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상한 순간들
난 가끔 로또를 한 장 구매한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의식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사지도 않는다. 다만 기회가 될 때, 편의점 카운터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을 때, 느낌이 허락하면 전자 복권 한 장을 산다. 그런데 다섯 개의 번호 중 하나는 항상 같다. 그 번호는 변하지 않는다. 나의 행운번호이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날은 자동, 어떤 날은 수동. 그날의 공기와 마음 상태가 나머지 네 개의 숫자를 결정한다. 그렇게 숫자를 고르는 순간, 나는 미래의 어느 한 점과 조용히 연결된다.
지난 주에는 로또를 구매하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나쳤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순간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 추첨이 있었다.
오늘 아침, 뉴스 기사들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로또가 생각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당첨번호를 확인했다.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혹시… 내 번호가 당첨되면?’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내 번호와는 단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여섯 개의 숫자 모두,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숫자들이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에 5천 원을 아꼈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다른 상상으로 이어졌다. 만약. 정말 만약, 내가 그날 로또를 구매하지 않았는데, 그 주에 내 번호가 당첨번호였다면? 그 상상을 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가능성을 놓쳤다는 감각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되돌릴 수 없는 어떤 갈림길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감각이다.
세상에는 이런 황당한 순간들이 있다.
1. 전화 한 통을 받지 않았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였던 경우 : 그때는 단순히 바빴을 뿐이다. 나중에 다시 전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보게 되는 장면들이다. 그만큼 현실에서도 많은 경험이리라.
그 이후로, 전화벨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가능성의 신호가 된다.
2. 평소 타던 버스를 놓쳤는데, 그 버스가 사고가 난 경우
그날은 늦잠을 잤을 뿐이다. 그 늦잠이 생명을 구한 선택이었는지, 단순한 우연이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 사람은 ‘늦었다’는 감각에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질 지 모른다. ‘그리 급하게만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 삶의 속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
3. 가지 않았던 장소에서, 인생을 바꿀 만한 만남이 있었던 경우
초대를 받았지만 가지 않았다.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다.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가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사실을. 그때 우리는 깨닫는다. 인생은 선택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4. 로또를 사지 않았는데, 내 번호가 당첨된 경우
이건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평생 같은 번호를 사용하다가 딱 한 번, 구매하지 않았고 그 주에 그 번호가 당첨되었다. 그건 돈을 잃은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삶을 잃은 것이다.
나는 오늘 아침, 안도했다. 내 번호는 당첨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알고 있다. 어딘가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수 많은 가능성들이 조용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마 다음에 로또를 구매할 때도, 나는 같은 번호를 다시 입력할 것이다. 사실 그 번호를 처음 선택한 날은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 번호를 행운번호로 정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부터 그 번호는 항상 입 안에서 중얼거려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의식적으로 외우려 한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숫자들은 내 안에서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전화번호처럼. 이미 사라진 장소의 주소처럼. 그 번호는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도, 아마 같은 번호를 다시 입력할 것이다.