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TOP 5로 읽는 두 나라의 마음

한국 사람 vs 베트남 사람의 새해 소망

by 한정호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한다.

“건강하세요.”

“돈 많이 버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말 속에도 각 나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향이 담겨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가족 중심 문화, 공동체 정서, 명절의 무게감 등에서 닮았지만, 새해에 바라는 소망을 비교해 보면 꽤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1. 건강 : 공통 1위, 하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건강을 바라는 마음은 두 나라 모두에서 새해의 첫 번째 기원이다. 하지만 건강을 떠올리는 방식에는 생활 문화의 결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건강은 비교적 관리 가능한 개인 프로젝트에 가깝다. 새해가 되면 운동 계획을 세우고,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겠다는 다짐이 이어진다. 건강은 노력과 계획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올해는 건강 챙기자'라는 다짐 속에는 자기 관리, 루틴, 지속적인 실천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개인의 컨디션이 곧 삶의 안정과 생산성을 좌우한다는 현실적인 감각이 깔려 있다.

반면 베트남에서 건강은 개인의 몸 상태를 넘어 '가족 전체의 복(福)'에 가까운 의미를 가진다. 새해 인사에는 부모님의 장수, 아이들의 무탈함,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건강은 관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기원과 운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사찰 방문, 조상 제사, 복을 비는 의식이 새해와 강하게 연결된다. 건강은 개인의 목표라기보다 가족 공동체가 함께 누리는 안정 상태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개인의 자기 관리와 계획을 통해 삶을 개선해 왔다면, 베트남 사회는 가족 단위의 안녕과 조화를 삶의 기본 단위로 바라보는 전통이 강하다. 그래서 새해 건강 기원 역시 '내 몸을 관리한다'는 방향과 '우리 가족이 무탈하길 빈다'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갈라진다.


결국 건강은 개인 관리 중심의 실천과 가족 복 중심의 기원이라는 서로 다른 생활 감각 속에서 표현된다. 둘 다 건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식과 의미 부여가 문화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2. 재물운 : 안정 vs 흐름

새해가 되면 한국에서는 “돈 많이 벌자”보다 “안정적으로 살자”라는 표현이 더 많다. 또한 구체적으로 주택, 투자, 직장 안정처럼 장기 계획의 색깔이 강하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장사가 잘 되길” “돈이 잘 돌길” 같은 표현이 흔하다. 여기서 핵심은 현금 흐름과 기회다. 상업 문화가 강한 사회답게 “잘 돌아가는 해”를 바란다.


새해 인사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각 사회가 돈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상업 문화가 강한 사회'는 베트남을 가리킨다. 물론 한국도 상업 활동이 활발한 시장경제 국가지만, 생활 안정과 자산 축적을 중심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새해 소망 역시 집, 직장, 장기 투자 같은 “쌓아가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반면 베트남에서 자주 들리는 “장사가 잘 되길”, “돈이 잘 돌길”이라는 말은 돈을 흐름과 회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돈의 액수가 아니라, 현금이 계속 움직이고 기회가 이어지는 상태다. 시장과 거래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사회에서는 '돈이 돌아야 산다'는 감각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새해 소망도 자산의 축적보다는 현금 흐름과 사업 기회가 살아 있는 한 해를 바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 차이는 어느 쪽이 더 발전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생활 구조에서 비롯된 생활 감각의 차이다. 한국이 안정과 계획을 통해 미래를 그린다면, 베트남은 회전과 기회를 통해 현재의 활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3. 일과 성공 : 커리어 vs 기회

한국의 새해 소망에는 승진, 이직, 시험 합격처럼 구체적인 목표가 자주 등장한다. 성공은 단계적으로 쌓아 올리는 커리어 경로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새해는 일종의 체크포인트가 된다. 자격증 준비, 직무 역량 강화, 연봉 협상 같은 현실적인 계획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배경에는 '노력 → 성과 → 위치 상승'이라는 비교적 선형적인 성공 모델이 깔려 있다. 조직과 제도 속에서 자리를 확보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것이 안정적인 성공의 길로 받아들여진다. 새해 목표가 구체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은 관리 가능한 프로젝트이자 시간표를 가진 과정으로 인식된다.

한편 베트남에서 자주 들리는 '좋은 기회가 오길', '사업이 잘 풀리길'이라는 표현은 성공을 흐름과 만남의 결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다. 물론 노력과 준비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성공은 계획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인연, 시장 상황, 타이밍이 맞아야 열린다고 보는 감각이 강하다. 그래서 새해 소망에는 특정 직급이나 시험보다 기회의 문이 열리는 상태를 바라는 표현이 많다. 새로운 거래처, 좋은 파트너, 예상치 못한 사업 기회처럼 관계와 환경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는 자영업과 가족 사업 비중이 높은 사회 구조와도 연결된다. 성공은 조직 내 승진보다, '판이 열리는 순간'을 잡는 능력과 더 가깝게 인식된다.


결국 두 사회 모두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성공을 그리는 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계획된 커리어의 축적, 베트남은 기회를 만나 흐름에 올라타는 성공에 더 익숙하다. 새해 소망은 그 차이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생활 언어라고 볼 수 있다.


4. 가족 : 책임 vs 화목

두 나라 모두 가족은 새해 소망의 중심에 놓인다. 하지만 가족을 떠올릴 때 강조되는 요소에는 생활 문화의 결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가족을 향한 새해 다짐에는 책임의 언어가 자주 등장한다. 부모를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 자녀 교육을 안정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목표, 가정의 경제적 기반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가족은 보호하고 유지해야 할 구조로 인식된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올해는 집안을 더 안정시키자'는 식의 현실적인 다짐이 나온다. 가족 사랑이 역할 수행과 책임 완수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다.

반면 베트남에서 가족을 향한 새해 기원은 정서적 화목에 더 가까운 표현으로 나타난다. 가족이 함께 모이고, 웃고, 다투지 않고, 집안이 평안하길 바라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물론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가족을 떠올릴 때 먼저 그려지는 장면은 의무보다 관계의 온기와 분위기다. 새해는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인사를 나누며 정을 확인하는 시간이라는 감각이 강하다.

이 차이는 가족을 바라보는 우선순위의 차이에서 나온다. 한국에서는 가족을 지탱하는 역할과 책임이 안정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베트남에서는 가족 간의 정서적 연결과 화합이 생활의 중심 가치로 인식된다. 그래서 같은 가족 중심 문화 속에서도 새해 소망은 “가정을 잘 이끌겠다”는 방향과 “집안이 화목하길 바란다”는 방향으로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다.


결국 두 사회 모두 가족을 삶의 기반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한국이 책임을 통해 가족을 보호하려는 언어에 익숙하다면, 베트남은 함께 있는 상태 자체를 복으로 여기는 표현에 더 가깝다. 새해 인사는 그 생활 감각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5. 마음의 평안 : 스트레스 vs 운

새해가 되면 두 나라 모두 마음의 평안을 바라는 표현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 평안을 떠올리는 방식에는 사회적 리듬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반영된다.

한국에서 자주 들리는 '스트레스 덜 받자', '마음 편하게 살자'라는 다짐이나 소망은 빠른 경쟁과 일정 속에서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싶다는 바람에 가깝다. 여기서 마음의 평안은 외부 압박을 관리하는 문제로 인식된다. 그래서 휴식 계획을 세우거나, 일과 생활의 균형을 고민하거나, 자기 돌봄을 강조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평안은 노력과 선택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태로 여겨진다.

반면 베트남에서 자주 들리는 '운이 따르길', '한 해가 순조롭길'이라는 표현은 마음의 평안을 삶의 흐름과 조화롭게 맞물리는 상태로 이해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일이나 변화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길 바라는 정서다. 그래서 새해에는 사찰 방문이나 기원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개인의 통제 밖에 있는 영역을 인정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평안은 상황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흐름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에 가깝다.

이 차이는 마음을 바라보는 통제 감각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개인의 과제로 인식되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운과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심리적 안정과 연결된다. 그래서 새해 소망 역시 '내가 관리해서 편해지겠다'는 방향과 '좋은 흐름을 만나 순조롭길 바란다'는 방향으로 나뉜다.


두 사회 모두 마음의 평안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다만 한국은 심리적 부담을 조절하려는 실천 중심의 언어에 익숙하고, 베트남은 삶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려는 기원 중심의 표현에 더 가깝다. 새해 인사는 그 차이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생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새해 소망속에 숨은 문화의 차이

결국 새해 소망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한 사회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압축된 언어다. 한국의 새해 인사에는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고, 성취를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안정과 성장, 책임과 자기 통제가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사회의 생활 감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 베트남의 새해 소망에는 흐름을 타고, 관계를 이어가고, 좋은 운을 맞이하려는 바람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삶을 고정된 계획보다는 살아 있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표현 속에 스며 있다.

이 차이는 어느 쪽이 더 옳거나 발전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각 사회가 걸어온 역사, 경제 구조, 가족 문화, 생활 리듬이 만들어 낸 서로 다른 현실 인식의 결과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대비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지만, 그 바탕에는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공통된 마음이 있다는 점이다.


새해 소망을 비교해 보면서, 한국은 삶을 설계하고 다듬으려는 의지를, 베트남은 삶의 흐름과 관계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둘 다 불확실한 시간을 건너가기 위한 인간적인 전략이다. 새해의 말 한마디에는 그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살아가는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가 선택한 삶의 방법을 조금 더 깊이 존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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