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 살았지만, 태도를 남기고 싶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태도

by 한정호

나는 늘 구조부터 보는 사람이었다. 일도, 사업도, 투자도, 글도.

왜 그런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 단계는 뭔지. 논리가 맞으면 마음은 나중 문제였다. 그래서인지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까지 논리 따지는 사람이었나?'


요즘은 투자 얘기를 하다가도, 방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전혀 다른 감정이다.

‘아, 이 얘기… 우리 애들한테만은 해주고 싶은데.’

그런데 막상 입을 열면, 아이들은 그게 뭔지 잘 모른다. 방산이 뭔지, 위성이 뭔지, 아빠가 왜 그런 주식에 관심을 갖는지. 솔직히 말하면,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게 서운하다기보다는, 조금 이상하다. 나는 평생 뭔가를 만들면서 살았는데, 그게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돌아보면 내 인생은 늘 ‘만드는 쪽’이었다. 기회를 만들고, 공간을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가게를 만들고, 콘텐츠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남들보다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환경이 바뀌면 적응했고, 다시 배웠고, 나이가 들어도 계속 뭔가를 시도했다.

후회는 없다. 힘든 적은 많았지만, ‘내가 내 인생을 대충 살았다’는 느낌은 없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는 이 모든 게 그냥 ‘아빠의 과거’다. 존경도 아니고, 반감도 아니고, 그냥 정보에 가깝다. 아빠는 해외에서 살았고, 아빠는 가게를 했고, 아빠는 이상한 주식에 관심이 많고, 그리고 아빠는 맨날 뭔가 적고 있다. 그게 전부다.

예전 같으면 이걸 또 분석했을 것이다. 세대 차이, 경험의 단절, 환경 변화, 교육 구조, 가치관 차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건 설명해서 전달되는 게 아니구나.’

부모가 아이에게 남길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것 같다. 말로 하는 인생 조언도 아니고, 성공 사례도 아니고, 투자 노하우도 아니다. 남는 건 딱 하나다. 어떤 태도로 살았는지. 포기하지 않았는지, 남 탓만 하며 살지 않았는지, 나이 들어서도 뭔가 궁금해했는지, 계속 배우고, 계속 만들었는지.

우리 아이들은 지금 그걸 이해하지 못해도, 나중에 자기 인생이 막힐 때 어쩌면 문득 떠올릴지도 모른다.

‘우리 아빠는… 그 때도 그냥 자기 방식대로 잘 살았었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내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받지 않아도 좋고, 내 선택을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자기 인생을 자기 손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 그 한 가지만 전해진다면, 나는 이미 할 일 다 한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으로 정리한다.

나는 여전히 논리로 세상을 보고, 구조로 인생을 이해하려 하지만,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건 논리가 아니라 태도다.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은 먹히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인생이란 건, 늘 한 세대 뒤에야 의미가 도착하니까.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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