수도 있다. 베트남은 한국이 지나온 길을 그대로 걷는 중이 아니라, 다른 조건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사회다. 어떤 사업은 사라지고, 어떤 사업은 남아 있고, 어떤 사업은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한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회도, 위험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사업은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현재를 읽는 일이다.


명함.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KNG Mall에서 은행들을 보며 든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