킷캣 vs 삼성의 마케팅 전략 비교
어제 저녁, 마트에서 산 베트남 킷캣(초코릿 상품) 봉투를 뜯다가 웃음이 났다. 포장지 안쪽에 스크래치 쿠폰이 있었고, 긁어서 나온 코드를 6020으로 문자 보내면 매일 한 명에게 24K 금을 준다는 이벤트 안내였다.
문자 한 통 보내는데 1,000동. 참여부터 유료다.
한국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구조다. 우리는 이벤트는 ‘공짜로 참여하는 것’이 기본값이니까.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이게 너무 자연스럽다. 오히려 '공짜면 왜 해주지?'라는 의문의 눈빛이 먼저 나온다.
킷캣 : 금을 주는 나라
베트남 킷캣 이벤트의 핵심은 단순하다. 제품 사면, 코드 긁고, 문자 보내고, 추첨해서 금 준다. 경품이 아이패드도 아니고, 상품권도 아니고, 현금도 아닌 금(24K) 이다. 베트남에서 금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거의 ‘신뢰의 단위’다.
부동산이 불안하면 금 사고, 은행이 불안하면 금 사고, 결혼 예물도 금, 설날 선물도 금, 재테크도 금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신뢰를 주고 싶으면 '좋은 말'보다 '금 한 덩이'가 더 빠르다.
킷캣은 이걸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삼성 : 이미 신뢰가 필요 없는 나라
반대로 한국에서 삼성이 금을 줄까? 절대 안 준다. 줄 필요가 없다. 삼성은 한국에서 이미 ‘국가 브랜드’다.
삼성 광고의 메시지는 늘 이렇다. 혁신, 기술, 미래, 디자인, AI, 글로벌. 경품이 없어도 삼성은 팔린다. 왜냐하면 한국 소비자는 이미 브랜드를 신뢰하는 상태에서 소비하기 때문이다. 삼성 마케팅은 '설득'이 아니라 '확인'에 가깝다.
베트남 마케팅은 ‘증명’이고, 한국 마케팅은 ‘스토리’다. 이 차이가 제일 크다.
베트남에서는 '이 브랜드가 믿을 만한지 지금 여기서 증명해 봐라'는 소비자의 요청에 금, 현금, 오토바이, 아이폰 등을 경품을 추첨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유료로 문자 참여를 진행하고 당첨 인증사진을 찍는 것도 전부 ‘보여주는 마케팅’이다.
반면, 한국은 이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어떤 세계관을 만드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이다. 그래서 광고 영상에 브랜드 필름, 캠페인 스토리, 감성 문구, 모델 이미지를 주로 사용한다. 즉 ‘설명하는 마케팅’을 추구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다를까?
이건 시장 성숙도의 차이다.
한국은 브랜드 신뢰도 높고, 이미 소비 경험이 누적되어 있다. 그래서 실패해도 복구가 가능하다. 국가 시스템도 안정되어 있어 스토리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이다.
반면, 베트남은 아직 브랜드 신뢰도가 낮고, 가짜 제품도 많으며 무엇보다 기업이 사라지는 속도 또한 빠르다. 그래서 아직 증명형 마케팅 필수인 것이다. 베트남 소비자 입장에서는 광고 문구보다 '그래서 나한테 뭐 주는데?'가 먼저다. 이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시장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이벤트는 곧 ‘투자’이다.
한국에서 이벤트는 놀이지만, 베트남에서 이벤트는 일종의 재테크인 셈이다. 사람들이 진짜 이렇게 말한다. '이거 당첨되면 금이니까 해볼 만하지.' 베트남에선 경품이 소비가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킷캣이 초콜릿을 파는 게 아니라, ‘금 살 기회’를 파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베트남에서 금이나 현금을 내거는 마케팅은 ‘돈으로 신뢰를 사는 행위’라기보다, 신뢰가 아직 축적되지 않은 시장에서 브랜드가 현재 시점의 진짜임을 증명하는 비용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브랜드 신뢰가 역사와 제도, 사후 책임을 통해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형성되지만, 베트남에서는 기업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전제가 강해 신뢰의 기준이 ‘미래’가 아니라 ‘지금’에 놓인다. 그래서 베트남 소비자에게 금은 보상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최소한 지금 이 순간 나를 속이지 않는다는 즉시 확인 가능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자주 실패하는 이유
여기서 한국 기업들이 자주 착각한다.
'한국에서 먹힌 감성 광고면 베트남에서도 통하겠지'
결론은 '거의 안 통한다.'이다. 베트남에서는 감성보다 증명, 스토리보다 보상, 브랜드 이미지보다 실물 혜택이 먼저다.
삼성 방식으로 접근하면 킷캣에게 진다. 킷캣 방식으로 접근해야 베트남 시장이 열린다. 킷캣 vs 삼성은
초콜릿과 전자의 싸움이 아니다. 이건 상품 싸움이 아니라, 시장 철학의 차이다.
한국이 '이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라면 , 베트남은 '이 브랜드가 나에게 무엇을 주는가' 이다.
한국은 브랜드를 소비하고, 베트남은 브랜드를 시험한다. 킷캣은 그 시험을 금으로 통과하고 있다. 삼성은 그 시험이 필요 없는 나라에서 이미 왕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