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마을회관, 조용히 살아 있는 공동체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한 새벽 골목이었다. 아직 가게 문도 열리지 않은 시간인데, 어디선가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옛 시골 계몽 방송 같은 느낌이 스쳤다. 소리는 작은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만, 이 방송은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되었다.
베트남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동네 골목 어딘가에 늘 비슷한 건물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간판이 크지 않고, 상점도 아니며, 행정기관처럼 분주하지도 않다. 어떤 날은 문이 닫혀 있고, 또 어떤 날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린다.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기도 하고, 가끔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처음에는 그 정체가 궁금했다. 동사무소인가 싶었지만 행정 업무를 보는 곳은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베트남의 마을회관, 말 그대로 동네 사람들이 필요할 때 모이는 공동체 공간이었다.
이 공간은 상시 운영되는 행정기관이라기보다 생활 속 허브에 가깝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열리고 닫힌다. 어르신들을 위한 다과 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주민들이 모여 행사 준비를 하거나 동네 일을 논의하기도 한다. 지역 봉사 단체나 자율 조직이 모이는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날은 한적하고, 어느 날은 활기가 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일부다. 집과 거리 사이에 놓인 공동의 거실 같은 존재라고 할까. 개인 공간이 아닌, 마을 전체가 시간을 공유하는 장소에 가깝다.
베트남 사회에는 여전히 공동체 중심의 생활 감각이 강하게 남아 있다. 명절이나 행사 때가 되면 이런 마을회관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안내 방송이 울리고,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고, 필요한 물품을 나누고, 함께 준비한다. 도시가 커지고 생활 방식이 변해도 이런 장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을회관 주변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아침과 저녁에 들려오는 동네 방송이다. 처음엔 옛 시골 계몽 방송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 공지에 가깝다. 행사 안내나 행정 전달, 안전 정보 같은 메시지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면 동네는 자연스럽게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이런 음성 방송이 남아 있다는 건, 공동체의 리듬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처럼 느껴진다.
베트남 마을회관은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그 조용한 존재감 속에는 공동체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식이 담겨 있다. 문이 열려 있는 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발걸음을 늦추게 된다. 그 안에는 늘 어떤 이야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눈에는 단순한 공공 건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생활 공동체의 리듬이 그대로 담겨 있다. 조용할 때는 쉼터가 되고, 필요할 때는 회의장이 되며, 때로는 축제의 출발점이 된다. 그 역할은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하다.
결국 이 공간은 말없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동네는 함께 살아간다.'
아침과 저녁을 알리는 방송 소리, 조용히 열렸다 닫히는 마을회관. 거창하지 않지만 이런 장면들이 이곳의 하루를 만든다. 공동체의 시간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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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에서도 이 생활의 장면들을 조금 더 들여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