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무엇이고, 돈은 어디에 쓰이는가?
베트남에서 장사를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사람들의 일에 대한 감각이 한국과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손님이 오면 바로 움직이고, 일이 생기면 일단 처리한다. 속도는 빠르지만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낮다. 일은 해야 할 것이지만, 삶 전체를 압도하는 무언가는 아닌 듯한 분위기가 있다.
처음에는 이 리듬이 느슨하게 보였다. 한국에서 익숙했던 일의 감각은 조금 더 촘촘했다. 시간 관리, 목표 설정, 효율, 성과 즉, 일은 개인의 성장과 직결된 영역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일은 종종 생활의 중심에 놓인다. 반면 베트남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내게 보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그것과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었다. 베트남에서 일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활동에 가깝다.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고, 쉬고, 웃는다. 일과 생활이 명확히 분리되기보다 서로 섞여 있다.
돈에 대한 감각도 닮아있다. 한국 사회에서 돈은 계획과 미래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저축, 투자, 안정. 즉, 돈은 시간을 넘어서는 도구로 인식되고, 소비는 계산과 전략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돈이 보다 현재적인 의미를 가진다. 번 만큼 쓰고, 필요한 곳에 바로 사용한다. 가족과 식사하고, 주변 사람을 챙기고, 생활을 유지하는 흐름 속에서 돈이 움직인다. 물론 최근에는 투자와 자산 관리 문화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지만, 생활 속에서는 여전히 현재 중심의 소비 감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일과 돈의 감각이 다르다는 경험은 실제 경제 지표에서도 표명된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 저축률이다. 과거 한국이 빠르게 산업화·도약을 이뤄내던 시기, 1970~80년대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매우 높았다. 당시 한국 가계는 소득의 30%~40% 이상을 꾸준히 저축하는 구조였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교육·주택·사업 자금에 대한 필요가 컸기 때문이다. 저축은 단순한 재무 행위가 아니라, 성장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축적 방식이었다.
반면 현재의 베트남은 저축과 소비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보인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총 저축률(국내총저축 비중)은 최근 수년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베트남의 총 저축률은 약 34.7% 정도로 보고됐다. 베트남의 가계 저축률은 한국의 전성기 대비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 의미가 다르게 체감된다. 베트남 가계는 소득이 생기면 즉시 생활 속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식사를 하고, 주변 사람을 챙기고, 공동체의 필요를 우선하는 소비가 먼저다. 물론 부동산·금·간헐적 투자 형태로 저축과 축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최근 금융 인프라 확대와 함께 자산 축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소비 선택의 기준은 여전히 ‘지금과 가족·공동체’ 중심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향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성장해 온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경쟁을 겪은 한국 사회는 효율과 축적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일과 돈은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로 기능했다. 반면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생활 공동체의 리듬이 더 오래 유지된 사회다. 일은 생존과 생활의 일부였고, 돈은 관계와 일상을 유지하는 매개였다. 그래서 일과 소비의 온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흥미로운 점은 두 문화 모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베트남은 효율과 계획을 배우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가운데를 향해 움직이는 느낌이다.
결국 일과 돈은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태도도 삶의 일부이고, 현재를 살아내는 리듬도 삶의 일부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역사와 환경이 만든 선택일 뿐이다. 살다 보면 이런 차이는 생활의 속도를 결정한다. 일에 몰입하는 방식, 돈을 쓰는 방식이 결국 하루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이 두 문화를 오가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은 삶을 지탱하고, 돈은 삶의 방향을 비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은 자기 방식의 균형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