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생활 문화 비교 ② 시간과 아침의 리듬

하루는 언제 시작되는가?

by 한정호

베트남에 처음 와서 가장 낯설었던 건 더위도, 언어도 아니었다. 하루가 시작되는 방식이었다. 이곳에서는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에 길이 살아난다.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길모퉁이 커피 의자가 놓이고, 이미 누군가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아직 공기가 식어 있는 시간인데도 도시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처음엔 이 풍경이 여행자의 시선처럼 느껴졌다. '왜 이렇게 일찍부터 움직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이곳의 아침은 단순히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생활의 핵심 시간이라는 것을.

한국에서의 아침은 대체로 준비의 시간에 가깝다. 출근과 등교를 향해 빠르게 정리되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본격적인 활동을 오전 이후로 인식한다. 그래서 아침은 효율과 이동의 리듬 속에 있다.

반면 베트남의 아침은 이미 생활이 펼쳐지는 시간이다. 길거리 식당은 새벽부터 문을 열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하루의 사회적 교류가 이 시간에 먼저 시작된다. 일과 생활이 동시에 깨어나는 느낌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기후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침 활동이 활발한 면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베트남의 아침은 “준비”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생활”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하루의 리듬이 조금 다르게 흐른다. 아침의 여유가 낮의 속도를 결정하고, 그 여유 속에서 관계와 대화가 먼저 자리 잡는다. 시간은 단지 효율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베트남의 생활 리듬은 출퇴근 시간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직장과 상점은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기 시작하고, 한낮의 더위를 피해 오후에는 잠시 속도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하루의 일과가 단순히 ‘회사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느낌이 아니다. 일은 생활의 일부이고, 생활은 다시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어진다. 특히 퇴근 이후의 시간은 개인의 휴식이라기보다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보내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시간으로 여겨진다. 집 앞 골목이나 작은 식당, 길가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일상의 연장선에 있다. 하루의 끝이 업무의 종료가 아니라 관계의 시작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국의 빠른 아침이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시간이라면, 베트남의 아침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시간을 바라보는 문화적 시선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살다 보면 이런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결국 생활의 온도를 결정한다. 하루를 어떻게 여느냐가 그날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지금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길을 걷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곳의 하루는 이미 살아 움직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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