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현실적인 자산 증식 구조

베트남 사람들의 자산 증식은 왜 느려 보일까?

by 한정호

베트남에서 생활하다 보면, 경제 성장에 대한 체감은 분명하다.

거리에는 가게가 늘고, 부동산 거래는 활발하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베트남에서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을 통한 자산 증식 이야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자산 이야기만 나오면, 주식, ETF, 채권, 해외 투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삼성전자 주식, 미국 주식, 연금 계좌 같은 단어들도 익숙하다.

하지만 베트남의 일상에서는 베트남 대표 그룹인 Vin 그룹 주가가 요즘 어떻다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한다. 베트남 전체 GDP의 약 1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산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금융을 통한 자산 증식에 관심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아직 그런 개념이 부족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익숙해 하는 방식이 아닐 뿐이다


사실 이 질문은 자연스럽지만, 전제부터 조금 어긋나 있다.

베트남의 자산 증식이 느려 보이는 이유는 실제로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우리가 익숙한 ‘금융 중심의 잣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주식 수익률이나 연복리 숫자로 자산 증식의 속도를 판단한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자산 증식이 훨씬 생활에 가깝게 이루어진다. 우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일을 더 한다'

'가게를 하나 더 연다'

'트럭을 한 대 더 산다'

'땅을 하나 더 확보한다' 이 역시 분명한 자산 증식이다.

즉, 베트남의 자산 증식 구조는 아직 다르다. 베트남 사회에서 자산 증식의 핵심은 여전히 노동부동산 그리고 현금(달러)와 금이다.


노동은 아직 충분히 수익을 만든다. 추가 근무, 가족 노동, 장시간 노동이 곧바로 현금 흐름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화는 아직 진행 중이고, 토지의 가격 발견은 끝나지 않았다. 개발, 인프라, 산업단지라는 변수가 여전히 작동한다.

이 환경에서는 금융 자산보다 눈에 보이는 자산이 훨씬 설득력 있다. 금융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단계다. 베트남 사람들이 금융 투자를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 뭔지 알고 있고, 돈을 불리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주식시장의 성장은, 같은 기간 노동이나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보다 체감상 느렸던 것도 사실이다.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며 시장은 커졌지만, 일반 개인에게는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성공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 주식은 “기다리면 오른다”기보다는, “잘 타면 번다”는 인식에 가까웠고, 이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수단이라기보다 운과 정보에 좌우되는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웠다.

반면 같은 시간 동안 노동과 부동산은 훨씬 명확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더 일하면 수입이 늘었고, 가게를 확장하면 매출이 증가했으며, 땅과 집은 개발과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비교적 일관된 상승을 경험했다. 이런 환경에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주식은 느린 자산이 아니라, 굳이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은 자산에 가까웠다. 이는 금융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당시 조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의 문제였다.

그래서 이렇게 판단한다. 지금은 굳이 잘 모르는 영역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노동과 부동산만으로도 자산이 움직이는 사회에서는 금융 투자가 필수가 아니다.


한국처럼 노동만으로는 더 이상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사회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한국도 같은 질문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한국 역시 한때는 지금의 베트남과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주식이 없어도, 해외 투자가 없어도 월급과 부동산만으로 자산이 늘던 시절이다. 그 시기가 끝났기 때문에 한국은 금융 자산 중심 사회로 이동했다.

베트남은 아직 그 단계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왜 베트남에서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을 통한 자산 증식이 크지 않을까?'라는 질문의 답변으로

'그 이유는 금융을 몰라서도, 금융을 외면해서도 아니다'가 맞을 듯 하다.


우리의 눈에 베트남 사람들의 자산 증식이 느려 보이는 이유는, 노동과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이 아직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금융 중심 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각 사회는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위험을 관리한다.

금융 자산의 발달은 사회 발전의 목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줄어들었을 때 등장하는 하나의 대응 방식일 뿐이다. 한국은 이미 그 방식을 바꾸어야 했고, 베트남은 아직 바꿀 필요가 없는 구조에 있다.

우리는 같은 숫자를 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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